[경영전략]
글로벌 기업은 타협 없는 ‘절대적 기준’ 설정…적합성 평가 후에는 평판조회 필수
‘위대한 기업’의 첫걸음은 인재…구조화된 전형 프로세스를 구축하라

[한준기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객관적으로 보든, 논리적으로 보든 간에 그리고 수많은 현장 인사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기업의 인사관리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채용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 컨설턴트이자 저술가인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라는 저서에서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 도약하는 그 첫 단계가 회사의 새로운 방향,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고 고백했다.


위대한 기업은 사람이 먼저이고 그다음에 할 일을 정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누구’로 시작하면 변화하는 세계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 태운다면 ‘사람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대부분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즉, 기업이 올바른 인재를 확보한다는 것은 당장의 비즈니스 성패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결국 기업 문화를 만들고 기업의 경쟁력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채용은 기업의 성과를 결정짓는 첫 단추


문제는 여전히 기업의 채용 의사결정이 절대적인 기준이나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타협해서는 가장 안 되는 영역에서 쉽게 타협이 이뤄지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확실히 달라진 채용 패러다임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낡은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경력 사원이 점차 증가하는 완전 개방형 노동시장 구조로 우리가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양성과 불확실성을 유연하게 포용할 수 있을지 여부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 채용할 인력이 진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역량을 갖췄는지, 동시에 새로운 문화와 잘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채용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더 신중히 점검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개인의 조직 적합성과 직무 적합성 이슈가 수면 위로 급속히 떠오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 만큼 서로의 눈높이와 기대 수준이 어긋나는 결과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과도한 수준의 기회비용이 따른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채용은 이전보다 더 분명한 철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상황과 케이스에 따라 어떤 옵션을 택해야 할지에 대한 전략도 있어야 하며 좋은 프로그램과 프로세스를 통해 시스템도 정립해야 한다. 시간도 투자해야 하고 면접 위원도 훈련시켜야 한다. 좋은 인재는 결코 한두 번의 요행으로는 확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최적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접근은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사전 심사·선발(Pre-Screening) 과정을 통해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체의 큰 그림을 동일한 수준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둘째, 구조화된 선발 프로세스(Selection Process)로 기업의 핵심 가치나 역량, 비즈니스와 문화를 잘 반영한 인터뷰를 진행해 적합성(fit)이 최고로 뛰어난 지원자를 선발해야 한다.


셋째, 고용 제안(Offer Stage and Pre-Onboarding) 단계에서 해당 지원자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고용주에 대한 편안함과 기대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넷째, 맞춤형 입사·적응(Onboarding) 과정을 통해 신규 멤버의 연착륙을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폭이 너무나 커 보이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우선 둘째 단계인 구조화된 역량 중심의 인터뷰를 실시하고 적절한 후속 절차를 통해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성공적인 채용 타율을 현재보다 급격하게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적어도 기업이 지향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매우 명확한 핵심 역량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 선결 조건이다. 그 후 인사부와 해당 부서의 채용 매니저 등이 후보자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자격 요건을 갖춘 지원자와 본격적인 인터뷰를 진행하는 순서가 시작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최고의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정확하게 정리된 직무와 기대하는 역할에 가장 부합하는 ‘가장 적합한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역량과 핵심 가치 중심의 구조화된 인터뷰를 활용해야 한다.


이것은 생각나는 대로, 감으로 즉흥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볼 것인지 미리 계획하고 경험·배경·성공·실패를 찾을 수 있는 열린 질문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쌍방향적 접근을 말한다.


여기에서 기업 내부의 절대적인 기준에 쉽게 타협해서는 안 된다. 국내 기업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상황은 이렇다.


10명의 지원자가 있으면 그중 점수가 제일 높은 사람, 썩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나마 제일 낫다고 평가되는 사람을 뽑는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구글·넷플릭스 등을 포함한 많은 글로벌 기업은 지원자가 100명이든, 200명이든 절대적인 기준을 세워 놓고 그 기준에 미치지 않으면 채용 자체를 과감히 포기한다.


필자가 몸담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임원의 경우 보통 6~7번의 면접을 보는데 6~7명의 면접관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통과되는 내부 기준을 갖고 있었다. 가능한 한 많은 지원자를 볼 수 있게 풀을 넓혀 두지만 막상 채용 절차에서는 타협하지 않는 절대적 기준을 갖고 있는 셈이다.


◆채용 시 놓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포인트


이런 구조화된 인터뷰 프로세스를 통해 꼭 점검해야만 하는 핵심 포인트는 지원자가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필수적인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와 동시에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문화적으로 새로운 조직과 잘 맞는지 여부다.


경력 사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과거의 신입 공채 중심의 채용 문화와 달리 지원자의 운명이 입사 이후 바로 ‘전투’에 투입돼 ‘전과’를 올리는 존재가 돼야 하는 것이다. 즉, 직무·조직과의 적합성이 충족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다시 말해 채용 기업 내에서 그 업무를 제일 잘 파악하고 있는 해당 부서의 관리자나 실무자가 반드시 오너십을 갖고 인터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


동시에 인터뷰를 진행하는 관리자는 핵심적인 질문을 정확하게 던지고 후속 질문을 통해 심층적으로 파헤쳐 볼 수 있는 인터뷰 운영의 기술까지 교육 훈련을 통해 준비하는 것이 필수다.


다수의 학자들에 의해 해당 개인·직무 간의 적합성은 구성원들의 직무 만족도, 이직 의도, 직무 성과 및 조직 시민행동 등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위대한 기업’의 첫걸음은 인재…구조화된 전형 프로세스를 구축하라
또한 이것이 개인의 조직 몰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단순히 필요로 하는 핵심 역량 보유로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수준 그 이상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경력자들이 대세인 오늘의 채용 시장에서는 실력이 있고 이전 직장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던 전력만으로 ‘덥석’ 채용하기에는 너무 위험천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라고 판단돼 선발했는데 기존의 일 잘하고 있는 구성원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팀워크 전체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새롭게 바뀐 ‘게임의 법칙’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도덕성 등의 문제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크고 작은 스캔들을 일으키며 조기에 낙마하는 경우도 기업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다양성을 배척해서는 안 되지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포함해 일하는 스타일과 리더십 스타일 등에서도 상호간의 지향점이 너무 다르다면 머지않아 양자가 불행해지는 상황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문화라는 것은, 또 조직과의 적합성이라는 것은 문서화된 규정이나 활자로 정리된 가치관 등을 통해서는 참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그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화된 인터뷰를 할 수 있다면 조직 적합성과 직무 적합성은 비교적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후속 절차가 있다. ‘평판조회’와 ‘어세스먼트 센터(assessment center)’가 바로 그것이다.


현장의 ‘선수’들 세계에서의 이야기지만 서치 펌이나 외부 기관의 평판조회만 맹신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 단편적인 평판조회보다 다중 채널을 확인해 역량뿐만 아니라 정성적인 부분까지 체크하면 좋다. 특히 관리자나 고위급 임원 등을 채용할 때는 심층적인 평가 수단으로 점차 이용 추세가 증가하고 있는 어세스먼트 센터 등의 툴을 이용하면 좋다.


어세스먼트 센터는 이 사람의 강점과 보완점은 무엇이고 더 큰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강화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체크하기 위해 사용하는 실제적이 비즈니스 케이스 시뮬레이션을 통한 역량 평가 및 개발 툴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뽑으면 해당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 특히 강하고 어떤 면은 보완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우리의 채용 패턴은 지난 수십 년간 들쭉날쭉 변화를 거쳐 왔다. 덩달아 구직자들의 취업 작전도 방황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평생직장과 공채 문화 중심에 너무 갇혀 있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경력 직원을 선발하는 방식은 미개발된 상태로 너무 오래 방치돼 왔다.


역량 중심의 구조화된 인터뷰 프로세스는 개방화된 노동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방법이다. 다만 정확하게 쓰는 기업이 없을 뿐이다. 채용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변화의 도구로 이제는 제대로 이용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4호(2019.09.30 ~ 2019.10.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