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45호 (2019년 10월 09일)

현대엘리베이터, 중국·베트남 공략 ‘고삐’…신공장 짓고 현지 건설사와 제휴

- 9월 송승봉 신임 대표 취임 후 전열 재정비
- 본사 충주 이전 확정, 스마트 팩토리로 ‘재도약’

경기도 이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전경. 현대엘리베이터는 충북 충주로 본사 이전을 추진 중이다.(/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주택 분양이 감소세에 들어가면서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 또한 덩달아 휴지기를 맞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엘리베이터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현대엘리베이터엔 크고 작은 변화가 많았다. 우선 지난 5월 장병우 사장의 갑작스러운 작고로 9월부터 송승봉 신임 대표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이끌고 있다. 또한 37년간의 경기도 이천 본사 체제를 마감하고 충북 충주로 본사 이전을 확정했다.

◆국내 엘리베이터 수요, 지난해 정점 후 감소 전망

엘리베이터 시장은 주택 경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 국내 분양 물량은 2015년 52만 가구 이후 감소하고 있다. 올해 또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가계 부채의 영향으로 당분간 주택 분양이 정체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도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엘리베이터 설치 대수는 지난해 5만 대를 정점으로 2022년까지 연평균 7.3%의 감소가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엘리베이터는 본사 이전과 해외시장 공략으로 시장 침체에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1984년 창립 이후 현대엘리베이터는 경기도 이천 본사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천 본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글로벌 톱7에 오르기까지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1997년 외환위기 시절, 국내 회사를 인수·합병(M&A)한 글로벌 기업들이 공장을 폐쇄하고 해외로 생산 기지를 이전할 때도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천 본사를 중심으로 국내 생산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부지가 협소해 공장 확장과 효율적 생산 라인 구축이 어려워지고 주요 시설이 노후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본사의 매각·이전이 결정됐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새로 점찍은 곳은 충주다. 지난 7월 현대엘리베이터는 충청북도·충주시와 25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충주 제5산업단지로 본사 이전을 추진 중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스마트 팩토리로 건설될 신공장과 물류센터 조성을 포함해 2028년까지 지속적 투자를 이어 갈 방침이다. 2022년 준공을 목표로 연내 착공에 들어간다.

대기업 본사가 전격적인 이전을 결정하자 충청북도와 충주시도 기대에 부풀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물론 협력사들의 이전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충북도와 충주시는 부지와 설비투자 지원, 세제 혜택을 비롯해 전담 태스크포스(TF) 운영 등 적극적인 행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본사 이전의 핵심은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다. 약 15만614㎡ 부지에 조성될 현대엘리베이터 신공장은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로 효율적 운영과 함께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최적의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연간 생산량을 2만5000대 규모로 예측했다. 또 기존에 별도로 운영하던 천안 물류센터를 새 본사로 이전해 공장과 통합 운영함으로써 시너지를 꾀한다.

◆글로벌 시장 교두보, ‘중국을 잡아라’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이 연이어 현대그룹을 떠나며 계열사의 중심으로 부상한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룹의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를 넘어 해외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특히 현대엘리베이터는 세계 최대 엘리베이터 시장인 중국에서의 점유율 높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엘리베이터 시장은 오티스와 히타치 등 10개 글로벌 업체와 현지 업체들이 진출해 있는 거대한 시장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시장의 엘리베이터 판매량은 87만 대로 5년간 평균 6.8% 성장했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0.5%로 2014년 1.1% 이후 하락 추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중국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중국 상하이 금산공업구에 연간 생산량 2만5000대 규모의 신공장을 착공한다고 밝혔다. 12만3564㎡ 부지에 조성될 신공장에는 머신 러닝과 IoT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와 초고속 및 중·저속 기종 등 총 14대의 엘리베이터를 테스트할 수 있는 지상 175m, 지하 10m의 테스트타워센터, 실시간으로 승강기 운행을 모니터링하고 유지 관리하는 고객케어센터가 조성된다.

신공장의 완공은 올해 말 예정돼 있다. 공장이 완성되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생산능력은 기존 공장(약 7000대)의 3.5배로 증가한다. 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효율적 품질관리와 수주·생산·납기까지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고객의 요구 사항을 신속히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신공장 건설 예상 사업비는 총 1200억원이다.

중국에서의 사업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 하얼빈시 지하철 1호선 연장선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65대를 수주했다. 프로젝트 수주액은 약 4400만 위안(약 74억원) 규모로 현대엘리베이터는 총 5개 역에 엘리베이터 10대와 에스컬레이터 55대를 설치한다. 이 프로젝트로 현대엘리베이터는 하얼빈시 지하철 승강기 최다 수주(3호선 52대 포함 총 117대) 브랜드로 부상하게 됐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로 현대엘리베이터의 브랜드 이미지가 상당 수준 제고됐다”며 “향후 하얼빈 공공 교통형 승강기 시장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4월 베트남 2위의 건설사 호아빈건설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제휴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는 HBC 주식 2500만 주(약 280억원어치)를 취득했다. 지분은 11.3%다. 이를 통해 HBC는 향후 시행사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현대엘리베이터의 제품을 전량 채택하며 설계·시공·건축 참여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제품을 우선 검토한다.

송승봉 신임 대표가 보일 리더십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9월 공식 취임한 송 대표는 LG산전 엘리베이터 설계실장, 오티스 엘리베이터 서비스사업부문장(전무), 티센크루프코리아 기술총괄 전무, 히타치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 3월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제조·R&D·미래혁신부문장(부사장)으로 재직해 왔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송 대표에 대해 “승강기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 온 최고의 전문가로 공장·필드·서비스 등 승강기의 모든 사업 분야에서 경영 경험을 갖췄다”며 “특히 설계와 기술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 만큼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인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현대엘리베이터의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돼 선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9월 11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 메시지를 통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추진 중인 스마트 팩토리를 주축으로 한 글로벌 제조 경쟁력 확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을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 ‘비포 서비스’ 등 한 차원 높은 유지·관리 서비스를 통한 수익성 강화 등 3가지 혁신 과제를 제시했다.

◆돋보기
현정은 회장,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 배상할까?…쉰들러 ‘일부 승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쉰들러홀딩스 사이의 7500억원대 민사소송 2심에서 법원은 쉰들러홀딩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 재판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주요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5개 금융사에 우호 지분 매입을 대가로 연 5.4~7.5%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파생상품 계약을 한 것을 쉰들러 측이 문제 삼으며 시작됐다. 이 상품은 현대상선의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나눠 갖고 주가가 떨어지면 회사 측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 측은 2014년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며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부실을 알면서도 현 회장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파생 계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7180억원이었던 소송의 규모는 시간이 흘러 각종 이자 등의 발생으로 7500억원으로 늘어났다.

1심에서는 현 회장 측이 승소했지만 9월 26일 실시된 2심에서는 뒤집힌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쉰들러가 현 회장 등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 4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해 쉰들러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현 회장은 1700억원을 지급하고 한상호 현대엘리베이터 전 대표는 현 회장과 공동해 1700억원 중 19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5호(2019.10.07 ~ 2019.10.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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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10-0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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