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어려운 학문에서 재밌는 지식으로…평범한 일상 속에서 찾는 화학의 재발견
[서평]유튜브와 화학자가 만나면?… 즐거운 취미가 탄생한다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 유튜브 스타 과학자의 하루
마이 티 응우옌 킴 지음 | 배명자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6800원

[한경비즈니스=윤혜림 한경BP 출판편집자]지난 10월 9일 제119회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그중 노벨화학상은 리튬이온배터리 개발로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식 가능성을 열어준 존 굿이너프 오스틴 텍사스대 교수, 스탠리 휘팅엄 빙엄턴 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요시노 아키라 메이조대 대학원 교수 등 3인이 공동 수상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스물넷째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노벨상을 ‘남의 잔치’로 생각하며 아쉬워해야만 할까. 매년 노벨과학상을 휩쓰는 과학 강국 미국과 독일·일본의 공통점은 바로 탄탄한 기초과학 교육에 있다. 그렇다면 한국 과학 교육의 현실은 어떨까.


과학, 그중에서도 특히 화학은 학교 선택 과목에서도 가장 먼저 버림받기 일쑤인 과목 중 하나일 것이다. 과목에 대한 흥미를 느끼기도 전에 원소주기율표와 화학 공식을 달달 암기하게 하는 주입식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화학이 시험 점수를 위한 버거운 ‘학문’으로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주입식 교육은 당장의 시험 점수를 높일지 모르지만 학생들의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가로막는 장해물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이제는 과학 교육을 단순히 시험 점수를 위한 ‘학문’으로서의 개념이 아니라 일상의 즐거운 취미가 되는 ‘지식’으로 관점을 바꿔 다가가야 할 시점이 아닐까.


우리는 흔히 ‘화학’ 하면 화학실험실이나 원소기호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사실 화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평범한 욕실도 화학실험실이고 우리의 일상 곳곳은 다양한 화학반응의 천국이다. 화학자이자 유튜버인 저자 마이 티 응우옌 킴 박사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먹고 쓰고 느끼는 모든 것이 다 화학이라고 말하며 화학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일이 화학과 가까워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책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는 우리의 몸·건강·감정부터 음식·세제·스마트폰을 거쳐 거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하루 일과를 화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침에 모닝콜이 울리면 왜 짜증이 날까. 모닝커피는 언제 마시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이처럼 일상 속의 가벼운 의문들을 화학 원소로 쪼개 어떤 화학반응이 우리 안에서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지 기발하면서도 재밌게 풀어내며 화학에 대한 흥미를 자연스럽게 유발한다.


화학을 알면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적 반응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정확한 화학 정보를 얻을 기회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주 드물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는 진실의 가면을 쓴 절반의 진실, 심지어 가짜 진실들이 충격적으로 많기 때문에 과학을 설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화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은 유튜브 영상으로 먼저 큰 호응을 얻었고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유튜버로서는 최초로 독일 최고의 과학 저널리스트에게 수여되는 ‘게오르크 폰 홀츠브링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자는 ‘볼 수도 없고 얻는 것도 없는데, 작은 입자로 구성된 세계를 왜 상상해야 하는가’라는 사람들의 불평에 “화학은 아주 멋진 일이니까”라고 자신 있게 말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화학의 매력을 전파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려운 학문이 아닌 일상의 작은 관심으로 시작하는 올바른 화학적 사고를 갖춘다면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노벨과학상을 수상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9호(2019.11.04 ~ 2019.1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