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49호 (2019년 11월 06일)

현대차의 또 다른 도전, 수직 이착륙 가능한 ‘플라잉카’ 만든다

- 장애물 없어 자율주행에 유리
- 인재 영입·사업부 신설 등 미래 전략 한 축으로 급부상
- “2025년부터 시장 폭발적 성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서울 양재동 사옥 대강당에서 10월 22일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지만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개인용 플라잉카가 30%, 로보틱스가 20%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안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제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현대차그룹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이번엔 지상이 아닌 하늘길을 다니는 자동차 개발이다. 흔히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에어택시로 불리는 미래 도심형 이동 수단 ‘개인 항공기(PAV : Personal Air Vehicle)’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현대차그룹이 개발하려는 PAV는 ‘수직 이착륙’ 형태로 알려졌다. 수직 이착륙 PAV는 일반 자동차처럼 도로를 주행하다가 필요에 따라 수직 상승해 하늘을 나는 방식의 차량이다.

수직 상승이 필요한 이유는 활주로를 찾아 이동해야 한다면 PAV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직 이착륙 PAV를 개발하기 위해 자동차 이외의 모빌리티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 의왕연구소에 개발 부서를 신설하고 해외 인재를 수혈하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전담 부서 신설하고 핵심 기술 개발 총력

최근 현대차그룹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 핵심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을 전담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 Urban Air Mobility)사업부’를 신설했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모빌리티 사업 다각화로 현대차그룹의 항공 분야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UAM사업부는 도심에서 수직 이착륙은 물론 자율비행으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초소형 개인 항공기 개발과 상용화에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UAM사업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항공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UAM사업부를 이끌 책임자(사업부 담당 부사장)로 영입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다.

신 부사장은 1989년 NASA 산하 글렌리서치센터에 입사해 항공 안전과 항법 시스템 연구·개발을 담당했고 1998년 글렌리서치센터 항공안전기술개발실장, 2001년 항공연구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입사 19년 만인 2008년 동양인 최초로 NASA 최고위직인 항공연구 총괄본부장을 맡아 항공 연구와 기술 개발을 관리하는 최고 직위에 올랐으며 플라잉카와 무인 항공 시스템, 초음속 비행기 등 미래 항공 연구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신 부사장은 저공 비행용 교통 시스템 개발을 위해 미국 연방항공청(FAA)을 비롯해 구글·우버·보잉·제너럴일렉트릭(GE)·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등 도심 항공 모빌리티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신 부사장과 UAM사업부를 통해 미래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의 사업 계획과 로드맵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지속적인 외부 수혈로 전문 인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와 모터, 경량 소재, 자율주행 등 자동차 제조 핵심 기술을 UAM 사업에 적극 활용해 사업 시너지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PAV는 복잡한 도시 이동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 혁신 모빌리티로 각광받고 있다. 교통 체증은 물론 장애물이 없는 하늘길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특히 현대차가 개발할 수직 이착륙 PAV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물류 운송비용 등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PAV는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빠르게 앞당길 수 있는 촉매제 역할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장애물이 많은 복잡한 도심은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걸림돌이었다.

자율주행차가 물체를 인식하는 데 필요한 레이더나 라이더, 고해상도 카메라, 이미지 센서 등은 상당한 기술까지 올라왔지만 아직 현재의 인공지능(AI) 기술로는 도로 위 돌발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하기 힘들다.

하지만 장애물이 없는 하늘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지상보다 더 낮은 자율주행 기술로도 상용화가 가능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PAV 개발을 발표한 후 기자들과 만나 “비행 자동차가 레벨5(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의 자율주행차보다 먼저 상용화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일단 공중으로 날아오르면 자율주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고 “지상과 달리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자율주행에 더 적합한 면이 있다”며 “기업 시장과 개인 시장이 함께 상용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2025년 전후로 PAV 상용화 예상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난 6월 열린 ‘우버 엘리베이트 서밋’에서 벨 넥서스가 선보인 하늘을 나는 택시 ‘플라잉카’의 콘셉트 모델. 우버는 2023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하지만 PAV 개발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이 덜 된 상황이다. 보잉·에어버스·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포르쉐 등 항공기·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구글·우버·아마존·DHL·UPS 등 170여 개의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은 초기 단계다.

일단 전문가들은 제도와 인프라가 갖춰지는 2025년 전후로 PAV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가장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우버의 ‘우버에어’ 서비스가 2023년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고 2025년 PAV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르쉐 컨설팅은 2035년 PAV 수요가 1만6000여 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고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PAV 시장이 1조5000억 달러(약 18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PAV 개발에는 정부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주무 부처로 정하고 ‘자율비행 개인 항공기 개발 사업(OPPAV)’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5월부터 2024년 4월까지 60개월에 걸쳐 총 480억원을 투자해 PAV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PAV는 자동차·항공·정보기술(IT)을 창조적 파괴로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융·복합 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항공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베셀(2인승 경항공기 KLA-100 개발)과 ICT 업체인 두타기술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현대차그룹은 모터와 배터리 개발을 담당하기로 했다.

OPPAV 사업을 통해 정부는 2024년 비행 시험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미래차 산업 생태계로 신속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부품 기업 중 전장 부품 기업 비율을 올해 4%에서 2030년 20%로 높일 계획이다.

다만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불확실성도 그만큼 크기 때문에 정부는 컨트롤타워 격인 ‘미래차 전략회의’를 신설하고 차·부품·IT 업종 간 ‘얼라이언스’와 노사정 포럼을 적극 활용해 대처할 방침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9호(2019.11.04 ~ 2019.11.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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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11-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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