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여론 질타에 대응 나서…‘연령별 노출’ ‘카톡 실검 폐지’ 개편 방안엔 온도차
기업 광고판 된 ‘실시간 검색어’…‘개선’한다고 달라질까?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직장인 A 씨는 출근 후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실시간 검색어를 찾아본다. 시간이 부족한 A 씨가 평소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A 씨를 비롯한 네티즌들은 최근 실시간 검색어를 통한 사회적 이슈 파악이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물광크림’, ‘**반값 대란’ 등 생소한 키워드가 있어 궁금증에 눌러보면 어김없이 광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시간 검색어는 사람들의 관심과 실시간 이슈를 반영한다. 하지만 실시간 검색어가 ‘기업 광고판’으로 변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하루가 다르게 실시간 검색어를 뒤덮는 기업 광고를 보며 포털 이용자들은 피로감과 허무함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중요한 이슈일까 싶어 눌러보면 어김없이 의미 없는 광고가 뜨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9월 1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실검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1위 19개 중 15개(78.9%)가 기업 상품 홍보를 위한 초성 퀴즈 이벤트였다.

특히 11월은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이해 대부분의 커머스업계가 실검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때문에 특정 시간에는 전체 실검의 80% 이상이 기업 상품 홍보를 위한 이벤트로 도배되고 있다.

◆실검 마케팅, 네이버 광고 수익과 연계돼

이처럼 기업 광고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네이버 검색어 알고리즘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기 때문이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특정 기준 시간 내에 사용자가 검색창에 집중적으로 입력해 과거 시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위가 급격하게 상승한 비율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이렇다 보니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키워드보다 갑자기 조명된 이슈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를 확률이 더 높다.

기업들은 이런 네이버 검색어 알고리즘을 이용해 ‘실검 마케팅’을 실시한다. 실검 마케팅은 특정 검색어를 통해 유입되는 소비자들에게 할인 쿠폰이나 쇼핑 지원금, 이벤트 참여 기회 등을 제공하는 마케팅 방법이다.

실검 마케팅이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A 기업이 “10시 네이버 검색창에 ‘**물광크림 반값 할인’을 검색하세요”라고 광고한다. 물광크림 반값 할인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은 해당 시간에 네이버 검색창에 동시에 해당 키워드를 검색한다.

네이버 검색창에 해당 키워드를 검색한 소비자들은 기업의 이벤트 페이지로 연결된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검색한 ‘**물광크림 반값 할인’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고 물광크림 반값 할인에 관심이 없던 소비자들도 해당 키워드를 접하게 된다.

실검 마케팅이 효력을 갖는 이유는 기업들이 대부분 실검 마케팅과 네이버의 ‘브랜드 검색’ 광고를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검색’ 광고는 브랜드 관련 키워드를 검색할 때 해당 브랜드의 내용이 다양한 이미지와 함께 통합 검색 결과의 최상단에 노출되는 네이버의 광고 상품이다.

이 때문에 실검 프로모션과 ‘브랜드 검색’ 광고를 동시에 진행하면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라온 기업 키워드를 소비자가 누르기만 해도 기업의 이벤트 페이지를 띄울 수 있는 것이다.
기업 광고판 된 ‘실시간 검색어’…‘개선’한다고 달라질까?
◆검색어 입력하면 적립금·할인 혜택

플랫폼 사업자인 ‘토스’나 ‘캐시슬라이드’는 이 같은 실검 마케팅을 자사 광고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최근 토스나 캐시슬라이드 등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실검 마케팅을 유도하는 이유는 수많은 플랫폼 사용자들의 ‘화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스나 캐시슬라이드는 퀴즈 이벤트를 통해 사용자들을 검색어 입력으로 유도한다. 사용자들이 퀴즈 힌트를 얻기 위해 이들이 제시하는 기업 키워드를 네이버 검색창에 검색해야 한다. 토스나 캐시슬라이드는 사용자가 퀴즈를 풀면 적립금을 준다.

광고주들이 실검 프로모션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엄청난 광고 효과 때문이다. 월평균 3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네이버 포탈에 접속한다. 지속적으로 소비자를 확보해야 하는 기업으로선 실검 프로모션을 통해 유입되는 방대한 양의 소비자는 절대 무시하지 못할 수치다.

티몬은 4월 1일 실검 마케팅을 통해 진행한 프로모션에서 출범 이후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 10월 24일 실시한 ‘티몬 크리스피크림’에서도 실검 1위는 물론 전체 수량 매진, 동시 접속자 수 30만 명 초과 등 성공적인 성과를 이어 갔다. 기업입장에서는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소비자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실검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토스·OK캐쉬백·캐시슬라이드 등 플랫폼 회사 또한 1회 3000만~6000만원이라는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광고 상품이기에 자발적으로 실검 프로모션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

네이버로선 “포털 사업자로서 실시간 검색어에 임의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광고 사업이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도 ‘광고 매체’로 얻는 수익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업의 실검 프로모션은 모두 쿼리 수(검색량) 증가에 따라 과금되는 네이버의 ‘브랜드 검색’ 광고 상품을 활용하기 때문에 네이버도 실검 마케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성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네이버측은 브랜드 검색광고로 인한 이익보다 손해가 더 많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마케팅으로 네이버에게 발생하는 이익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기업의 사업적 키워드 노출 유도 행위로 인해 네이버의 이용자 불만이 증가하고 있으며 결국 서비스 이용자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포털의 실검 마케팅을 두고 다른 의견을 펼치고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 개최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관련 토론회에서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정치적 표현물인지, 상업적 표현물인지에 따라 내용 규제의 수위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이용자들은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의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을 모두 인지하고 있고 똑똑하다”면서 “인터넷 이용자 조사 결과 대부분의 이용자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폐지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의견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정부나 국회에서 가이드라인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기업의 경영 자율성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사업자들이 알아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네티즌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실검 마케팅을 향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네이버는 ‘실검 프로모션’에 대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10월 31일 급상승 검색어를 연령대별로 볼 수 있도록 개편했다. 예를 들어 20대 이용자에게는 20대가 많이 찾은 검색어가, 40대에게는 40대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검색어가 먼저 뜨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11월 1일 이벤트와 할인 정보 키워드가 선택적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먼저 이벤트와 할인 정보 키워드 노출 정도를 조정하는 기능을 제공하기로 했다.

추가로 시사·엔터테인먼트·스포츠 등 사용자가 관심 있는 분야의 가중치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벤트와 할인 정보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는 관련 급상승 검색어를 더 많이 볼 수 있어야 하고 관심 없는 사용자는 덜 볼 수 있는 선택 기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키워드 제한이 로그인 환경에서만 제공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근 언론과 여론의 지적에 따라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포털 사업자로서 모든 검색어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상업적 키워드나 정치적 키워드에 대해서는 임의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검색어 키워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조작' 등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는 실검 개편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는 10월 25일 카카오톡 내 샵탭에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네티즌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1월부터 ‘행운 퀴즈’ 운영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도입한다. 이번에 토스가 도입한 새 가이드라인은 검색 제안 문구 대신 ‘힌트 확인하기’ 버튼을 눌러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나 별도의 프로모션 페이지에 직접 연결한다.

토스 관계자는 “행운 퀴즈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보장하는 서비스가 아니지만 해당 논란에 대해 충분히 공감했다”며 “현재 프로그램 간격에 일정 제한을 두고 있고 11월 중순부터 보다 강화된 형태로 서비스를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0호(2019.11.11 ~ 2019.11.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