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경영 환경 둘러싼 문제들은 갈수록 ‘복잡다단’
-과거 성공에만 도취하면 균형감 잃어
과거 10년이 지금의 6개월...급변하는 시대에 갖춰야 하는 ‘균형’

[김광진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시대의 흐름이 빠르다. 과거에 10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나타났던 것들이 이제는 순식간에 구현된다. 얻어낸 결과물이 퇴장하는 속도도 마찬가지다. 신제품 또는 신기술이 이른 시간 내에 퇴물이 되고 사라진다.

바꿔 말하면 10년 동안 대비하고 준비하면 될 것들을 이제는 6개월 안에 예측하고 준비해야만 살아남을 가능성을 확보하는 속도가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더 커져만 가는 불확실성은 이 속도에 예상하지 못한 에러와 문제를 발생시킨다. 원하는 만큼 실행하기 어려운 민첩함, 시장을 리드하는 예리한 판단과 전략·전술, 예상 시나리오가 먹히지 않는 비즈니스 흐름, 점점 더 복잡해지는 이슈와 문제들이 다양하다.

쉽지 않은 것들뿐이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모두가 마음도 생각도 행동도 바쁘다. 주위를 보면 이런 변화 속에서 누군가는 잘살고 누군가는 망한다. 단지 ‘얼마나 똑똑한가’, ‘좋은 전략이 있는가’, ‘사업 기회를 잘 잡는가’ 하는 이슈만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차이는 무엇일까. 평소에 폭넓은 혜안을 보여주는 이들이 말하는 단어는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균형’이다. 자연의 법칙이자 이 세상의 진리에 가까운 핵심이다.

◆기업 경영의 성패를 가늠하게 될 것


균형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들 수 있는 좋은 예가 ‘호르몬’이다. 우리 몸의 호르몬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병이 생기는 것도 이런 자연의 균형 때문이다.

기사들의 왜곡 현상 역시 균형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수많은 가짜 뉴스들이 객관성이라는 균형을 잃고 사실 여부를 떠나 노출되고 있다. 별 의심 없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점점 사람들이 팩트에 관심이 없어지고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요구하면서 건전한 토론의 장이 실종되고 있다.

균형은 앞으로의 개인과 조직은 물론 기업 경영의 성패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세라고 하는 인공지능(AI)이 막강해지는 상황이 될수록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균형은 ‘정답’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해답’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균형이 심각하게 흔들리거나 깨지고 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사람 사이에 발생하고 비상식적인 일들로 사회와 조직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개인의 삶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를 가지고 모인 조직에서도 나타난다. 아니 더 심하게 도드라진다.

때로는 합리성을 추구하기 위해 중시되는 집단지성이라는 긍정적인 단어의 이면에서도 정치적이든 전략적이든 한쪽으로 편향되고 기울어진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흔들리는 기업들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전략들을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어떠한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간절함이 당위성으로 포장되고 균형감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과 다양한 시각을 가진 구성원들의 목소리들이 무시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상을 심각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는 균형감을 한 번 잃기 시작하면 여기에 대한 인식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지 4~5년간의 경력과 경험만으로도 한 분야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자칭 전문가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자기들만의 성을 쌓고 모든 것을 합리화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급선무는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


이런 과정 속에서 많은 경영자와 조직의 리더들이 균형감을 잃고 결국 조직은 점차 수렁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균형을 잃어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10년이 지금의 6개월...급변하는 시대에 갖춰야 하는 ‘균형’
첫째, 성공 경험 때문이다. 값졌던 성공 경험은 다시 한 번 성공 신화를 쓰게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확신이 궤변에 가까운 믿음과 소신까지 만들어 낸다.

이런 성공의 경험을 믿음의 원천으로 삼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합리성과 자기 인식의 정도에 따라 외곬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소신과 욕심 그리고 기울어진 경험을 통해 갖게 되는 고집 때문에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둘째, 피해 경험 때문에 생기는 불균형이다. 성공 경험과는 반대의 경우다. 실패의 교훈이라는 건설적 배움의 과정보다 피해 의식을 갖게 되고 이 영역을 건들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때는 판단과 행동에 전제를 갖고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영역을 쌓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합리적인 계획과 실행에 충만해 한다.

만약 스스로 쌓은 ‘작은 성’에 방해가 되면 어떻게든 그 요소들을 제거한다. 타인에 대한 신뢰를 갖는데 무척이나 어려워한다.

위의 두 가지 원인의 공통점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선택적 사고방식인 ‘확증적 편향’에 빠져 허우적댄다.

셋째, 빠른 속도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론만 알지 경험이 없다 보니 정보가 없고 문제와 이슈에 대해 본질을 보지 못한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편향으로 인해 중요한 한 가지를 빨리 선택해야만 하는 의사결정 방식도 흔들림을 심하게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균형감을 찾고 또 균형을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는 가치가 바로 서야 한다. 변수가 많아질수록 구심점이 더 견고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세상 모든 것이 이익과 계산의 함수를 가지고 있지만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이 중요한지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개인이나 조직 구성원들에게 중요하게 공감이 되는 기준이 있어야 하고 그 가치가 모든 생각과 의사결정, 경영 활동, 비즈니스에 영향을 끼치거나 스며들어야 한다.

다만 이런 비전과 가치를 아직도 형식적이거나 혹은 일회성의 포장으로 여기는 최고경영자(CEO)나 리더들이 많아 참으로 안타깝다.

둘째는 유연함을 길러야 한다. 변화의 흐름과 생각의 다양성을 담아내고 소화할 수 있는 그릇을 갖춰야 한다. 그릇의 크기에 따라 개인과 조직의 성장이 달라지는 것은 자명하다. 실패를 통해 성장한 사람들의 말처럼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하나의 답 혹은 분명한 지침을 원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실 요즘 모든 조직에서 심각한 문제인 세대 간의 갈등도 하나의 답이나 평균값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잡고 있는 것의 반 정도는 덜어내야만 다른 것 혹은 새로운 것을 수용하고 포용할 수 있다.

셋째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하버드 행동력 수업’이라는 책을 발간한 가오위안이라는 잠재력 개발 분야의 권위자 중 한 명의 얘기를 빌리자면 이렇다.

스스로를 제대로 보고 마음을 단련하고 외부의 것을 승화해 내면의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성찰을 바탕으로 버릴 것과 취할 것을 냉철하게 구분하고 우선순위를 노련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리더라면 조직 내부의 생각과 목소리에도 진중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앞에서 하는 달콤한 소리는 항상 솔깃하다. 문제는 자기만 매우 똑똑한 줄 안다는 것이다. 묵묵히 중심을 잡는 사람이 바보여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균형을 대표하는 멋지고 진중한 말이 있다. 중용이다. ‘역린’이라는 한국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인용된 ‘중용 23장’의 글귀를 보면 정말로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균형과 중용은 쉽지 않지만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와 조직에 꼭 필요한 능력이자 견지해야 할 덕목일 것이다.

기업이 균형을 잃으면 성장 자체가 힘들다. 아니 힘에 겨워서 성장하다가 쓰러진다. 그리고 잘못된 신념이 틀을 잡고 고정관념이 되기 시작하면 그때는 더 힘들어진다. 순식간이다. 발걸음의 속도가 전부가 아닌, 그 속도의 안정성을 지켜줄 균형감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코너를 돌 때 전복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당신이 CEO라면 균형을 위해 우리 조직이 지금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자.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3호(2019.12.02 ~ 2019.12.0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