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실적에 이마트 첫 외부 수혈…현대백화점도 전격 ‘세대교체’
‘수장 대거 교체’…오프라인 위기에 파격 인사 카드 꺼낸 유통 공룡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올해 2분기 처음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며 충격에 빠졌던 이마트에 지난 10월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6년간 대표 자리를 지켜왔던 이갑수 대표가 갑작스럽게 물러나고 그 자리에 강희석 대표를 신규 선임한 것이다. 이갑수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였다.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매년 12월 초 정기 인사를 단행해 온 신세계그룹이 이마트 부문만 인사 시점을 한 달 이상 앞당긴 데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수혈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이다.

강 대표는 11월 18일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각 부서로부터 현황을 보고 받으며 업무를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취임 초기인 만큼 업무나 조직 구성은 이전과 동일한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를 시작으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잇달아 수장을 교체하는 등 거친 ‘인사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최근 이커머스 등의 약진에 밀려 성장이 멈추거나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침체된 내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새로운 ‘혁신’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위기감이 인사를 통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1960년대생 ‘젊은 피’ 전면에 배치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그간 조직을 이끌어 왔던 1950년대생들이 대거 물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단행한 인사를 보면 1960년대생 ‘젊은 피’들이 실적 개선을 이끌 구원투수로 새롭게 등장하며 수장의 자리를 꿰차는 모습이다.

새롭게 이마트를 이끌게 된 강 대표는 1969년생이다. 1957년생인 이 전 대표보다 열두 살이 어리다. 행정고시 38회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근무하다 2005년 베인앤드컴퍼니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09년부터 이마트의 컨설팅을 담당하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마트의 해외 진출을 비롯해 전문점 사업 등 다양한 조언을 건넸다는 후문이다.

이런 부분을 높이 평가받아 이번에 아예 이마트 수장으로 그를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그는 디지털 전환, 채널 전략, 신사업 발굴, 글로벌 진출 등을 전문 분야로 삼아 왔다.

내년부터 이마트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에 다양한 온·오프라인 혁신 전략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유통업계에서도 유독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현대백화점그룹도 예년보다 다소 이른 11월 25일 인사를 단행했는데 그룹의 핵심인 현대백화점에 1960년생인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 사장을 배치했다.

그간 조직에서 인수·합병(M&A)과 신사업 등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며 활약해 온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박동운 현대백화점 사장은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 밖에 윤기철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이 현대리바트 대표이사 사장에, 김민덕 한섬 경영지원본부장은 한섬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1960년대생 젊은 경영진을 전면에 포진한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며 “이를 통해 그룹의 미래를 대비하고 지속 경영의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된다.

◆예상 뒤엎는 인사 이어져


무엇보다 그룹 차원에서는 현대백화점의 실적 개선에 거는 기대가 크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3분기까지 약 1870억원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전년(약 2580억억원) 대비 27% 정도 영업이익이 줄어들어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취임한 김형종 사장은 내년도 실적 개선을 위한 해법 마련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다. 이미 뛰어난 경영 능력을 입증한 바 있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해법을 마련해 나갈지 향후 현대백화점의 행보 또한 주목된다.

예컨대 김형종 사장은 현대백화점이 한섬을 인수한 2012년부터 한섬을 이끌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2012년 5000억원대였던 한섬의 매출은 지난해 약 1조3000억원으로 늘어났고 영업이익도 개선됐다. 브랜드 구조조정을 통한 과감한 사업 재편과 ‘노세일’ 방침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세대교체는 아니지만 다른 형태의 파격 인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내부적으로 사장 인사에 대해 어느 정도 얘기가 돌고 예측이 가능했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11월 29일 장재영 신세계 대표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차정호 대표를 신세계 대표로 맞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예상을 뒤엎는 인사였다.
‘수장 대거 교체’…오프라인 위기에 파격 인사 카드 꺼낸 유통 공룡들
2012년 말부터 신세계백화점을 이끈 장재영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의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실적을 개선하는 활약을 펼쳤다. 내년에도 그가 계속 신세계백화점을 이끌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를 대신해 신세계백화점 사장이 된 차정호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급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2017년 그가 취임한 이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진출했던 화장품 사업이 흑자로 전환되는 등 급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취임 전인 2016년과 비교했을 때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은 약 24%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두 배 정도 늘었다.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내년 신세계백화점에도 다양한 새 옷을 입힐 것으로 관측된다.

이른바 ‘유통 빅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가운데 이제 남은 것은 롯데다. 롯데쇼핑 역시 올해 부진한 실적을 이어 가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약 3840억원으로 전년(약 5070억원)과 비교할 때 24% 정도 줄었다.

게다가 핵심 임원들의 나이도 많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할 때 신세계와 현대 못지않은 파격적인 인사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략 12월 중순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4호(2019.12.09 ~ 2019.12.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