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촉각까지 느낄 수 있는 확장현실 기술…2030년까지 300억 달러 시장으로 성장 예상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지난 1월 10일 막을 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0’에서 ‘확장현실(XR : Extended Reality)’이 화두로 떠올랐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아우르는 XR은 ‘경험의 확장’이 핵심이다.
AR·VR 넘어 XR의 시대가 왔다
실제 환경과 가상 환경의 조화 꿈꾼다
VR은 가상의 현실을 다룬다. 특정한 가상의 환경을 새롭게 만들어 내고 사용자의 오감을 제어해 그 가상을 실제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이 VR의 목표다. 현실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과는 다른 현실을 강조하기 위해 VR이라고 한다.

VR은 그 자체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격 의료, 관광, 인력 훈련, 스포츠, 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면서 몰입감을 높인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특히 게임에서 널리 활용됐다.

AR은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그 위에 다른 무엇을 추가하는 개념이다. AR 사용자는 현실을 바라보지만 또한 현실 위에 증강된 또 가상의 물체를 함께 보게 된다. 밖이 보이는 글라스형 헤드셋을 사용하거나 휴대전화 카메라로 현실을 투영하고 그 위에 가상 정보를 입혀 주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AR 웨어러블 기기로는 구글 글라스가 있다.

VR과 AR은 각각의 장단점을 갖는다. VR은 몰입감은 높지만 현실과 괴리된다. AR은 현실을 기반으로 몰입감을 높이지만 체험할 수 있는 화면 크기가 한정돼 있다. 이 두 기술의 장점을 합친 게 혼합 현실(MR)이다. 시각·청각·촉각 등 오감 정보를 가상으로 접목해 더욱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MR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게 XR이다. XR은 VR·AR·MR 등 가상과 현실 경계를 허무는 서비스를 모두 포괄하면서 미래에 등장할 또 다른 형태의 현실까지도 담을 수 있다. 이번 CES 2020에서는 도래할 XR 시대를 엿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눈앞의 VR·AR을 즐겼다면 이제는 직접 그 안에 들어가 실감난 가상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테슬라슈트가 CES 2020에서 선보인 ‘테슬라슈트 글러브’가 대표적이다. 이 장갑을 착용하면 손의 촉각, 몸에 전달되는 충격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그간 VR에서 아쉬운 요소로 꼽히는 촉감을 강화하기 위해 테슬라슈트는 손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파악해 VR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장갑을 선보였다. 또 맥박과 같은 생체 신호를 읽는다. 예를 들어 VR 기기를 머리에 쓰고 이 장갑을 끼면 VR에서 친구와 악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손가락을 구부릴 때의 힘까지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를 맞아 XR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지난해 말 미국 마우이 그랜드 와일레아 호텔에서 ‘스냅드래곤 테크서밋’을 통해 5G 기반의 XR을 지원하는 퀄컴 스냅드래곤 XR2 플랫폼을 선보였다. 퀄컴은 XR을 구현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5G를 결합하고 사용자가 몰입감을 높일 수 있도록 맞춤형 시각 효과와 상호 반응 음향 기술 등을 스냅드래곤에 더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VR 기기에 달린 카메라가 손놀림을 정교하게 읽는 기술을 공개했고 올해 초에는 VR판 페이스북 호라이즌을 선보인다.

영국의 시장 조사 기관 아이디텍이엑스가 발표한 ‘증강·혼합·가상현실 2020~2030’ 보고서에 따르면 XR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300억 달러(약 35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1호(2020.01.27 ~ 2020.02.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