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63호 (2020년 02월 12일)

[김용우의 경영전략] ‘두려움 없이 말하는 조직’이 살아남는다

-리더 한 명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시대…‘심리적 안정감’ 부여가 핵심 




[김용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망망대해에 예측할 수 없는 거센 폭풍우가 몰아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경험 많고 뛰어난 선장의 지시에 따라 모든 선원이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다. 반대로 모든 선원이 현장의 상황을 즉시 공유하며 전체가 하나처럼 움직일 수도 있다.

최근 기업들을 둘러싼 경영 환경도 마찬가지다. 예측할 수 없는 거센 폭풍우가 수시로 몰아친다. 우리 조직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아무리 경험 많고 뛰어난 리더라도 혼자 모든 것을 챙길 수는 없다. 게다가 구성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 등 젊은 직원들은 과거와 달리 리더의 지시라고 해서 무조건 복종하지도 않는다. 결국 구성원 모두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변화 상황을 즉시 공유하고 문제를 드러내고 실수도 인정하며 서로 간에 빠르게 피드백해야 한다.



◆두려움은 ‘침묵’을 만든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렇게 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리더만 바라보고 침묵하는 조직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굳이 내가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괜히 말해서 혼나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어떻게 하지” 등과 같은 이유로 침묵한다.

이런 조직 문화에서는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가 나중에 큰 이슈로 바뀔 수 있다. 더 나은 업무 개선의 기회나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구성원들이 침묵하지 않고 무엇이든 말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25년간 심리적 안정감에 대해 연구한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최근에 써낸 ‘두려움 없는 조직’을 보면 해답이 나와 있다. 에드먼슨 교수는 구성원들의 침묵을 깨려면 ‘심리적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심리적 안정감을 구성원들이 업무와 관련해 그 어떤 의견을 제시해도 벌을 받거나 보복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조직 환경이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무슨 말을 해도 두렵지 않은 조직이다.

그의 말처럼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고 팀으로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환경에서는 무슨 말을 해도 두렵지 않은 심리적 안정감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래야 즉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해야 할 아이디어가 넘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양한 시도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심리적 안정감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답을 찾으려면 우선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회의를 하다가 이슈를 제기하고 싶은데 참은 적이 있는가. 아마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침묵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리더가 말하라고 시켜도 애써 다른 말로 피하기도 했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괜히 말을 꺼냈다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와 같은 질책을 받았던 기억이 생각나 그랬을 수 있다. 그냥 끝내면 될 회의를 길게 만든다는 동료들의 시선 때문일 수도 있다. 또 누군가를 당황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 될 때도 있다. 특히 상사의 상사에게 얘기할 때는 더 조심스럽다.

이처럼 침묵은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에 생긴다. 그리고 어차피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학습된 무기력 때문일 수도 있다.

많은 조직에서 침묵을 깨기 위해 노력하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침묵한 개인에게 즉시 이득이 생기기 때문이다. 문제를 제기하면 조직에 이득이 되지만 그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문제를 제기한 개인에게 문제 해결에 따른 이득이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 침묵은 침묵한 자신에게 이득이 있다. 즉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은 회의가 끝난 후 웅성거리면서 답답함을 풀어 버리면 된다.



◆현실에선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는 없다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침묵하는 조직은 좋을 성과를 내기 어렵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적인 리더가 있거나 무척 운이 좋다면 좋은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휴대전화 사업의 글로벌 최고 기업 노키아의 몰락은 두려움이 만연한 기업 문화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응우옌 후이 프랑스 인시아드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노키아 엔지니어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경영층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 두려웠다. 해고나 강등의 위협이 흔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경영진에게 현실과 다른 내용들이 보고됐고 점점 더 어려워진 휴대전화 사업부를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면서 백기를 들었다. 다행히 교체된 경영진은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규칙부터 수립하고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조직에 공을 들이면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노키아처럼 두려움이 가득한 기존의 문화를 걷어내고 무슨 말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구성원들을 침묵하게 만드는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사람들은 항상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고 걱정한다. 특히 직장 상사는 더욱 더 신경이 쓰인다. 이것은 무리에서 떨어지면 죽을 수 있다는 오래된 유산이기도 하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서 안전하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 눈을 맞추거나 친근한 말투나 표정 등 평상시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고 안전하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것이다. 또 리더가 모든 것을 알고 해결하는 영웅적 모습보다 스스로의 약점을 드러낼 필요도 있다. 이것이 자신에게 솔직한 진정성 있는 리더의 모습이다.

제프 폴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자신에게 약점이 있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계속 내보내면 누구나 불안해하지 않고 도와줄 수 있다. 그런데 약점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면 상대방 또한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고 하고 매 순간 불안감으로 가득 차게 된다”고 말했다.

리더는 자신이 모든 답을 알고 있지 않고 자기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겸손함으로 구성원을 이끌어야 한다.

구성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청해 보자. “불확실한 환경이다. 과거의 경험이 통하지 않는다. 요즘 세대인 여러분들이 더 똑똑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성과는 혼자 할 수 없고 상호 의존적으로 연결돼 있다.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리고 질문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질문은 답변하는 상대방이 진정으로 의미가 있다고 느낄 때 효과가 있다. 답이 이미 정해진 듯한 질문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말한 것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나요”와 같은 질문은 자칫 대안이 없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다. “우리가 빠뜨린 것은 없을까요”와 같이 진정으로 답을 모른다는 태도로 물어야 한다.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고객 가치 


구성원들의 두려움을 줄였다면 이제는 침묵보다는 무슨 말이든 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말해줘 고맙다고 표현해야 한다. 결과는 다음 문제다. 리더에게 다소 황당한 말이라도 그렇다.

구성원들이 업무의 성과, 즉 결과가 유일한 평가 지표라고 느끼면 섣부르게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도 평가에 반영된다고 믿게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내일을 알 수 없는 환경에서 결과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따라서 매 순간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능한 한 일찍 피드백을 줘야 한다. 구성원의 이야기에 감사 표시만 하고 그 결과를 알려 주지 않는다면 바로 실망할 것이다. 특히 빠른 것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동기부여하려면 즉시 피드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문화 강연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전 사원을 대상으로 매주 실시하는 최고경영자(CEO)와의 대화에서 한 직원이 “매번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CEO는 늘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CEO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한 번이라도 이야기를 끊으면 다시 말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중요한 가치,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중에 ‘잡답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라는 가치가 있다. CEO가 직접 실천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이 회사는 직원들의 이야기에 반응하는 버킷 리스트를 만들고 하나하나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구성원들이 뭐든 편안하게 말하는 심리적 안정감이 높으면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너무 편해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에드먼슨 교수는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데 업무 수행 기준이 낮다면 안주하는 조직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높은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높은 업무 수행 기준이 있어야 학습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조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높은 업무 수행 기준을 매출과 생산량 등 숫자 목표로만 생각한다면 다시 두려움이 만연한 조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편법이라도 쓴다면 조직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고객에게 주는 가치다. 그 결과로 매출이 달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고객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것은 거의 모든 회사의 미션이나 비전에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회사의 가치관을 지키는 것은 진실로 두려워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의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창조적인 실패는 언제든 축하하고 빠르게 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 실패의 두려움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두려움보다 심리적 안정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과 상호 의존성이 높아지는 세상이다. 뛰어난 리더 혼자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민첩하게 움직여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려면 구성원들이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야 한다. 지금 우리 조직은 침묵하는지 아니면 시끄러운지 진지하게 돌아보자.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3호(2020.02.10 ~ 2020.02.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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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2-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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