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용인클러스터는 중장기 성장위해 꼭 필요해"
시작부터 ‘삐끗’…SK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 순항할까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역시나 쉽지 않다. 각종 규제, 자금, 반도체 시황, 글로벌 경기 등 넘어야 할 산이 태산인데 시작 전부터 삐걱댄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무엇 하나 긍정적인 것이 없다.

SK하이닉스가 2018년 12월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2021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이면 용인산(産) 반도체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여느 개발 사업이나 조성 사업이 그렇듯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인허가, 환경 평가 등 사업 검토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더욱이 최근 수년간 최대 호황을 이어 오던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지난해 급격히 나빠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26조9907억원, 영업이익 2조7127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33.3%, 영업이익은 87% 감소한 수치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이 급감했다. 여기에 올해 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 공장의 일부 라인도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지연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 내부 관계자는 “일단 지방자치단체의 환경 평가에서 인허가 문제가 발생했지만 지연되지 않을 수 있도록 최선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 앞에 놓인 암초는 환경 평가다. 사업 조성지와 인접한 안성시가 하수 처리 과정에서 안성으로 흘러들 수 있는 방류 계획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 “사업 늦어져도 거주민들의 삶이 우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용인 일반산업단지가 처인구 원삼면 일원 448만㎡에 1조7904억원을 들여 차세대 메모리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용인시가 발표한 사업 계획을 보면 하루 발생 오·폐수 61만여㎥ 중 하수 처리 과정을 거친 처리수 37만여㎥를 용인에서 안성으로 이어지는 한천에 방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안성시는 한천 일부가 인근 고삼저수지(저수량 1521만 톤)로 유입되고 일부는 안성을 관통해 안성천과 연결되는 만큼 방류를 반대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안성시 공공 수역으로 방류되는 하루 하수 처리량이 6만여㎥인 것을 감안하면 이의 6배가 넘는 처리수가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단지에서 한천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안성시 측은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용인에 있는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오·폐수는 용인 내에서 처리돼야 하는데도 한천으로 방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삼저수지 인근 친환경 농업에도 막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현재 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안성 지역 의견을 수렴하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본안을 반려 처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용인시 관계자는 “처리수는 상류에서 하류로 방류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성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다만 다른 지역에 있는 반도체 공장 발생 처리수 방류 사례들을 볼 때 처리수로 인해 심각한 오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자체 간의 갈등 기류도 감지된다.

일단 SK하이닉스 측은 지역 주민을 비롯한 지자체에 피해가 최대한 미치지 않도록 관련 법규와 대책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최적의 방안을 찾아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사업이 늦어지더라도 거주민들의 삶이 우선”이라며 “공장 설립으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어려움 따르지만 용인클러스터는 반드시 필요

자금도 문제다. 계획상으로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120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부지 조성과 기초 공사 등에 들어가는 자금 1조6000억원을 비롯해 1곳당 약 30조원의 투자금이 들어가는 반도체 팹(실리콘 웨이퍼 제조 공장) 공장 4곳을 짓기로 했다.

자금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모으기로 했는데 쉽지 않다. 반도체 시황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D램을 주축으로 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2위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결국 감산까지 단행했다.

반도체 수요 감소에 미·중 무역 분쟁, 여기에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까지 연이어 터지자 극약 처방을 택한 것이다. SK하이닉스가 감산에 돌입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반도체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었다.

결국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매출 33.3%, 영업이익 87% 급감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악의 부진으로 직원들은 올해 초 초과이익성과급(PS)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2019년 초 전년도 PS 1000%를 받았던 것과 견줘보면 SK하이닉스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SK에 인수된 첫해에 성과급이 없었던 것을 제외하고 ‘제로 성과급’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 실적 악화의 주범은 반도체 가격의 급락이다. 2018년 4분기부터 본격화된 반도체 수요 감소로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내내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공급 과잉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직결됐다.

올해 1월 말에는 D램 가격이 2.84달러로 전달보다 1.07% 상승하며 시황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코로나19가 반등세를 보이던 D램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열흘간 보합세를 유지하던 PC용 D램 현물 가격은 수요 부진 우려에 2월 17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 조사 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기준)의 개당 현물 가격은 2월 20일 3.31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1월 20일 가격(3.35달러)보다 1.2% 하락했다. D램 1개당 현물 가격은 2월 4일 3.48달러를 기록한 후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하락률도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로서는 모처럼 반등했던 D램 등 메모리 가격 하락이 뼈아프다. 자칫 코로나19가 장기화된다면 중국 공장의 가동 중단까지 이어질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천 공장에서 감염 의심자가 나와 사업장 일부를 폐쇄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당장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투자금을 모으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일단 지자체의 인허가와 환경 평가 등의 문제를 조심스럽게 처리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특성상 대부분의 자금은 공장이 완료된 후 장비 구입에 들어가게 된다”며 “당장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자금 부담은 없지만 부지조성이 진행되면 SPC로 부터 분양받아 2022년에 공장 착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차세대 D램 생산을 위해 2018년 말부터 공사에 들어간 이천의 ‘M16’ 신공장 완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천 신공장은 올해 말 뼈대 공사가 완공될 예정으로 본격적인 장비가 들어오게 되면 약 15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들어가게 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성장세가 큰 메모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 M16 구축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속 발전하기 위해 용인 클러스터는 반드시 필요한 만큼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성실히 소통하며 관련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