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이해관계·사내정치보다 ‘일의 본질’이 먼저…리더십은 솔루션보다 진심이 더 중요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찾은 낭만적으로 일하는 방법 [김한솔의 경영전략]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낭만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다.

만약 낭만이라는 단어가 비즈니스 현장에 들어온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현실성이 없다거나 세상 물정 모른다고 무시 받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얼마 전부터 그런 낭만도 꾸준히, 뚝심 있게 밀어붙이면 현실에서도 먹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됐다. 시즌2가 제작되며 최근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낭만닥터 김사부 2’를 보면서다. 낭만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하게 하는 장면을 함께 따라가 보자.

◆장면1-김사부가 일을 대하는 태도


교통사고가 나서 의식 불명 상태의 환자가 도착했다. 그런데 하필 환자가 국방부 장관이다. 게다가 지병 때문에 지혈이 쉽지 않아 수술마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 김사부가 수술 준비를 한다. 잘 살려내기만 하면 미디어에서 영웅으로 만들어질 준비가 된 상태다.

그런데 병원 내 미운 털이 박힌 김사부의 공을 가로채기 위해 박민국 교수라는 유능한 의사가 파견됐다. 이때 환자에게 위급 상황이 닥쳤다. 그 환자를 누가 맡을 것인지를 놓고 두 사람의 갈등이 벌어진다.

박민국 교수가 김사부에게 “장관님의 수술이 잘못되면 책임질 수 있습니까”라고 소리친다. 이 질문에 대해 김사부는 “‘살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어야지”라며 되받아친다. 이 호통에 박민국 교수는 할 말을 잃은 채 물러서고 김사부는 긴박한 위기 상황을 넘긴다.

‘책임질 수 있습니까’와 ‘살릴 수 있습니까’ 중 의사가 해야 할 말은 무엇일까. 환자의 병을 치료해 건강한 삶을 주는 게 의사라고 생각하면 답은 쉽다. 결국 내 일이 달성해야 하는 ‘본질’이 무엇인가에 집중하면 고민할 게 없다.

그렇다면 조직에선 어떨까. 사람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지는 않지만 하나의 결정으로 큰 수익을 내거나 반대로 손실을 볼 수 있다. 부서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이때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까.

본질만 생각한다면 김사부의 질문을 인용해 “이 일이 성과가 나도록 잘 마무리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이런 질문을 받는다. “잘못되면 책임질 수 있어요”, “당신 부서가 수습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이다.

조직의 일은 책임 소재를 따지며 누가 누구보다 잘하나 못 하나를 결정하기 위한 게 아니다. 이건 사내 정치일 뿐이다.

오해하지 말자. 사내 정치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 자기편을 만들어 충분한 지원을 받아 내려는 노력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말하는 정치는 편을 가르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나쁜 의미’의 사내 정치다.

그 일이 정말 조직의 성과 달성에 도움이 되는지, 그를 위해 충분한 역량이 있는지,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를 논하는 관계가 건강한 조직이다. 만약 이것이 낭만이라면 우리 조직에서도 낭만적으로 일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장면2-김사부가 직원을 대하는 태도


흉부외과 전문의가 필요해 의사를 데려온 김사부. 그런데 안타깝게도 심장 수술을 해야 하는 그 의사는 수술실에만 들어가면 울렁증 때문에 구토를 하며 정신을 잃는다.

쉽게 말해 ‘운전 공포증이 있는 운전사’가 택시 회사의 직원이 된 셈이다. 의사가 많다면 굳이 수술실에 들이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가 일하는 돌담병원은 의사가 부족하다. 결국 김사부는 결단을 내린다.

수술 울렁증을 극복할 수 있는 ‘약 처방’을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한마디 덧붙인다. “너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고 싶지만 지금은 응급 상황이니까 내가 처방한 그 약 일단 먹고 수술방에 들어와.”

약의 힘 덕분인지 울렁증이 있던 의사는 이를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스스로 뿌듯함과 함께 김사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리더는 다양한 조직 구성원을 이끌어 성과를 내야 하는 사람이다. 결국 리더의 역할은 구성원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 가며 더 나은 업무 성과를 내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종종 리더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구성원을 키우고 육성하는 ‘정답’이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다.

사실 정답이 있으면 참 좋으련만 답은 없다. 그래서 구성원별 상황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누구는 업무 지식이 충분한데 실행력이 부족하다. 이런 직원에겐 매일매일 진척 사항을 공유하게 하는 등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억지로라도 뛰게 만들어야 한다.

정말 열심히는 하는데 방법이 서툴러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 직원도 있다. 업무 노하우가 많은 동료와 함께 일하게 하며 ‘일잘법(일 잘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

뭐 그렇게 챙길 게 많은지 리더 역할을 하기가 참 힘들다. 그런데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자. 어떨 땐 리더의 지원이 그리 거창하지 않아도 그러한 지지 행동을 보여줬다는 것 하나로 구성원이 변하기도 한다.

김사부가 수술 울렁증 극복을 위해 준 약이 사실 아무 효능도 없는 소화제일 뿐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솔루션이 아니라 구성원을 돕겠다는 진심일지 모른다. 그게 리더에게 필요한 낭만 아닐까.


◆장면3-김사부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


버스 전복 사고가 발생했다. 마침 그 버스 안에 김사부와 동료 의사가 타고 있었다. 응급 처치를 하며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데 중환자 2명이 남았다.

한 명을 살리려면 버스를 들어 올려 장애물을 치워야 하는데 그러다 잘못하면 다른 환자에게 영향을 끼쳐 쇼크가 올 수 있는 상황.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며 “확실하지 않은 확률로 위험을 감수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상대 의사에게 “확실하지 않은 확률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김사부. 결국 김사부는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둘 다 살려낸다.

일을 하다 고객사의 요청을 듣다 보면 ‘과연 될까’라는 좌절감이 밀려들 때가 있다. 포기하고 싶은 과업이 떨어질 때도 있다.

고민이 될 때 ‘그 일이 꼭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자. 만약 이에 대한 답이 ‘노(No)’라면 포기해도 된다.

방향성이 맞지 않는 일에 과도한 힘을 쓸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단 그 일을 준 사람에게 ‘이 일보다 다른 일이 더 중요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조직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선택지는 하나다. ‘되게끔’ 만들어야 한다. 자기 실력이 부족하다면 다른 사람이 하도록, 조직 내 자원이 필요하다면 추가 자원을 요청해야 한다.

김사부가 ‘둘 다 살려내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결정해 본인의 역량뿐만 아니라 다른 의사들의 힘을 모아 살려낸 것처럼 말이다.

중요한 것만 생각하고 이를 위해 집중하는 것. 이게 김사부가 주장하는 낭만이라면 조직에서도 이런 마인드는 필요하지 않을까.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찾은 낭만적으로 일하는 방법 [김한솔의 경영전략]
다만 여기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역량이다. 충분한 역량이 있어야만 김사부가 ‘낭만’을 외치며 어려운 수술을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도전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자. ‘불가능하다’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 있다면 그 후 이를 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말이다.

만약 이에 대해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면 김사부가 낭만적이라서 비현실적이라고 말하기 전에 본인 스스로 그런 기회조차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