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뉴 롯데’ 전략의 핵심으로…M&A 통한 공격적 확장 계획 눈길
‘회장님 주전공’ 석유화학에 힘준다…존재감 커진 롯데케미칼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롯데그룹의 성장 축을 담당해 온 롯데케미칼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통·호텔·석유 화학 등 3개 성장 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뉴 롯데’ 전략의 새로운 구상을 밝혔다. ‘뉴 롯데’ 전략의 중심에는 롯데케미칼이 있다.

규제와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입었던 서비스 중심 사업에서 탈피해 화학 사업을 키우고 국내보다 미국 등 해외 투자를 강화한다는 전략이 핵심이다. 특히 인수·합병(M&A)을 통한 석유 화학 분야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 계획이 눈길을 끈다.

신 회장은 “작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건설한 에틸렌 공장에 올해 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생산 능력을 연 100만 톤에서 140만 톤으로 40% 확대할 것”이라며 “일본 화학 기업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 분야 사업과 반도체 소재 기술을 가진 히타치케미칼 인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과 관련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M&A 기회를 모색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롯데비피화학 등 3곳의 화학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핵심은 기초 소재 사업 등을 운영하는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의 성장 비결은 곧 M&A 역사와 연결된다. 공격적인 M&A를 통해 외형 확대와 사업 다각화를 이뤄 냈다. 올해도 과감한 투자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외형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회장님 주전공’ 석유화학에 힘준다…존재감 커진 롯데케미칼
‘회장님 주전공’ 석유화학에 힘준다…존재감 커진 롯데케미칼
◆ 신동빈 회장의 첫 경영 수업 이뤄진 곳


신 회장에게 롯데케미칼은 경영 수업을 시작한 곳으로 각별한 계열사다. 신 회장은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 근무하던 1990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상무로 입사해 국내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이제까지 공격적인 M&A를 통해 롯데케미칼의 몸집을 키웠고 2018년 10월 경영에 복귀한 이후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해 석유 화학을 성장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 취임 이후 석유 화학 부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왔다. 2003년 현대석유화학 2단지(롯데대산유화)와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해 롯데를 석유 화학 강자로 만들었다. 2009년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를 합병했고 2012년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을 합병했다. 그렇게 롯데케미칼이 탄생했다.

2010년 동남아 대표 석유 화학 회사인 타이탄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화학회사로 발돋움한 롯데케미칼은 2015년 삼성그룹과의 화학 계열사 ‘빅딜’을 통해 명실상부한 종합 화학회사로 자리매김했다. 1988년 연매출 2308억원에 불과했던 호남석유화학은 30년 뒤 약 72배로 늘어난 연매출 16조원대 석유 화학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율이 33%에 이르는 핵심 사업 분야로 우뚝 선 것이다.

올해 1월에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첨단소재가 합병한 통합 롯데케미칼을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2030년 매출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화학 기업 톱7에 든다는 기조와 함께 과감한 사업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석유 화학 시황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첨단 모빌리티 소재 사업 육성과 사업 다각화 전략, 신사업 부문 강화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유가 변동과 제품 수요 등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원료·지역·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석유 화학 원료인 나프타를 비롯해 에탄·액화석유가스(LPG) 등으로 원료를 다각화했다. 또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와 협업, 원유 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석유 화학 원료로 활용하는 HPC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회장님 주전공’ 석유화학에 힘준다…존재감 커진 롯데케미칼


◆ 투자 확대, 사업 다각화 속도


지난해부터 가동 중인 미국 공장은 셰일가스에서 뽑아낸 에탄을 원료로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총사업비 31억 달러를 투입해 2019년 5월 미국 루이지애나 주 레이크찰스에 100만 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 기지를 준공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에틸렌 생산 기업이 됐다. 에틸렌은 ‘석유 화학의 쌀’로 불리는 기초 제품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450만 톤으로 세계 7위권이다. 생산 시설도 여수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우즈베키스탄·미국 등 전 세계에 걸쳐 있다. 에틸렌 생산 원료도 기존 원유에서 셰일가스로 다변화했다. 특히 미국 공장 가동을 본격화하면서 기존 원료인 나프타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가스 원료 사용 비율을 높여 유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더 안정적인 원가 경쟁력을 구축하게 됐다는 평가다.

그뿐만 아니라 원료·생산기지·판매지역 다변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도 더욱 강화하게 됐다. 이처럼 미국 공장은 나프타 대비 높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가 변동에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창출해 평균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생산 시설은 롯데케미칼의 순수 기술력으로 현지 화학 공장을 건설한 해외 진출 사례로 꼽힌다. 2016년부터 수르길 천연가스전에서 생산한 메탄가스와 콘덴세이트를 활용해 에틸렌을 비롯한 석유 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제품 원가 경쟁력 확보는 물론 유럽·중앙아시아·러시아·북아프리카까지 시장을 개척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장님 주전공’ 석유화학에 힘준다…존재감 커진 롯데케미칼


◆ 올해도 과감한 M&A 계속된다


롯데케미칼 타이탄(TITAN)은 신 회장의 미래 수요 창출을 위한 전략적 M&A의 대표 사례다. 타이탄케미칼은 동남아 최대의 석유 화학 기업 중 하나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높은 잠재력을 보유한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중국 시장의 성장 둔화에 대비해 2010년 말레이시아의 타이탄케미칼 지분 100%를 1조5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후 롯데의 선진 경영 관리 시스템 구축과 혁신을 통해 공장 운영을 안정화하며 M&A 후 7년 만에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2.5배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롯데케미칼은 안정적인 원료 수급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정유사와의 합작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GS에너지와의 합작을 통해 총 8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비스페놀-A(BPA) 제품 20만 톤과 C4유분 제품 21만 톤 생산 규모의 공장을 여수산단에 건설할 계획이다. 향후 폴리카보네이트(PC) 제품의 안정적인 원료 확보는 물론 기존 C4유분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첨단소재(현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와의 합병을 통해 스페셜티(고부가)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월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을 통해 기존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 확대했다. 범용 화학 제품의 포트폴리오에서 스페셜티 제품을 아우르는 사업 다각화뿐만 아니라 또 첨단 소재 사업의 유럽 시장 등 지역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결실을 거뒀다.

해외 매출 비율이 전체 약 80% 이상을 차지하는 첨단소재 사업은 전 세계 대륙별로 생산·판매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과 판매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존 기초 소재에서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품질의 제품들을 공급해 롯데케미칼의 해외 매출 비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석유 화학 시황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첨단 모빌리티 소재 사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롯데케미칼은 합병을 통해 기존 기초 소재 사업과 첨단 소재 사업에서 각각 분리해 생산·판매하던 PP 컴파운드와 EP 컴파운드를 첨단소재 내 모빌리티 사업본부로 통합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자동차 소재 시장의 확대에 역량을 모아 모빌리티 소재 산업의 ‘넘버원 플레이어’로서 기반을 다질 계획”이라며 “기존의 자원과 역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스페셜티 제품 비율을 높이기 위해 M&A 기회를 계속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0호(2020.03.30 ~ 2020.04.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