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교체형 마스크 내놓은 LF…손 소독제가 ‘효자 상품’ 된 네이처리퍼블릭
‘의류 당일배송·마스크에 안 묻는 화장품’…패션·뷰티업계의 코로나19 타개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상이 변한 지 오래다. 늘 세미 정장을 입고 출근하던 카드사 직장인 A 씨는 이제 트레이닝복만 입는다. 3월 첫째 주부터 교대로 재택근무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잠시 외출할 때도 화장은 생략한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중요한 약속도 모두 취소했다.

비단 A 씨만의 일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의류와 화장품업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생필품과 식료품 소비는 이커머스로 옮겨 갔지만 필수 소비재가 아닌 의류와 화장품은 소비 심리가 위축되자 직격탄을 맞았다. 직장에서는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학교에서는 개학이 연기되면서 3월 ‘봄 특수’도 없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월 주요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6% 줄었다. 3월 들어 하락 폭은 더 커졌다. 3월 1일부터 15일까지 롯데백화점 매출은 작년 대비 41.7% 급감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각각 34.2%, 32.3% 감소했다.

2월 매출을 방어했던 명품마저 3월부터 꺾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패션·뷰티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임원 임금 삭감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LF는 최근 온라인 비율을 높이고 마스크 제품을 출시했다.

LF의 대표 브랜드 헤지스가 필터 교체형 마스크를 LF몰을 통해 선보였다. 헤지스 마스크는 구리 파우더를 입힌 특수 원사 ‘큐프러스’를 사용해 자외선 차단은 물론 항균·소취 기능성을 더했다. 미세먼지 포집 효율 94% 이상의 교체용 필터 마스크를 함께 구성했다. 마스크 본체는 외부 오염 시 세탁해 재사용할 수 있어 내부 필터 마스크만 교체하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당일 배송’ 서비스 앞당긴 한세

배송 경쟁에 나선 기업도 있다. 패션 기업 한세엠케이는 온라인 쇼핑 차별화를 위해 옷을 당일 배송하기 시작했다.

한세엠케이 계열사인 온라인 쇼핑몰 ‘아이스타일24’에서 0시부터 오전 10시 사이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 옷을 받을 수 있다. 버커루·TBJ·앤듀·NBA·NBA키즈·PGA 투어(TOUR)·LPGA 골프웨어 등 한세엠케이·모이몰른·컬리수·플레이키즈프로·컨버스키즈·리바이스키즈 등 한세드림이 보유한 브랜드 제품이 대상이다.

우선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시작하고 추후 확대할 계획이다. 오전 10시 이후 주문 건과 수도권 이외 지역 주문 건은 다음 날 배송된다. 총알 배송을 원하지 않으면 일반 배송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코로나19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니즈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며 “당초 3월 말 오픈 예정이었지만 서비스 일정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의류는 그동안 당일 배송의 영역이 아니었다. 색상과 사이즈가 다양하고 재고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세엠케이가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물류 기술력에 있다.

한세엠케이는 이번 총알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최대 25배 이상 제품 검수 시간이 빨라지는 전자 부착 태그 시스템을 자사 물류 관리에 도입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출고와 반품에 걸리던 검수 시간이 180초에서 7초로 줄어들었다.

계열사인 아이스타일24의 재고 관리 능력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 입고 시점부터 색상과 사이즈에 대한 정확한 수량 확인과 사이즈별 적재를 시행할 수 있도록 자체 창고 관리 시스템(WMS)을 구축해 실시간 제품 수량을 자동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일 배송으로 이뤄진 주문 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인력을 투입해 패킹이 이뤄지며 매일 오전 11시 이내에 택배사에 인도한다.
‘의류 당일배송·마스크에 안 묻는 화장품’…패션·뷰티업계의 코로나19 타개법

◆마스크에도 안 지워지는 화장품 개발


이커머스 배송 전쟁의 선두에 서 있는 쿠팡은 최근 패션에까지 로켓 배송을 확대했다. 쿠팡은 3월 25일 국내 패션 디자인 브랜드의 편집숍을 개설했다. 이미 자사몰을 구축하고 있는 대기업보다 한정된 채널에서만 판매하던 디자이너 브랜드 13개를 한곳에 모았다.

‘듀이듀이’, ‘키르시’, ‘카이’ 등 2030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온라인 의류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들을 위해 무료 교환과 반품 정책도 내놓았다. 사이즈에 확신이 없는 제품은 로켓 배송으로 받아 직접 입어 보고 30일 이내에 제품을 무료로 반품할 수 있다.

뷰티업계도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를 중심으로 배송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CJ올리브영에 이어 랄라블라도 3월 13일부터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와 손잡고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요기요 앱을 통해 주문하면 배달 음식처럼 랄라블라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을 30분에서 1시간 내에 즉시 배송해 준다.

랄라블라 관계자는 “화장품은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주기적으로 반복 구매하는 경향이 높고 뷰티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는 만큼 업계 배송 서비스 구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에 강한’ K뷰티 기업들은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자 새로운 자구책을 고안했다. 한국콜마는 마스크를 써도 묻어나거나 화장이 지워지는 현상을 최소화한 제품을 출시한다.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은 쿠션·선크림·팩트·립 제품 등 4종이다.

해당 제품들에는 유·수분을 튕겨내는 성질이 강한 코팅 파우더가 사용됐다. 코팅 파우더는 마스크 안에서 생기는 유·수분이 화장 안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 마스크에 화장품이 묻거나 화장이 무너지는 현상을 방지한다.

또 피부 위에 얇은 막을 형성해 오랜 시간 외부 자극이나 마찰로부터 화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필름 형성제’를 함께 적용해 지속력을 한층 더 높였다.

화장품 대신 손 소독제로 눈을 돌리는 업체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아모레퍼시픽이 손 소독제를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

2013년 가장 먼저 손 소독제를 출시했던 네이처리퍼블릭은 최근 손 소독제 제품이 ‘효자 상품’이 됐다. 코로나19 확산 전 3개월 하루 평균 매출과 비교할 때 네이처리퍼블릭의 3월 하루 평균 매출은 약 34배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손 소독제 수요가 늘자 기존 30mL의 소용량 제품에서 대용량 제품과 휴대하기 간편한 튜브 타입, 일회용 파우치, 스프레이 타입까지 총 21종을 내놓았다.

애경산업이 지난해 말 출시한 위생 전문 브랜드 ‘랩신’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설 연휴를 기점으로 하루 출고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랩신 K94 마스크’는 약 52배, ‘랩신 손소독제’는 24배, ‘랩신 손소독티슈’는 33배 증가했다.

◆코로나19 비상에 루이비통도 손 소독제 생산 나서
‘의류 당일배송·마스크에 안 묻는 화장품’…패션·뷰티업계의 코로나19 타개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상이 걸린 유럽에서는 럭셔리업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향수 공장은 3월 15일 손 소독제 생산 공장으로 변했다.

수급이 안정적인 한국과 달리 유럽은 의료 용품과 생필품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공장은 원래 겔랑·디올·지방시 등의 화장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LVMH는 12톤의 손 소독제를 생산해 프랑스 보건 당국과 파리 39개 공립 병원에 무료로 기부했다.

또 다른 다수의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케어링그룹은 의료용 마스크 생산에 돌입했다. 구찌는 이탈리아에서 110만 개의 의료용 마스크를 생산하고 발렌시아가는 프랑스 앙거, 생로랑은 프랑스 파리 작업장을 마스크 생산 라인으로 바꿨다.

스웨덴 SPA 브랜드 H&M은 유럽연합(EU)의 요청에 따라 유럽 내에 있는 병원들에 개인 보호 장비를 조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0호(2020.03.30 ~ 2020.04.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