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 거래량 늘어 택배 물량 폭증
-언택트 시대 수혜 기업으로 급부상
‘재난이 가져온 기회’ CJ대한통운의 이유 있는 승승장구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기조가 이어지면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대면 접촉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택배 물동량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택트 소비 시대를 가속하면서 택배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택배 시장점유율은 CJ대한통운이 47%로 압도적이다. 그 뒤를 이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이 각각 14%, 13%를 차지한다.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언택트 소비 트렌드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대표적 언택트 소비 방식인 온라인 카드 승인 증가 추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온라인 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34.3% 증가한 9조462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카드 승인액이 전년 동월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가 온라인으로 쏠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기피하면서 이커머스를 이용한 물품 구매가 급증했다. CJ대한통운의 올해 1분기 물동량은 3억8000만 박스로 예상된다. 이는 분기 사상 최대치였던 전 분기보다 6.7% 증가한 수치다. 하루 물동량 기준으로는 약 600만 박스로 2~3월 최대 물동량은 하루 900만~1000만 박스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염병으로 사회가 멈췄어도 택배 물품을 분류하는 벨트 컨베이어는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는 얘기다.
‘재난이 가져온 기회’ CJ대한통운의 이유 있는 승승장구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물동량이 급증하면 간선 차량과 일시적 인력 증원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컸지만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의 원활한 가동으로 이러한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1분기 택배 부문의 영업이익률도 5%를 넘어서는 안정적인 모습이 기대되며 전국 서브터미널의 자동화와 비대면 배송 활성화로 택배 운전사의 일 처리 능력도 향상돼 급증한 물량 처리에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언택트 소비 증가에 힘입어 CJ대한통운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9% 늘어난 2조6252억원, 영업이익은 58.1% 증가한 717억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CJ대한통운이 2018년 완공한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 가동 등으로 물동량 처리 능력이 높아졌고 언택트 일상 가속화와 이커머스의 지속적인 성장 전망에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실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은 축구장 10개 크기의 초대형 물류 터미널로, 9만9174㎡(3만 평) 규모의 이커머스 풀필먼트 센터를 보유해 택배 물량 급증에도 전국 단위의 당일 배송 등 안정적으로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CJ대한통운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택배 물량 증가로 수혜를 볼 수 있지만 문제는 글로벌 사업 부문 매출 비율이 택배 부문보다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증가하겠지만 글로벌 사업 부문은 다소 부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난이 가져온 기회’ CJ대한통운의 이유 있는 승승장구
CJ대한통운의 매출 비율은 택배보다 계약 물류(CL)와 글로벌 부문이 더 크다. 글로벌 부문의 매출 비율이 42.6%로 가장 높고 CL 부문은 25.3%, 택배 부문은 24.8%를 차지하고 있다. 비택배 매출 비율이 택배보다 3배 정도 많다.

글로벌 사업과 CL 사업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내외 산업 생산과 국제 교역이 둔화하면서 매출이 20~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매출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사업은 택배 성장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동시에 글로벌 부문 내 중국 법인(CJ로킨·CJ스피덱스)과 포워딩 부문은 코로나19 사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타 소비재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3월부터 운영이 정상화되고 있는 단계로, 올해 2분기 이후 이연 수요 기대감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돋보기]

-알리바바·쿠팡…전염병 국면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업들
‘재난이 가져온 기회’ CJ대한통운의 이유 있는 승승장구
전염병은 산업 판도를 빠르게 바꿔 왔다. 현재 시가총액이 620조원이 넘는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한 알리바바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계기로 매출이 껑충 뛰었다. 24시간 온라인 쇼핑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은 2015년 전 세계를 강타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계기로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면서 매출이 1조원대로 뛰어올랐다. 2014년 3월부터 시작한 자체 익일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 덕분에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해 낼 수 있었다.

알리바바와 쿠팡은 전염병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틈새시장에서 기회를 잡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염병이 야기한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로 온라인 쇼핑 주문량이 크게 늘면서 산업계에 새로운 신화를 만든 것이다.

택배 산업은 온라인 쇼핑의 폭풍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품이 실물로 소비자에게 운송돼야 하기 때문에 택배 산업은 온라인 쇼핑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동반 성장하는 산업이다. 언택트 소비문화 확산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도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135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6% 성장했다. 2017~2018년 대비 성장률은 둔화됐지만 여전히 10%대 후반의 양호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택배 시장은 6조원 시대를 열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 가는 중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택배 물량은 총 27억9000만 개로 전년 25억4300만 개에서 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5조6673억원에서 6조3300억원으로 11.7% 늘었다. 국민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연 54회, 국내 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실업자를 포함한 노동 능력과 의사를 지닌 인구) 1인당 이용 횟수는 연 99회에 이른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1호(2020.04.06 ~ 2020.04.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