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익숙한 운영 방식 단번에 바꾸기 힘들어…의도적 노력으로 ‘새 습관’ 만들어야
TV 속 ‘골목식당’ 사장님들이 쉽게 변하지 않는 이유 [김한솔의 경영전략]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골목을 살리기 위해 식당을 돌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 어떤 식당에는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드는 법을, 또 다른 곳엔 메뉴 선정 노하우를, 어떤 사장님에겐 고객을 대하는 자세를 알려준다.

한 달여의 만남을 통해 식당 주인들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손님 수를 손으로 꼽을 수 있었던 동네 식당을 ‘전국구 맛집’으로 거듭나게 하기도 한다. ‘골목식당’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얘기다.

국내외에서 20여 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며 외식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그와의 만남은 많은 식당 주인들에겐 ‘꿈’과 같은 일일지 모른다.

게다가 그 만남이 단순한 ‘친목’이 아니라 ‘내 식당을 살려 준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면 그 수혜자로 선정된 식당들은 정말 말 그대로 ‘스펀지’처럼 그가 가진 외식업의 노하우를 쏙쏙 빨아들여 ‘상전벽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연할 것 같다.

그런데 방송을 보다 보면 가끔 한숨이 절로 나올 때가 있다. 기껏 알려줘도 본인의 과거 방식대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비난의 댓글을 남긴다. 온라인에서 “저럴 거면 방송에 왜 나왔을까요”,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닌가 봅니다”, “변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와 같은 지적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처음엔 필자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의 의지’가 전부는 아닐 수 있겠다는 사실을 최근 깨달았다. 식당 사장님들이 과거로 돌아가는 현상은 우리가 ‘인간’이기에 당연한 것이다. 무슨 의미인지 천천히 살펴보자.

◆뇌가 추구하는 ‘효율성’에서 벗어나야


사람은 ‘뇌’의 지배를 받는다. 그리고 그 뇌는 아주 똑똑하다. 효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인다. 그래서 우리는 ‘하던 대로 하는 것’이 많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출근길을 예로 들어보자. 차 키를 챙겨 들고 운전을 하며 회사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운전에 얼마나 집중할까. 크게 잡아도 절반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나머지 시간은 운전에 집중하기보다 오늘 있을 회의 안건이 무엇인지, 어제 해결하지 못한 프로젝트는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혹은 점심은 뭘 먹을지 등 운전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생각들이 머리를 채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초행길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언제 차로를 바꿔야 할지, 속도위반은 하지 않는지, 과속 방지턱은 어디에 있는지 등 운전에만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초행길의 운전은 피곤하다.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익숙한 길에서의 운전은 ‘그냥’ 하는 것일 뿐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운전을 ‘한다’기보다 운전이 ‘되고 있다’고 하는 게 맞다. 만약 출근길 운전하는 것에 온통 집중해 매일매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면 우리의 하루 일상은 너무도 피곤해질 것이다.

이 때문일까. 어떤 최고경영자(CEO)는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도 회색 티셔츠뿐이다. 유명 브랜드의 명품을 충분히 사고도 남을 만한 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그가 ‘단벌’ CEO 행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강연에서 그가 한 말을 정리하면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서다. 더 자세히 풀어보면 사람들은 매일 수많은 선택과 고민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쌓이기 시작하면 피로와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업무에만 집중하기 위해 옷을 고르는 것 같이 불필요한 작은 고민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다.

다시 ‘골목식당’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출연한 사장님들이 쉽사리 바뀌지 않는 이유는 의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분들의 ‘뇌’가 추구하는 ‘효율성’ 때문이다.

몇 년, 혹은 몇 십 년을 해 온 그들의 방식을 누군가가 바꾸려고 하면 저항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옷 하나를 고르는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게 우리의 뇌인데 일하는 방식을 180도 바꾸라고 하면 우리 뇌가 거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습관의 문제인 셈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변화는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다. 방법은 있다. 역설적이지만 ‘뇌’를 다시 이용해야 한다. 달라져야 하는 행동을 ‘원래 그랬던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 또 다른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상벌’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방법은 2가지다. 하나는 ‘상벌(賞罰)’을 활용하는 것이다. 무언가 큰 보상을 걸고 의도적으로 그 행동을 하게 하거나 큰 처벌을 피하기 위해 행동을 바꾸게 하는 것이다.

‘골목식당’ 프로그램에서 이 방법이 통해 소위 ‘개과천선’한 인물로 회자되는 사장님이 있다. 어머니 가게를 물려받겠다고는 했지만 식당 현황은 물론 요리에 대한 지식도 전무했던 아들.

아들을 바꾸기 위해 백종원 대표가 ‘각서’를 받는다. ‘만약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가게를 위해 백종원 대표가 지불한 비용의 5배를 배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약속은 간단하지만 무서웠다. ‘매일의 일상을 문자로 보고하기’였다. 새벽 출근 사진, 아침에 재료 준비한 것, 퇴근 전 정리 상황 등을 매일매일 알렸다. 이 경우 상을 받기 위해 혹은 벌을 피하기 위해 우리의 뇌는 달라진 행동에 익숙해지려고 애를 쓴다. 이게 지속되면 새 습관이 된다.

하지만 이처럼 행동을 강제할 만한 장치가 딱히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 습관을 이용해야 한다. 원래 습관을 이용해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기가 ‘갖고 싶은 습관’을 현재 ‘갖고 있는 습관’과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상에 쌓여 있지만 자꾸 잊어버리는 ‘영양제 매일 챙겨 먹기’라는 습관을 갖고 싶다면 자신이 매일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을 떠올려 본다.

만약 출근하자마자 커피를 타 마시는 습관이 있다면 ‘커피를 타 자리에 앉으면(기존 습관)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원하는 습관)’라는 새로운 행동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잘 챙기지 못한 ‘인맥 관리’를 잘하고 싶다면 매 주 챙겨보는 예능 프로그램(기존 습관)이 끝나면 안부 문자 보내기(원하는 습관)라는 패턴을 만들 수 있다. 항상 하던 행동에 내가 원하는 ‘작은 변화’를 붙이는 것이다. 쉽고 작게 시작된 변화가 하나둘 쌓이다 보면 생각지도 않게 달라진 일상, 다시 말해 새로운 습관을 갖게 될지 모른다.

앞서 예로 들었던 ‘운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누구나 초보 운전자였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어딜 가나 힘들었다.

지금 자신이 밟고 있는 게 브레이크인지 액셀러레이터인지도 고민해야 했고 오른쪽 깜빡이를 켤 때 위로 올려야 하는지 아래로 내려야 하는지 생각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쉬워진다. 그래서 운전하며 노래도 부르고 통화도 하고 딴생각도 한다.

그게 습관의 힘이다. 우리의 뇌를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하려면 일상의 많은 것들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좋은’ 방향으로….

‘골목식당’에서 본 한 장면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이 프로그램에 나온 많은 식당들이 ‘위생’ 문제로 지적을 받는다. 그 모습을 본 진행자 김성주 씨가 이런 말을 했다.

유명 셰프들이 출연한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놀란 게 있었단다.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조리 과정이 끝나고 나면 항상 ‘씻고 정리를 한다’는 것. 그게 대단해 보인 것은 그 프로그램에선 15분이라는 촉박한 시간 동안 요리를 완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음식 만드는 것으로도 벅찬 시간이었지만 그들에겐 ‘위생’이 습관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습관은 무섭고 힘이 세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자. 자신은 어떤 ‘좋은’ 습관을 갖고 있는지 말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7호(2020.05.16 ~ 2020.05.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