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완화 축소 연기에 글로벌 시장 혼란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장의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Fed는 9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 결정기구) 정례 회의에서 기존의 양적 완화(채권 매입 프로그램) 정책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시장 참여자들은 매월 85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규모를 700억~750억 달러로 줄일 것으로 점쳤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YONHAP PHOTO-0429> WASHINGTON - NOVEMBER 23: 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Chairman Gary Gensler (3rd L), Federal Reserve Bank Board of Governors Chairman Ben Bernanke (3rd R) and Treasury Secretary Timothy Geithner (R) participate in the open portion of a meeting of the Financial Stability Oversight Council at the Treasury Department November 23, 2010 in Washington, DC. Created by the 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 the council is charged with identifying and responding to emerging risks and threats to the financial stability of the United States.   Chip Somodevilla/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
/2010-11-24 05:57:59/
<????沅??? ?? 1980-2010 ???고?⑸?댁?? 臾대? ??? ?щ같? 湲?吏?.>
WASHINGTON - NOVEMBER 23: 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Chairman Gary Gensler (3rd L), Federal Reserve Bank Board of Governors Chairman Ben Bernanke (3rd R) and Treasury Secretary Timothy Geithner (R) participate in the open portion of a meeting of the Financial Stability Oversight Council at the Treasury Department November 23, 2010 in Washington, DC. Created by the 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 the council is charged with identifying and responding to emerging risks and threats to the financial stability of the United States. Chip Somodevilla/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 /2010-11-24 05:57:59/
전문가들은 양적 완화 축소 시기가 다시 불투명해지면서 미국발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출구전략 시기는 다음 FOMC 회의가 열리는 10월 30일 또는 12월 18일로 늦춰졌다. 현재로선 10월이 유력하지만 12월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10월 30일을 전후해 시장은 또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게 불가피해졌다.


10월 30일 전후 또 한바탕 홍역 불가피
벤 버냉키 Fed 의장의 스승인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는 Fed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버냉키 의장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박사학위 지도 교수였던 피셔 전 총재는 최근 홍콩에서 열린 한 포럼 강연에서 “Fed의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가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고 꼬집었다. 중앙은행의 정책을 미리 예고하는 ‘선제적 안내’는 지난 5월 말 버냉키 의장의 발언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 버냉키 의장은 FOMC 정례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 몇 번의 FOMC 회의에서 채권 매입을 줄이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9월 양적 완화 축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도록 했다는 지적이다. 피셔 전 총재는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6개월 후 정책을 예고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정책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Fed가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양적 완화 축소 시기를 연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고용 시장(실업률) 부진 이외에도 세 가지를 더 꼽는다. 우선 출구전략이 예고된 5월 이후 장기금리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점이다.

5월 말 연 2% 아래에 머무르던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최근 연 3%대까지 급등했다. 또한 모기지(주택 담보대출) 금리도 수직 상승했다. Fed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줄리아 코로나도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빠른 금리 상승세가 주택 경기와 중소기업의 투자 및 고용 경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것을 Fed가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리아 사태 역시 변수로 작용했다. 이라크가 미국을 침공하기 직전인 2003년 3월, 당시 뉴욕연방은행의 윌리엄 맥도너 총재는 FOMC 정례 회의에서 “중앙은행은 불확실성이 커질 때 신중히 생각하되 행동하지 말고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Fed가 미국의 시리아 사태 군사개입 가능성은 줄었지만 시리아 사태가 투자 심리 위축, 유가 상승에 따른 경기 후퇴 등을 불러올 수 있는 잠재 악재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3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정치권의 ‘예산 전쟁’도 출구전략을 뒤로 미루게 만든 요인이다. 예산안과 부채 한도 상향 조정 협상이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되더라도 정치권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1987~2006년)은 자신의 신간 저서 ‘지도와 영역: 리스크, 인간의 본성 그리고 미래 예측’에서 미국의 타협 없는 정치 시스템이 경제를 죽이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금융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지금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부러진 정치 시스템을 고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