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7%로 낮춘데 이어 한국은행도 10월 10일 경제성장률을 4.0%에서 3.8%로 낮춰 잡았다. 정부의 전망(3.9%)보다 조금씩 낮아진 셈이다. IMF와 한은 모두 “한국 경제가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와 신흥국의 경기 둔화라는 대외 문제 때문에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기관은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선 2.8%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IMF와 한은은 전망치를 낮춘 이유에 대해 한국 내부 문제보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등 대외 변수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도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금융시장의 개방성이 높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이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신흥국 위기 등으로 세계 경기 회복이 늦춰지는 상황에서 거꾸로 한국만 성장률이 오른다는 게 이상한 것 아니냐”며 “하향 조정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제부처 24시] 성장률 낙관론이 세수 부족 사태 불러
거시경제 전망의 현실성 높여야
외국계 투자은행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95% 포인트 동반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중국 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하면 국내 수출은 1.3%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구조상 세계 성장세 둔화와 함께 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낙관적인 경제성장률 전망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수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경제성장률을 3.9%로 내다보고 세수 실적을 짰다. 경제성장률이 3.9%에 못 미친다면 그만큼 국세 수입이 줄어들고, 이는 국가의 적자 규모를 늘리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10월 2일 내놓은 ‘2012년 국세 수입 전망 오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성장률이 1% 떨어질 때마다 국세 수입은 1.03%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2012년 예산안 편성 당시(2011년 10월) 기획재정부가 전망한 경제성장률은 4.5%(명목성장률은 7.6%)였지만 실제로는 2.0%(명목성장률은 3.0%)에 그치면서 국세가 9조1000억 원 덜 걷혔다. 내년 국세 수입 전망치 218조5000억 원에서 명목성장률이 정부 예상보다 2% 포인트 떨어지면 4조5000억 원의 세금이 덜 걷히는 셈이다. 신영임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낙관적인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세입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재정 적자가 반복되고 있다”며 “거시경제 전망의 현실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놓아 내년에도 세수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세입 전망이 정부의 의지를 담은 것이며 0.1~0.2% 포인트 내외의 오차에 따른 세입 부족분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0월 2일 “3.9%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비교적 중립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제기구와 투자은행 전망치를 평균한 것으로 지나친 장밋빛 전망은 아니라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도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3.9%로 올리는 등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세종=김우섭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