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금리에도 은행 찾는 일본 닮아가…외국인 영향력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

<YONHAP PHOTO-0975> 코스피 급락...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4일 1,900선이 무너지며 시작한 코스피가 전날보다 33.11포인트 내린 1,886.85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0.7원 내린 1,083.8원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2014.2.4

    xyz@yna.co.kr/2014-02-04 15:45:04/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코스피 급락...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4일 1,900선이 무너지며 시작한 코스피가 전날보다 33.11포인트 내린 1,886.85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0.7원 내린 1,083.8원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2014.2.4 xyz@yna.co.kr/2014-02-04 15:45:04/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각 경제 주체들의 자금 운용을 중심으로 자금 흐름을 살펴보자.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기업·개인은 안전 자산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이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이유다.

1997년 경제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금융 부채가 많이 줄었다. 그러나 기업의 금융자산은 꾸준하게 늘고 있다. 저금리와 구조조정으로 일부 대기업의 이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돈 빌리지 않는 기업, 국채만 사는 금융회사
기업이 돈을 버는데 투자를 상대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기업의 자금 수요도 위축됐다. 예를 들면 2008년에 민간 기업들이 금융시장에서 183조 원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2013년에는 111조 원으로 줄었다. 특히 금융회사에서 기업이 빌려 쓴 돈은 같은 기간 114조 원에서 41조 원(2012년 19조 원)으로 급감했다.

기업은 2013년 말 현재 1818조 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28%에 해당하는 504조 원을 현금성 자산(통화와 예금)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이 비중이 2005년 23%였다. 주식 비중은 2010년 29%에서 2013년에는 26%로 줄었다. 기업이 불확실성 때문에 현금 등 안전 자산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돈이 들어오면 그 돈을 기업과 가계에 대출해 주거나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2013년 말 현재 한국 금융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은 5721조 원으로, 이 중 38%(2146조 원)를 대출에, 36%(2660조 원)를 유가증권에 운용하고 있다. 유가증권 중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각각 28%와 9%를 차지했다.

앞으로 금융회사들의 자산 운용 중 대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고 유가증권 투자는 늘 가능성이 높다. 이미 앞에서 본 것처럼 기업들이 돈을 버는데 투자를 과거처럼 많이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도 2013년 말 현재 1223조 원에 이르는 높은 금융 부채를 짊어지고 있어 돈을 마냥 빌려 쓰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면 금융회사들은 유가증권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유가증권에서 안정성이 높은 국채를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저성장과 저물가로 이미 낮아진 시장 금리를 더 낮출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 하락은 결국 은행의 예대마진을 축소, 은행의 이익을 줄이고 나아가 보험회사들이 역마진으로 생존 경쟁에 직면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개인들이 금융자산을 살 여력이 있는지 보기 위해 우선 개인의 금융자산과 부채를 살펴보자. 1998~2002년에는 개인의 금융자산보다 부채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예를 들면 1998년 651조 원이었던 금융자산이 2002년에는 1085조 원으로 1.7배 늘어났는데 부채는 226조 원에서 535조 원으로 2.4배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개인의 ‘금융자산÷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2.9배에서 2.0배로 떨어졌다.

그러나 2003년부터 개인의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조금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3년 말 현재 한국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은 2642조 원으로 부채(1223조 원)보다 2.2배 더 많다. 2002년 2.0배에 비해서는 약간 개선된 셈이다. 이러한 금융자산 및 부채의 잔액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금 운용 및 조달 측면에서도 개인의 자금 잉여가 늘고 있다. 개인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려 쓴 것보다 더 많다. 반면 기업은 금융회사에 돈을 차입해 투자한다. 그래서 개인을 ‘자금 잉여 주체’, 기업을 ‘자금 부족 주체’라고 한다. 2002년에 한국 개인들의 자금 잉여는 마이너스 5조 원이었다. 개인들이 금융회사에서 빌려 쓴 돈이 저축한 돈보다 5조 원 더 많았다는 의미다. 개인이 기업처럼 자금 부족 주체가 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꾸준하게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3년 개인 부문의 자금 잉여는 87조 원으로, 규모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형 펀드로 쓴맛 본 기억 생생
그렇다면 개인은 늘어난 금융자산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을까. 2013년 말 현재 한국 개인은 2642조 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현금과 예금이 1201조 원으로 46%를 차지한다. 2005년에 48%에서 2% 포인트 낮아졌다. 금리가 떨어져 은행예금으로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거둘 수 없었고 가계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자산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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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은행에 맡긴 돈이 줄어든 만큼 보험 및 연금을 찾는 돈은 꾸준하게 늘고 있다. 개인의 금융자산 중 보험 및 연금 비중은 2005년 22%에서 2013년에는 29%까지 크게 증가했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보험 수요가 증가한 때문도 있지만 국민연금 등 일종의 강제저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은 2011년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다. 특히 주식 비중 감소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개인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2007년에는 21%까지 올라갔지만 2011년부터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2013년에는 17%까지 낮아졌다.

한국 개인의 금융자산 운용을 미국·일본과 비교해 보자. 우선 미국 개인은 금융자산 중 현금 및 예금 비중이 2013년 9월 현재 13%로 매우 낮은 반면 주식 비중은 33%로 높다. 보험 및 연금 비중은 32%다. 그러나 일본 개인은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일본 개인들은 금리가 거의 0%에 가깝지만 주로 돈을 은행에 맡기고 있다. 현금 및 예금 비중이 54%로 금융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 대신 주식 비중은 9%로 미국의 4분의 1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 한국 개인들의 자산 배분은 미국 쪽으로 갈까, 아니면 일본과 유사한 모습을 보일까. 우선 개인의 자산 중 보험 및 연금 비중은 29%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수준에 이르러 더 이상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금 및 예금과 주식 보유 비중의 변화에 있다.

한국의 경제 환경을 보면 일본 쪽으로 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3% 안팎으로 떨어지는 등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1990년대 초에 일본이 보여줬던 것처럼 이런 국면에서 주가는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어렵다. 기간에 따라 자산 배분을 적절히 하는 헤지 펀드가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2007~2008년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많은 투자자들의 쓰라린 기억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개인의 자산 중 주식 비중이 현재보다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서도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약 4조 원어치 순매도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단기에 역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