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 사이클상 상승기지만 탄력 급속히 둔화, 과감한 통화정책 필요한 시점

최근 통계청은 2011년 8월이 제10순환의 경기 정점이었던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 거의 3년이 지난 시점에서 경기 정점을 이야기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2011년 8월을 정점으로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수축기에 있는지 아니면 그 사이 어느 시점에서 저점을 기록하고 확장기에 접어들었는지가 정책 당국자나 시장 참가자에게 매우 중요한 관심사다. 2013년 5월을 저점으로 경기가 확장기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돼 올해 하반기 경기 회복 속도는 매우 느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확장기를 이어 가기 위해 적극적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1년 8월 경기 정점 지나”
경기는 끊임없이 순환한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통계 당국 혹은 일부 연구 기관에서 기준 순환일을 결정한다. 기준 순환일은 한 나라의 경기순환 변동 과정에서 국면이 전환되는 시점(터닝 포인트)을 의미하며 경기 정점이나 저점이 ‘몇 년 몇 월’에 있었다고 표시한다. 한국에서는 통계청이 기준 순환일을 결정한다. 이때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국내총생산(GDP), 당시 경제 상황, 경기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대체로 경기 순환기는 ‘저점→정점→저점’이 한 사이클로 이뤄진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72년 3월에서 2009년 2월까지 한국 경제는 9차례의 경기순환을 거쳤으며 확장기는 평균 31개월, 수축기는 18개월로 순환 주기는 49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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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의 경기순환을 봐도 경기 확장기가 수축기보다 길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1854년에서 2009년까지 33번의 경기순환이 있었는데, 확장기 평균은 39개월, 수축기는 18개월이었다. 일본 경제도 1951년에서 2007년까지 13차례의 경기순환을 거쳤는데, 확장기(36개월)가 수축기(17개월)보다 더 길었다. 어떤 나라에서든 경기 확장기는 기울기가 완만하고 길게 진행되고 수축기는 가파르고 짧게 전개됐던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통계청은 2011년 8월이 경기 정점이었다고 잠정적으로 설정했다. 그 뒤의 상황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다만 제11순환기 저점은 2012년 4분기~2013년 상반기 사이에 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는 추정하고 있다. 두 가지 경우가 가능하다. 하나는 2011년 이후 경기 수축기가 계속되고 있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이 어느 시점에서 한국 경기가 저점을 치고 확장기가 진행되는 경우다.

우선 2011년 8월을 경기 정점으로 2014년 6월 현재까지 경기 수축기가 진행되고 있다면 수축기가 30개월 정도로 한국 경기순환에서 가장 긴 셈이다. 과거 평균 수축기는 18개월이었다. 물론 이보다 훨씬 더 긴 경우도 두 번 있었다. 첫째는 1996년 4월에서 1998년 8월까지 29개월이었다. 이 수축기 후반에는 이른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수축기가 평균보다 길어졌고 경기 침체 정도도 가장 깊었다. 둘째로 2003년 1월에서 2005년 4월까지 28개월 경기 수축기가 진행된 적도 있었는데, 이때는 한국 경제에서 가계의 과소비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내수가 장기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경기 국면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지표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GDP다. 먼저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의 장기 추이를 보자. 이 지표는 2011년 8월을 정점(101.4)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고 경기 수축기가 진행됐다. 그러나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2013년 5월을 저점(98.8)으로 올해 3월까지 10개월 증가세를 보였다. 물론 이것이 저점이었는지 앞으로도 상당 기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특히 올해 4~5월에는 2개월 연속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감소해 경기에 대한 판단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다음으로 GDP로 경기순환을 판단해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연구·개발 투자를 GDP에 포함하는 등 ‘2010년 기준’으로 국민 계정을 변경했다. 그런데 이 데이터가 2000년 이전 것은 아직 작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후 GDP 순환변동치를 구해 보면 2013년 1분기를 저점으로 2014년 1분기 현재까지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


각종 경기 지표 하반기 약세 예고
2013년 5월을 저점으로 올해 1분기까지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 등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경기가 회복됐다. 그러나 4월 이후 산업 생산이 2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다시 나빠지고 있다.

경기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가지고 하반기 경기 국면을 판단해 보자. 시장 금리로 향후 경기를 전망해 볼 수 있다. 특히 장·단기 금리 차이(여기서는 국고채 3년 수익률과 CD 91일물 차이)가 향후 경제를 예상하는데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2000년부터 최근까지 통계를 분석해 보면 장·단기 금리 차이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에 2개월 선행(상관계수 0.63)했다.

한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에 4개월 선행(상관계수 0.68)했다. 올해 1월부터 장·단기 금리 차이가 축소됐고 그 후 2월부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4월부터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차례대로 감소하고 있다. 올해 7월에도 시장 금리 하락으로 장·단기 금리 차이가 축소되고 있는 것을 보면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월까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연말까지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장·단기 금리 차이와 함께 하반기 경제 전망을 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선행지수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과거에는 선진국과 아시아 경기 사이클이 유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진국 경제는 회복됐지만 아시아 경제는 오히려 더 악화됐다. 선진국(G7) 경기 선행 지수가 2012년 8월을 저점으로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시아 주요 5개국(한국·중국·일본·인도·인도네시아) 선행지수는 하락했다. 한국 수출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2013년 기준 중국 26%, 아세안 15%, 일본 6% 등)로 간다. 선진국의 경제 회복에도 아시아 경제의 둔화로 상반기 한국 수출이 소폭 증가(2.6%)에 그친 것이다. 중국 등 아시아 경제가 하반기에 단기 순환상 회복세를 보일 전망인데, 그렇게 되면 앞서 상관관계 분석으로 본 것보다 경제지표가 더 빠르게 좋아질 가능성은 있다.
[이슈 인사이트] 경기 회복세 주춤…물가보다 성장을 잡아라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한국 경제는 경기 순환상 2013년 5월을 저점으로 경기 확장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행지수 등 여러 가지 경제지표가 보여주는 것처럼 올해 2분기부터 회복 속도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제2기 내각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 확장 국면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적극적 경기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책 당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재정 및 통화정책과 함께 규제 완화 등 제도 개혁이다. 재정 적자가 늘고 있기 때문에 재정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를 2.5~3.5%로 설정했는데, 올해 상반기 물가 상승률이 1.4%로 목표치 하단마저 밑돌고 있다. 물가가 안정되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방향이 경기에 더 무게를 둬도 좋다는 것을 시사한다. 통화정책의 신축적 운용과 함께 경제 각 부문의 규제를 과감하게 풀 때 본격적인 경기 확장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