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으로 도심서 밀려나, 소득 줄고 실업률 폭등

[GLOBAL_미국] 불타는 퍼거슨시…교외 빈민층 불만 폭발
‘손들었어요. 쏘지 마세요(Hands up, Don’t shoot).’ 10대 비무장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촉발된 미국 미주리 주 소도시 퍼거슨시의 흑인 항의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처음엔 총을 쏜 경찰관의 신원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거리로 나왔다. 경찰이 신변 위험을 이유로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시위가 더욱 격렬해지자 뒤늦게 총을 쏜 경찰관의 신분을 공개했다. 시위대는 이제 총을 쏜 경관을 당장 살인죄로 기소하라고 요구하며 밤마다 거리로 나서고 있다.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지자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으로 맞대응하면서 인구 2만1000명의 퍼거슨시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시위가 상점 약탈 등 폭동으로 번지자 미주리 주정부는 주방위군을 투입하면서 양측의 충돌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서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대에 자제를 호소하며 공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흑인인 에릭 홀더 법무장관에게 퍼거슨을 방문해 사건 수사를 점검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가 주목을 끄는 점은 미국 교외의 빈곤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인근에 자리한 인구 소도시 퍼거슨은 빈곤층 인구 비율이 2000년 10.2%에서 2012년 22%로 급증했다. 4명중 1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셈이다. 빈곤층은 4인 가족 기준 연소득 2만3492달러(2012년 기준) 이하를 말한다. 퍼거슨시 가계 소득의 중간값은 3만7517달러로 미주리 주 전체 중간값 4만7333달러에 훨씬 못 미친다. 실업률도 2000년 5%에서 최근 13%로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취업자의 소득은 이 기간 중 30% 줄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백인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흑인 비중이 67%에 이른다. 지난 10년 여간 엄청난 경제적 변화가 몰아닥친 것이다. 콜린 고든 아이오와대 교수는 “과거 흑인들의 시위를 촉발한 주된 원인은 인종차별이었지만 이번 퍼거슨 사태는 소득 차별에 따른 빈부 격차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 감소와 실업 증가 등의 빈곤 문제와 경제적 불평등에 직면한 흑인들이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청년의 총기 사망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얘기다.


제2, 제3의 퍼거슨 사태 우려
과거 미국의 빈곤층들은 도심에 주로 살았다. 그러나 최근 10년여 동안 이런 인구구성이 크게 변했다. 브루킹스연구소가 2000~2012년 사이 미 100대 대도시와 그 인근 교외의 빈곤층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교외의 빈곤층 증가율이 도심에 비해 2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도심과 교외의 빈곤층 인구는 1000만 명으로 비슷했지만 2012년에는 교외가 1650만 명으로 도심의 1350만 명을 넘어섰다. 엘리자베스 니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교외의 빈곤 문제가 미국 사회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도심과 교외의 인구구성에 패러다임 시프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 회복이 주된 원인이다. 대도시 집값은 오르고 있지만 교외 부동산 시장은 아직 침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그 결과 소득이 낮은 계층이 도심에서 밀려나면서 교외의 빈곤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2, 제3의 퍼거슨 사태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