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부터 피서 겸한 지역 연방은행 정책 세미나 열려

[GLOBAL_미국] 소도시 잭슨홀이 금융 거물 집결지 된 까닭
미국 와이오밍 주의 잭슨홀은 만년설로 유명한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조그만 도시다. 매년 8월 말 이곳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전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학자들이 모인다. 세계의 ‘금융 권력’이 집결하는 셈이다. ‘잭슨홀 미팅’으로 불리는 이 행사의 공식 명칭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주최 경제 심포지엄’이다. 하지만 매년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가 예외 없이 참석하고 주요국 재무장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경제 석학,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참석하는 명실 공히 국제 심포지엄이다.


Fed 의장·재무장관 참석하며 시장서 주목
잭슨홀 미팅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주리 주 캔사스시티 연방은행은 12개 지역 연방은행들이 한자리에 모여 피서를 겸한 정책 세미나를 열기로 하고 캔사스시티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정책 토론보다 휴양과 친목이 주된 목적이었다. 1982년에는 장소를 잭슨홀로 옮겼다. 그러면서 낚시를 좋아했던 폴 볼커 중앙은행(Fed) 의장에게 “주위에 좋은 낚시터가 많다”며 참석해 달라고 설득했다. 볼커 의장도 8월의 후텁지근한 워싱턴 D.C.를 떠나 그랜드티턴으로 사흘간 피서를 갈 수 있는데 마다할 리 없었다. Fed 의장이 참석하자 심포지엄의 격이 높아졌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하면서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의 연례 회의로 굳어졌다.

잭슨홀 미팅은 초청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다. 1982년에는 참석자 가운데 월가 이코노미스트의 비율이 27%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3%로 줄었다. 외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비율이 31%에 이른다. 언론 역시 초청받지 못하면 취재할 수 없다. 참석 언론들도 ‘잭슨홀 룰’을 지켜야 한다. 공식 세미나 내용은 보도할 수 있지만 식사 자리에서 이뤄지는 대화는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다.

잭슨홀 미팅은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등 Fed 의장들이 이곳에서 통화정책의 큰 변화를 예고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버냉키 전 의장은 2010년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2차 양적 완화를 발표했다. 올해 8월 22~24일 사이에 열린 잭슨홀 미팅에선 재닛 옐런 의장의 발언에 시선이 집중됐다. 옐런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긍정적인 진단을 내렸지만 이런 평가가 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지만 향후 고용시장의 개선 속도에 달려 있다”는 기존 방침만 되풀이하면서 여운을 남겼다. 옐런 의장의 알쏭달쏭한 발언을 둘러싸고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의 장외 논쟁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글렌 허바드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은 “고용시장이 안정되면서 Fed 내에서 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2015년 초에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옐런 의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심각하다”며 “Fed의 금리 인상 시기는 결국 앞당겨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전 Fed 부의장)는 “인플레이션은 천천히 진행되지 용수철처럼 갑자기 튀어 오르는 게 아니다”며 Fed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