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상당한 부담 요인…아시아 지역 긴장 고조 가능성도

[이슈 인사이트] 미 제조업 살린 '셰일 혁명' 한국엔 악재
최근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시각이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소위 ‘셰일가스 혁명’에 의해 미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개선되고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본격 거론되고 있는 셰일가스 혁명이 조만간 세계 에너지 세력 판도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세계 주요국의 산업 경쟁력에도 구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수년 후에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출국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도대체 셰일이란 게 뭔가. 전문가들은 셰일이 지하 수천m 아래 있는 암반층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그것이 천연가스라면 셰일가스, 원유라면 셰일오일이라고 부른다.

셰일 암반층은 워낙 깊고 일반의 다른 암반층과 다르기 때문에 고도의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전엔 생산이 불가능하거나 가능해도 채굴 비용이 많이 들어 생산성이 없는 것으로 치부됐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지속적인 기술 혁신으로 마침내 저비용 채굴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에너지 판도가 요동치고 있는데, 이것이 소위 셰일 혁명이다.

업계는 셰일 매장량 최대 국가는 중국이지만 상당 기간 이 시장을 주도할 국가는 미국이라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이 워낙 일찍부터 셰일 기술 혁신에 노력해 온 데다 미국의 셰일 암반층이 중국보다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2000년대 후반 들어 셰일 자원이 생산되고 본격적으로 상용돼 1~2년 전부터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투자 슈퍼사이클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이러한 셰일 자원의 생산 증가로 2025년에는 셰일가스를 포함한 미국의 천연가스(셰일가스 포함) 생산량이 2010년 대비 49%, 원유(셰일오일 포함)의 생산량은 64%나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이었던 미국이 앞으론 최대 에너지 수출국으로 탈바꿈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선 셰일가스 혁명이 미국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장에서 최근 자주 언급되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론’도 이러한 셰일가스 혁명에 근거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첫째, 셰일가스 혁명에 의해 직접 활성화되고 있는 분야로 미국 내의 에너지 관련 인프라 산업을 꼽는다. 셰일 자원을 대량생산하게 되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수송할 파이프라인과 저장 시설도 그만큼 대량으로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의 셰일 자원 주요 생산지인 대륙 중부 지역에서 가공 소비지인 미국 전역에 이르기까지 인프라 건설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길이는 합계 약 80만 km에 달해 거의 지구 20바퀴에 해당할 정도다. 향후 해당 업계는 에너지 생산량과 수송 거리에 따른 사용료 증가로 안정적인 수익 확대가 기대되고 규모의 경제 효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다른 모든 업계에 비용 절감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석에 따르면 올해부터 향후 12년간 미국에선 총합계 8900억 달러(약 890조 원)의 에너지 관련 인프라 투자가 예상된다. 에너지 인프라 수요 관점에서 보면 지속적인 수요 증가로 향후 10년에서 최장 35년간 초장기 슈퍼 사이클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둘째, 일반 제조 업계에도 이전과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다국적기업들의 미국 회귀다. 우선 지난 20년간 해외로 거점을 옮겼던 많은 미국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국의 애플은 이제까지 중국·대만 등 해외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현지 생산했지만 작년 가을 신제품 ‘맥 프로’ 생산은 텍사스 소재의 미국 기업에 맡겼다. 관련 부품도 향후 애리조나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12년 폐쇄 직전이던 켄터키 루이빌 공장에 1조 원을 투자해 가전제품 생산을 재가동하고 제너럴모터스(GM)도 작년부터 엔진 생산 거점을 멕시코에서 메릴랜드로 이전하고 있다.



에너지 수출국 된 미국, 중동보다 아시아 우선
이런 움직임은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다국적기업도 마찬가지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15년까지 이러한 다국적기업의 미국 회귀로 총 200만~300만 명의 신규 고용과 연간 100조 원의 국내총생산(GDP)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면 이처럼 미국은 물론 해외 다국적기업들이 미국으로 본격 회귀하는 이유는 뭘까.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기업을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에너지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0년대 초만 해도 단위 열량에 대해 원유 대 천연가스 가격 비율이 일대일이었지만 셰일가스 혁명 이후 원유 대 셰일가스 가격 비율은 12 대 1로 바뀌었다. 따라서 셰일가스를 쓰면 에너지 비용을 이전의 10% 밑으로 줄일 정도로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다. 특히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일수록 그 효과를 볼수 있다. 시장에선 미국의 화력발전·운송·화학·소재산업 등에서 특히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멕시코만의 에틸렌 공장 건설은 향후 미국 화학 업계의 경쟁력을 대폭 제고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물론 셰일가스 혁명이 미국 경제에 좋은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게 환경오염 이슈다. 셰일 자원 개발은 4단계로 이뤄진다. 수직 굴착하는 1단계와 셰일 암반층까지 수평 굴착으로 접근하는 2단계, 셰일 암반층에 구멍을 내 콘크리트를 주입하는 3단계와 수압을 이용해 암반을 잘게 부수는 4단계가 그것이다.

환경론자들은 1, 2단계엔 환경이 오염돼도 비교적 쉽게 원상회복시킬 수 있지만 3, 4단계엔 간단하지 않아 장기적으로 수자원 고갈, 수질오염, 지진 위험 등의 환경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첫째, 수압 파쇄에는 셰일 암반층 근처의 수자원을 쓰기 마련인데, 워낙 대량의 물이 필요하다 보니 부근의 식수 또는 농업 용수를 고갈시키고 둘째, 암반을 부수는 데 쓰인 대량의 물이 결국 폐수가 돼 근처의 지하수를 오염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 셋째, 또한 잔류하는 폐수가 지층 사이에서 윤활유처럼 움직여 지층을 움직이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칫 지진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 셰일가스 개발이 한창인 오클라호마 부근에서 최근 진도는 아직 높지 않지만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부작용 중 하나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아무튼 환경 이슈는 별개로 하고 셰일 자원 개발로 미국 제조업이 부활한다면 한국 경제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미국 경기 회복이 빨라지고 나아가 세계 경기 회복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특히 미국 제조업의 부활은 이전과 달리 미국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모두 확대된다는 점에서 미국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져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국처럼 수출 중심 국가들은 미국 제조업 부활이 경우에 따라선 수출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 경기 회복이 이를수록 미 중앙은행(Fed)의 양적 완화 축소가 일러져 한국 같은 국가들의 금융 변동성이 증가할 위험도 예상된다.

경제 외에 국제정치,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미국이 에너지 수출국으로 바뀔 경우 미국의 지역 전략에서의 우선순위는 반드시 중동에서 다른 지역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이미 페르시아만에 정박해 있던 미 항공모함들 중 일부가 아시아로 이동하고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회귀 전략 (Pivot to Asia)을 주장하는 것, 또 그 결과에 따라 미중 간 아시아 해역에서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함축적이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