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1개 기업 설문…자금 부족은 2위에 그쳐

스타트업(초기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자금 부족 요인을 1순위로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 실패한 스타트업을 분석한 결과 ‘시장을 파악하지 못한’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벤처캐피털 전문 조사 기관인 CB인사이트는 최근 ‘스타트업이 실패한 이유’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곳은 올해 실패한 스타트업 101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스타트업 실패 이유 톱 12를 가려냈다.
[뭐든지 랭킹] 스타트업 실패 진짜 이유는 시장조사 부족
실패 이유 3위는 팀원 구성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1위는 ‘시장이 원하지 않는 제품·서비스를 생산해서(42%)’인 것으로 조사됐다. 즉,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창업자 자신이 원하는 제품·서비스를 만든 경우다.

2위는 ‘자금 부족(29%)’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스타트업의 3분의 1이 자금이 부족해 실패했다고 답했다. 일부 스타트업은 지나치게 빨리 성장하면서 현금 흐름에 문제를 겪기도 한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톱 12 중 자금 관련 요인은 또 있다. 조사 결과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중 자금 관련 요인은 2가지로, 제품·서비스나 시장 수요와 관련된 요인(4가지)보다 적었다. 즉, 통념과 달리 스타트업이 시장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을 때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위는 ‘팀원 구성 문제(23%)’다. 스타트업이 필요한 인재를 구하지 못했거나 사업을 진행하면서 인맥이나 멘토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해 실패한 것이다. 인적 문제는 8위 ‘팀워크 부조화(13%)’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팀워크에 문제가 생겨 실패하는 곳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팀원의 문제보다 창업자가 열정이 부족하거나 역경을 이기지 못해(탈진) 실패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8%를 차지해 11위에 올랐다.

4위는 ‘경쟁에 뒤져(19%)’라는 이유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굉장히 혁신적이어서 모방할 경쟁자가 없다고 착각하는 스타트업이 결국 경쟁에서 뒤처져 실패했다는 것이 상위권에 올랐다. 또 일관성 없는 아이템을 문어발식으로 내놓거나(8위 포커스 상실) 시장 변화에 따라 아이템을 적절하게 바꿔야 할 시점에 변화하지 못해 실패한 곳(8위 타이밍 문제)도 많았다. 또 ‘소송 등 법률문제(11위)’가 발생해 사업을 접는 곳도 있다.

5위는 가격·원가 문제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과 달리 지나치게 높게 가격을 책정하는 것(가격·원가 문제)도 높은 실패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20가지 중 대부분의 요인은 결국 시장으로 수렴된다. 다시 말해 스타트업의 성공 열쇠도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