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재계 순위도 18위에서 30위로 밀려

그룹 ‘모태 기업’ 위기, 김준기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동부제철에 이어 동부건설까지 잃게 됐다. 사실상 그의 오랜 꿈이던 ‘철과 반도체’는 물론 모태기업까지 경영권을 상실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



김준기(71) 동부그룹 회장이 모태 기업인 동부건설의 경영권을 상실하게 됐다. 2014년 12월 31일 그룹의 주요 계열사였던 동부건설이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2013년 11월부터 추진해 온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은 우여곡절 끝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동부하이텍, 동부특수강 등 동부그룹의 자구안에 포함된 계열사가 모두 김 회장 관리에서 벗어나면서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됐다. 김 회장의 오랜 꿈이나 다름없던 철과 반도체는 물론 모태 기업까지 흔들리면서 김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재계 순위도 18위에서 30위권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동부그룹은 2014년 동부제철의 경영권을 포기한 데 이어 동부하이텍 매각이 무산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화됐다. 결국 그룹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동부건설마저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3분기 기준 동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16억 원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2015년 2월 430억 원, 6월 400억 원 등 2016년까지 총 1370억 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이를 포함한 동부건설의 부채는 총 2618억 원이다.

채권단은 2014년 11월 동부건설에 자구 계획을 만들어 오면 1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향후 5년간 투입될 추가 자금 중 50% 이상을 김 회장과 동부 계열사가 부담하는 조건을 걸었다. 채권단은 앞서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돌입할 때도 김 회장에게 사재 출연 등 회사 정상화에 기여해야만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하기로 못을 박았었다. 동부제철은 자금난 해결을 위해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매각하려다 무산되면서 2014년 7월 7일 채권단 공동 관리에 들어갔다.


사실상 ‘금융 사업’ 중심으로 재편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은 지속적으로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14.41%)을 담보로 내놓길 요구해 왔다. 하지만 김 회장은 상속 지분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동부제철에 이어 동부건설까지 법정 관리를 신청하면서 사실상 김 회장이 제조 업종 분야를 지켜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이 빠지면서 동부그룹 비금융 사업의 주력은 동부대우전자와 동부팜한농 등 전자 및 농업 분야로 재편됐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은 동부화재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게 됐다. 동부화재는 그룹 전체 매출 중 75% 이상을 책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