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topic 제 1009호 (2015년 04월 08일)

그들이 기부 천사가 된 이유

개인 기부 활발한 미국…강력한 세제 혜택에 연금 지급도

미국의 대표적 거부인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는 2010년부터 미국의 400대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생전이나 사망 시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기부 약속(The Giving Pledge)’ 운동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은 양극화 현상, 즉 소득 격차 확대에 대한 원인 분석과 처방으로 유명하다. 이는 역설적으로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소득 격차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각국 정부로선 세금을 걷어 저소득층의 복지를 늘린다든지 재정 지원을 통한 중소·중견기업 육성으로 중간 계층을 넓히려는 노력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세금을 많이 걷으면 경기가 둔화되고 친기업적으로 가면 양극화가 더 심화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 공공의 역할과 부담의 일부를 민간 개인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대표적 사례는 미국의 기부금 제도다.


조건 달아 기부액 통제 가능
기부금 조사 단체인 기빙유에스에이(Giving USA)에 따르면 2013년 미국의 기부금 총액은 3352억 달러(미국 GDP의 2.0%)로 1973년 1340억 달러의 2.5배로 증가했다. 미국 기부 금액은 금융 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8년과 2009년을 제외하곤 계속 증가세다. 통계에 따르면 1974~2013년간 미국 기부금의 증가율은 연평균 2.5%로 국내총생산(GDP)의 전년 대비 증가율 2.1%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부금 성장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는 것은 성장에 따른 양극화를 조정할 수 있는 힘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기부금 총액은 이미 덴마크의 GDP 3306억 달러(2013년 기준, 세계 34위)를 넘어섰고 일본의 기부금 총액 1629억 달러의 20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 기부금 내역을 살펴보자. 가장 많은 것은 개인 기부로 2406억 달러, 총기부금의 71.8%에 달한다. 다음은 재단 기부(490억 달러, 14.6%), 유산 기부(277억 달러, 8.3%)순이다. 여기서 유산 기부와 재단 기부 중 48%가 가족 재단 기부인데, 이것을 개인 기부로 계산한다면 미국 기부금의 87%가 개인 기부인 셈이다.

그러면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모은 기부금은 어떻게 배분될까. 기빙유에스에이에 따르면 배분 대상으론 2013년 기준으로 종교 단체가 1055억 달러(31%)로 가장 많고 교육기관이 521억 달러(15.5%)로 2위, 사회복지 단체가 415억 달러(12.4%)로 3위, 재단이 4위(357억 달러, 10.6%)다.

미국 기부금 제도의 특징을 꼽는다면 두 가지다. 계획 기부가 일반화되고 있는 점과 다양한 기부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계획 기부는 ‘플랜드 기빙(planned giving)’이라는 영어 표현 그대로 일시적·즉흥적 기부가 아니라 기부 대상과 기부 금액, 기부 방법 등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는 기부 제도다. 또 이 계획 기부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는데, 대표적으로 기부자 조언 기금(DAF:Donor Advised Fund), 유증(Bequest), 기부 연금(CGA:Charity Gift Annuities), 합동 소득 연금(PIF:Pooled Income Fund), 자선 잔여 신탁(CR), 자선 선행 신탁(CL)이 있다. 2013년 기준으로 기부자 조언 기금과 개인 재단의 수가 각기 21만7367개와 8만4350개에 달할 정도로 많다. 이들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것은 첫째, 기부자가 기부 재산에 대해 다양한 사용 조건을 달아 기부액을 통제할 수 있고 둘째, 소득세 공제, 자본이득세 절세, 상속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이 많으며 기부자 또는 기부자가 지정한 수취인에 대한 안정적 연금 지급 등 매력 있는 상품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기부 프로그램의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기부자 조언 기금은 기부자가 재단 내에 펀드를 설립함으로써 세제 우대 조치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기부자는 기부금 운용 및 배분에 대해 조언할 권리(환경보호, 이민 지원 등)가 있다. 둘째로 유증은 기부자가 유언을 미리 쓰고 사망 시점에 재산이 기부되는 프로그램이다. 계획 기부 중에서 가장 간단한 구조다. 셋째, 기부 연금은 기부자가 현금·유가증권·부동산 등을 사회단체나 재단 등에 기부하면 기부 현금 또는 자산의 소유권은 사회단체와 재단으로 이전된다. 그 대신 기부자 또는 기부자의 지정 수급자에겐 일정 연령부터 죽을 때까지 연금이 지급되는 구조다. 이 기부 연금은 미국 총기부금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1990년대 이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1930년 설립된 ‘아메리카 기부 연금’은 기부금 총액의 3%를 차지할 정도다.


법인보다 개인 기부가 유리한 구조
넷째, 합동 소득 연금은 다수의 기부자로부터 기부된 현금이나 주식을 풀로 모아 자산을 운용하고 기부자에게는 합동 소득 기금을 통해 연금이 지급되는 프로그램이다. 기부자가 사망한 후 기부자 소유 금액은 기부한 단체에 귀속된다. 소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이나 금액이 커도 익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다섯째, 자선 선행 신탁은 기부자가 현금 또는 재산을 일정 기간 신탁에 기부하고 신탁을 운용함으로써 얻는 수익을 자선단체와 재단에 기부하는 구조다. 일정 기간이 끝나면 재산의 소유권은 자동으로 기부자에게로 돌아간다. 여섯째, 개인 재단은 기부자가 직접 재단을 설립하고 기부금의 용도 등을 컨트롤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은 계획 기부 프로그램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중 상속세 감면이 가장 많고 다음 소득세 공제나 감면이 많다.



개인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기부 연금 프로그램을 좀 더 살펴보자. 기원은 1831년 저명한 화가 존 트론빌이 미국 독립 혁명을 그린 자기 작품을 예일대에 양도하는 대신 죽을 때까지 매년 1000달러의 종신 연금을 받기로 한 게 시초다. 그 후 아메리칸 바이블 소사이어티가 1843년 정식으로 기부 연금 제도와 기부연금위원회를 설립해 바람직한 기부율 설정 등 기부 연금 제도를 체계화했다. 기부연금위원회는 현재 1400개 이상의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미국 기부 연금을 취급하는 단체의 현황 중 눈에 띄는 것은 종교 단체, 병원과 달리 대학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기금 연금의 구조는 어떤가. 가장 활발한 기부 연금 중 하나인 하버드대의 예를 들어보면 최저 기부금을 2만5000달러로 설정하고 연금 수급은 40세부터 가능한 구조가 일반적이다. 또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높으면 연금 급부율도 높게 설정돼 있다. 만약 65세부터 연금을 받으면 급부율 5.4%에 연 1350달러를 받는데 비해 75세부터 받으면 급부율 6.7%, 연 1675달러를 받는 식이다.

이처럼 미국 기부금 제도가 활발한 이유는 뭘까. 물론 미국 사회의 특성 특히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기부 정신의 영향도 있다. 그러나 공공 자선단체에 기부할 때 기부금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 요인이 강한 인센티브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미국은 개인이 공공 자선단체에 기부할 때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가 당해 과세 연도 조정 총소득의 50%까지 인정된다.

게다가 공제 초과 부분은 이월이 허용되고 5년마다 추가 공제가 적용된다. 반면 법인은 과세소득의 10%까지 손금 산입이 인정되는 정도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부금 제도는 개인 혜택이 훨씬 센 구조다. 개인적으로도 양극화의 주체가 개인이라고 보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부금 제도도 법인보다 개인 혜택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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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5-04-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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