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음료가 받치고 화장품이 고성장 이끌어

'매출 5조' LG생건, 11년 연속 성장의 비결
LG생활건강이 11년 연속 성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2008년 발생한 금융 위기 및 최근 경기 불황의 파고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회사가 꾸준한 성장을 이어 온 비결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기업의 시초인 치약·샴푸 등 생활용품 중심 기업에서 콜라 등 음료 등까지 사업을 다각화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브랜드 ‘후’ 등 화장품의 성장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월 26일 2015년 결산 결과 사상 최초로 매출이 5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매출은 5조3285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841억원, 4704억원을 기록했다.

성장세도 눈에 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13.9%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33.9%나 크게 뛰었다. 순이익 역시 32.7% 증가했다. 팔기도 잘했지만 주머니가 더 두둑해졌다는 의미다.

LG생활건강은 세 바퀴 자전거다. 앞서 말한 대로 생활용품·음료·화장품이다. 이런 구조를 만든 것은 현재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차석용 부회장이다. 차 부회장은 2005년 취임 후 인수·합병(M&A)을 통해 세 바퀴를 만들었다.

2005년 당시만 해도 LG생활건강의 사업은 생활용품(67.6%)과 화장품(32.4%)의 두 바퀴였다. 여기에 차 부회장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샘물·해태음료 등을 사들여 ‘생활용품·화장품·음료’가 3대 축을 이루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 냈다.

한방 화장품 ‘후’ 매출만 8081억원

이 3대 축을 자세히 뜯어보면 생활용품과 음료는 꾸준하게 성장하면서 ‘캐시 카우’가 되고 있다. 여기에 화장품은 중국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며 가파른 매출 상승 곡선을 그리며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번 실적을 보면 이런 구도는 명확히 보인다. LG생활건강 및 금융 투자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화장품은 ‘후’, ‘숨’, ‘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 매출이 성장세를 견인했다.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라인은 무려 전년 대비 60% 성장했다. 수익성이 높은 럭셔리 화장품의 비율 확대로 화장품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13.9%에서 15.9%로 전년 대비 2.0% 포인트 개선됐다.

특히 럭셔리 화장품 라인 중 한방 화장품 ‘후’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후’ 매출은 국내 면세점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의 높은 인기로 전년보다 88% 성장한 8081억원을 기록했다.

‘후’의 성장은 최근 한국 화장품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보다 빠르다. ‘설화수’는 2000년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한 뒤 14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후’는 4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달성했다. ‘후’의 매출은 2012년 1737억원, 2013년 2037억원, 2014년 4310억원, 지난해 8081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후’의 성장에는 두 가지 요소가 큰 역할을 했다. 하나는 궁중 한방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LG생활건강은 ‘후’ 브랜드를 론칭할 때부터 ‘왕’과 ‘왕후’라는 일관된 궁중 스토리와 화려한 디자인으로 왕후의 기품을 강조했다. 이런 전략은 중국인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기술도 있었다. LG생활건강은 한방화장품연구소에서 수만 건에 달하는 궁중 의학 서적에 대한 기록을 찾았다. 궁중 왕실의 비방이 적혀 있는 수백 권의 고서를 데이터화해 고대 왕실 여성들이 늙지 않는 아름다움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이용한 왕실의 독특한 궁중 처방을 ‘후’의 여러 제품에 적용했다.

여기에 입소문도 한몫했다. 입소문의 진원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다. 2014년 7월 시 주석과 함께 방한한 펑 여사가 면세점에서 ‘후’를 사갔다는 소문이 돌면서 유커(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가 생겨났다. 펑 여사는 중국의 여성들에게 ‘워너비 스타’다. 펑 여사는 중국의 국민 가수 출신이다.

과거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이 공개 활동을 자제하는 ‘그림자 외교’에 주력했던 것과 다르게 펑 여사는 시 주석 집권 이후 활발한 공개 활동에 나서며 중국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유커들이 왕후(王后)를 뜻하는 브랜드 이름과 황금빛 포장에도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출 5조' LG생건, 11년 연속 성장의 비결
더페이스샵 등 M&A로 경쟁력 보장

럭셔리 라인은 직접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에 공을 들인 반면 다른 라인들은 M&A를 통해 경쟁력을 보강한 것도 눈에 띈다. LG생활건강은 색조 화장품 전문 업체인 바이올렛드림, 중저가 브랜드숍 더페이스샵, 코스메슈티컬(피부과 전문의가 만든 화장품) 브랜드 차앤박화장품 등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일본 긴자스테파니, 캐나다 푸르츠앤드패션 등을 인수해 신규 해외시장 진출의 길을 만든 것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

화장품이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더해 생활용품과 음료는 ‘탄탄한 성장’을 하고 있다. 먼저 생활용품 사업은 매출 1조5971억원과 영업이익 185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3%, 16.1% 성장했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사업을 유아 용품 외에 6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다. 6대 카테고리는 샴푸·린스, 비누·보디용품, 치약·칫솔,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주방 세제 등으로 분류된다.

이 중 샴푸·린스, 비누·보디용품, 치약·칫솔 등 헤어·보디 제품을 ‘퍼스널 케어(Personal Care)’로 지칭한다. 퍼스널 케어 제품군은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의 성장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리엔’, ‘오가니스트’, ‘온:더바디’ 등 퍼스널 케어 브랜드의 높은 성장으로 매출 믹스가 개선되면서 영업이익률이 10.6%에서 11.6%로 전년 대비 1.0% 포인트 개선됐다.

퍼스널 케어의 성장으로 6대 카테고리 매출도 전년 대비 15% 성장했고 시장점유율도 0.5% 포인트 높아진 35.4%를 달성해 1위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최근 들어 퍼스널 케어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2015년 11월 ‘리엔 윤고’를 출시하고 중국 현지 진출을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또 음료 사업은 매출 1조2824억원, 영업이익 108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2%, 37.5% 증가했다. 음료 사업은 탄산음료의 성장세가 이끌었다. 탄산음료의 고성장으로 영업이익률은 8.4%로 전년 대비 2.0% 포인트 개선됐고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0.8% 포인트 증가한 29.7%를 달성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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