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미녀 저자들로 요리책 시장 활기…비전문가·블로그 활동 ‘닮은 꼴’}
자연주의 요리 열풍 일으킨 ‘초록의 여왕들’
(사진) 영국에서 영향력이 큰 푸드 블로거 엘라 우드워드. /연합뉴스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객원기자] 요즘 유럽에서는 미녀 저자들의 요리책이 인기다. 이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날씬하며 활기찬 이미지로 책에 등장한다. 표지만 놓고 본다면 요리 서적이 아니라 유명 스타의 화보집이나 에세이 같기도 하다.

이 저자들은 설탕·밀가루·육류·조미료가 들어간 음식 대신 신선한 식재료와 영양가 높은 슈퍼 푸드를 이용한 자연주의 요리 레시피를 소개한다.

최근 요리 출판계의 핫 트렌드로 떠오른 미녀 저자 군단에 대해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슈퍼 미식가(슈퍼 푸디)’라고 이름을 붙였다.

텔레그래프는 건강하게 먹기를 다룬 요리책 장르가 서점의 구석 자리에서 베스트셀러 매대로 옮겨올 수 있었던 데는 요리와 패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잘 결합한 여성 작가들의 인기 상승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작가들을 ‘초록의 여왕’이라고 칭하며 20~30대의 식습관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들의 활약에 주목했다.

◆개인 SNS 통해 인지도 쌓은 ‘슈퍼 푸디’

요리책의 새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이 슈퍼 푸디들은 대부분이 블로그 등 개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먼저 인지도를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의 요리책 저자들이 쿡방(요리+방송)이나 ‘마스터 셰프’와 같은 TV 요리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큰 인기를 모은 후 출판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슈퍼 푸디들은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웠다거나 외식 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자이기보다 먹거리와 건강에 관심이 높은 영양학자,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일반인들이 더 많다.

여성들이 주축이 된 슈퍼 푸디들의 요리책은 인스타그램(사진 공유 SNS)이나 ‘킨포크’ 매거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예쁘고 따뜻한 감성의 사진이 가득해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 저자들은 개인 홍보의 도구로 SNS 활동을 매우 활발히 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낸 이후에도 독자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면서 책의 판매량을 높이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미녀 요리책 저자에는 엘라 우드워드, 재스민과 멜리사 헴슬리 자매, 아밀리아 프리어, 애나 존스 등이 있다. 이들은 영국의 유명 요리 연구가로, 요리책 저술 활동이 활발한 니겔라 로슨의 후예들로 불린다.

이들 가운데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세인즈버리의 상속녀인 엘라 우드워드는 8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39만 명의 핀터레스트 팔로워를 보유할 정도로 영국 내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푸드 블로거 중 한 명이다.

우드워드는 지난해 1월 ‘맛있게 엘라’라는 첫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차트에서 6주 동안 1위를 기록, 30만 부 이상 팔렸고 14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정크 푸드를 즐겨 먹었던 우드워드는 열아홉 살이었던 2011년, 기립성빈맥증후군 판정을 받으면서 채식주의자로 전환하게 됐고 이를 통해 건강한 식습관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그녀는 최근 후속편 ‘매일, 맛있게 엘라’도 펴냈다.

헴슬리 자매는 언니 재스민이 모델로 활동할 당시 다이어트 식단에 질려 직접 도시락을 싸게 되면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영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자매의 도시락은 이국적인 음식들로 가득했고 이를 본 주변 동료들의 요청으로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의 개인 식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헴슬리+헴슬리’라는 업체를 세웠다.

헴슬리 자매는 유명 잡지인 ‘보그’ 사이트에 블로그를 개설해 팬들을 확보했고 ‘잘 먹기의 예술’, ‘좋은+간단한’ 등의 요리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유럽 각국과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채소를 파스타 면처럼 뽑아내는 주방 기구 사업을 론칭했고 런던에 자신들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도 열었다.
자연주의 요리 열풍 일으킨 ‘초록의 여왕들’
(사진) 네덜란드에서 주목받는 요리책 저자 렌스 크루스. /연합뉴스

◆뷰티·운동 등 삶의 전반에 대한 코치

네덜란드의 출판 업계에서도 슈퍼 푸디들의 활약이 남다르다. 평소 자연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네덜란드인들은 유기농 식재료나 홀푸드(통 곡식) 식단에 관심이 많다. 봄이면 상점마다 농작물의 씨앗과 흙을 판매하고 있고 직접 수확한 채소나 허브 등을 요리에 사용하는 것도 즐겨하기 때문에 자연주의 요리책에 대한 독자들의 수요가 두텁다.

네덜란드 경제 일간지 ‘HFD’는 최근 전체 도서의 매출은 서서히 감소하고 있지만 요리책의 인기는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0~2014년 요리책의 매출은 17% 늘어났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강식 요리 저자는 영양학자인 렌스 크루스다. 그녀는 2014년 ‘파워 푸드’라는 첫 책을 출간했는데, 이 책은 요리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현재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크루스는 지난해에 ‘파워 푸드 프리슬란트에서 뉴욕으로’를 펴냈다.

허브 전문가인 할머니와 프리슬란트(네덜란드 북부 지역)에서 처음으로 유기농 작물을 재배한 농부 할아버지, 영양학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건강한 식재료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져온 크루스는 뉴욕에서 음식 트렌드를 관찰한 후 네덜란드에 돌아와 첫 책을 발표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됐다.

vitamj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