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골목상권 침해와 의료 영리화 놓고 온도차}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여야 3당 원내 대표 논의를 거쳐 19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한 ‘지역전략산업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막판 통과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외에 환경노동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등 10개 관련 상임위의 검토를 필요로 하는 데다 ‘골목상권 침해’라는 우려마저 불거져 관련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4일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14개 시·도의 지역 전략사업 육성을 위해 과감한 관련 규제 완화, 지역 맞춤형 지원 방안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6장 89개 조문으로 구성된 특별법은 규제프리존 지정·운영에 관한 사항, 네거티브 규제 혁신 시스템, 규제프리존에 대한 규제특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의 수요를 반영해 규제프리존에 대한 세제·재정 등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고광희 기획재정부 지역경제정책과장은 “특별법이 시행되면 지역별 특성과 강점을 활용한 맞춤형 특화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에 따른 인재 유입 촉진과 민간투자 확대를 통해 지역 주도의 자생적·지속적 발전 기반이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CONOPOLITICS] 난항 겪는 ‘규제프리존 특별법’
(사진) 정부와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규제프리존 특별법 제정을 위한 협의회를 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 여야, 기본 취지는 공감

이번 특별법은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국민의당 김관영·김동철·장병완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도 공동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따라서 여야는 특별법의 기본 취지와 총론에 대해선 공감하는 편이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와 의료 영리화 문제가 걸려 있어 법안 통과 여부에는 온도차를 보였다.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도권과 지방 간의 불균형 발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규제를 풀어 지방 기업들이 좀 더 나은 조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접근 방법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규제를 완화하면 그 여파가 수도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수도권 내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지난 4월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의 취지를 고려해 총론적으로는 동의한다”면서도 “법인의 이·미용업 허용과 의료법인 부대사업 등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당의 방침을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법인의 이·미용업 진출이 허용된다면 이·미용업의 고사와 골목상권 파괴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해당 상임위 논의를 통해 이를 제외하거나 분명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료법인이 무분별하게 부대사업을 확장한다면 국민의 건강권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부대사업 범위를 시·도 조례의 개정을 통해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은 해당 상임위 논의를 통해 제외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CONOPOLITICS] 난항 겪는 ‘규제프리존 특별법’
◆ 여, 논의 참여 촉구에 나서

야당 측 의원들의 이 같은 우려 섞인 신중론에 대해 여당은 논란이 되는 조항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서는 동시에 법률안 개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우선적으로 논의에 참여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여당 측 관계자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서비스산업인 이·미용 업종은 영세한 업체가 많아 대기업이 미용실 프랜차이즈화에 나서면 골목상권 침해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특별법에서 법인을 규제프리존 대상에 포함한 것은 화장품 산업”이라며 “현재 법안이 통과된 것이 아니고 논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수정이 가능하므로 일단 논의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프리존은 테스트베드(시험 무대) 성격을 가지고 있어 특정 지역에서 시도해 보고 부작용이 생기면 전국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 국가적으로 골목상권이 침해될 것으로 보는 것은 침소봉대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여당과 같은 주장을 폈다. 정부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요구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용 업종에 대해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에 여러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반발이 있으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부작용이 없도록 대안을 생각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도 조례로 정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에 대해선 “이미 2007년부터 제주도에 허용된 사항”이라며 “10년 가까이 시행돼 왔지만 제주도에 의료 영리화가 됐다는 소리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 영리화와 특별법은 상관이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병원이 부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 시설 투자를 비롯해 의료 사업 본연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그동안 대부분의 지방 대책은 중앙 재정에 많이 의존했다”면서 “이번에 새롭게 규제 특례를 만들었지만 규제특례만으로는 민간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해 내기 어려워 재정을 병행해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한다. 이번 임시국회에 통과돼야 내년 예산에 반영하기가 수월하므로 최대한 일찍 처리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