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
{정우택(새누리당)·노웅래 의원(더민주당),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동시 발의}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지난 1년 동안 시장 자율 규제로 시행돼 온 국내 게임 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사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여야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률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같은 날 발의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업계 관계자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에 대한 제재인 만큼 게임 산업의 급격한 위축을 우려하는 눈치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청주 상당)은 온라인·모바일 게임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종류의 캐릭터와 무기 등을 뽑는 이른바 확률형 아이템의 당첨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7월 4일 밝혔다.
울상 짓는 게임 업계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산업 옥죄는 제도”
(사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지난 4월 27일 열린 ‘IPO 엑스포 2016’ 행사에 참석한 정우택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게임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법안

정 의원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게임 이용자의 과소비를 방지하고 게임 업계의 이익 극대화 추구에 따른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 내지는 허위 확률 공지에 따른 이용자들의 피해를 억제하는 등 게임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는 정 의원은 “지난해 법안 대표 발의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그간의 추이로 볼 때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던 형태의 확률 공개는 시장의 자율 규제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실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들과 전문가들은 그동안 국내 게임 업체가 아이템 당첨 확률이 공시되지 않는다는 맹점을 이용, 확률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만 치중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국내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고 있는 외국 게임 업체를 사례로 들며 국내 게임 업체들도 콘텐츠 개발을 통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 의원은 “게임 이용자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투입 금액 대비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조성해 이용자의 과소비와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어 현재 시장 상황에 맞게 수정한 개정안을 통해 소비자의 권익 보호는 물론 올바른 게임 산업 진흥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정 의원보다 한 발 앞서 국회사무처 의안과에 법안을 제출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마포구갑) 역시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구성 비율 및 획득 확률 또는 기댓값을 게임물 내부에 표시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로 엇비슷한 두 법안의 차이점은 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신고 포상금 제도를 법으로 규정한 반면 노 의원의 개정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들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게임 업계를 불신하고 있어 국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개선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기존의 자율 규제로 이뤄져 왔지만 미흡하다는 측면에서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자칫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로 비쳐질 수 있어 처벌 조항은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울상 짓는 게임 업계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산업 옥죄는 제도”
◆ 매출 하락 우려에 울상 짓는 게임 업체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을 접한 게임 업계는 울상이다. 매출 하락도 우려스럽지만 한 번 등을 돌린 이용자들을 다시 끌어오기도 쉽지 않아 매출 회복 자체가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업계가 모여 자체적으로 자율 규제를 해 왔는데 그걸 법안으로 만들겠다고 하면 업체로선 당연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과거 고포(고스톱·포커)류와 같은 웹보드 관련 게임법 시행령이 제정되고 나서 게임 이용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정안은) 게임 산업을 옥죄는 제도”라며 “게임 산업이 나름 수출도 잘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없이 단순 규제 산업으로만 몰고 가는 것이 업체로선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확률이란 것은 게임성”이라며 “결과를 뻔히 알고 하면 아무래도 이용자의 흥미가 반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매출이 줄어드는 것보다 이용자들이 떠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단기적으로 봤을 때 사행성이 사라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용자들의 이탈로 산업 자체가 죽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