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대응,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자
(일러스트=김호식)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브렉시트(Brexit)라고 불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에 관한 국민투표 이후 불과 1주일 남짓한 사이에 사람들은 두 번 놀랐다.

예상과 달리 투표 결과가 탈퇴로 결론이 나서 한 번 놀라고 주가 폭락 등의 충격이 불과 3~4일도 지속되지 않아 또 한 번 더 놀랐다. 브렉시트 자체가 정치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경제적 파급효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일본에서 대지진이 한 차례 일어나고 연이어 몇 차례 여진이 일어난 것과는 분명 다르다. 브렉시트가 EU 붕괴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브렉시트가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 앞으로 영국과 EU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영국이 실제로 EU를 탈퇴할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지만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탈퇴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당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국 파운드화 약세 기조는 당분간 불가피해 보이고 영국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심화되면서 부동산 펀드에서 환매 요구가 급증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로 부정적 영향이 금융뿐만 아니라 실물 부문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비 때마다 간헐적인 시장의 반응이 있겠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브렉시트라는 단어에 매몰돼 있는 듯하다.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과 정부도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브렉시트의 직접적 원인으로 이민자 급증에 따른 일자리 부족과 교육·의료 등 사회복지 부담 증가, 과도하다고 느끼는 EU 분담금, 독일 주도의 EU 체제에 대한 불만 누적 등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전 세계적인 장기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에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인기영합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포퓰리즘이 득세해 왔다. 영국은 물론 미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정책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없다.

브렉시트에 대한 평가와 대응이 지금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침착해져야 한다. 신고립주의·보호주의 강화 등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간 내에 실물 부문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의 성장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신흥국의 경기 둔화, 일본과 유럽의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세계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생산 패러다임의 변화, 글로벌 가치 사슬의 변화로 일자리 창출 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에 대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정도가 커질수록 투자 활동이 저하되고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만 증가하기 때문에 과민한 반응은 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자본의 유출입과 금융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는 등 금융 안전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개선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무역 및 투자 측면에서 위협이자 기회

브렉시트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규제 철폐,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한 투자 여건 개선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또한 브렉시트를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모멘텀으로 봐서는 안 된다.

영국의 EU 탈퇴가 우리와 같은 제삼국에는 무역과 투자 측면에서 위협이면서 동시에 기회가 된다. 지금의 상황이 우리에게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에 준비된 참여를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준 것으로 봐야 한다.

보호주의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선진국일수록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새로운 균형점에 가까워질수록 자유무역의 중요성이 더 부각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동시에 우리가 브렉시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경제적 불평등 완화가 병행되지 않고서는 경제적·정치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사회적 합의 도출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부채 의존도를 높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금융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들어 위기 가능성을 높여 경기 침체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