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돼지 발언’과 양심의 자유
[리더스 뷰]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KAIST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실리콘밸리에서 지난 6월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여섯째 ‘글로벌 창업가 정신 정상 회의’가 열렸다.

이 행사에 초청받은 필자는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본사를 방문하고 행사에 참여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두 벤처 회사를 둘러보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자유로움이었다.

최고경영자(CEO)조차 자기 방이나 고정된 자리 없이 회의실을 예약해 사용하고 있었고 필자와 만나기로 한 임원은 예약해 둔 회의실을 사용하고 있는 CEO를 내보내고 예정된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그런가 하면 공중전화 부스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서서 일하는 직원들, 소파에 누워서 일하고 카페에서 회의를 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자유로움과 함께 생기 있는 모습이 엿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글로벌 창업가 정신 정상 회의를 통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자유로운 복장을 부러워하며 청년 창업가들도 대등한 사회적 지도자로 존중하며 대화를 주도했다.

그리고 성공 창업자들은 남들이 동의하지 못한 ‘미친’ 생각들이 혁신 기업의 뿌리였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최근 벌어진 일을 보자. 온 나라가 한 교육부 공무원의 술자리 발언으로 들끓었다.

“국민은 개·돼지로 배불리 먹여주면 되고 신분제를 더 공고히 해야 한다”는 이 공무원의 극단적인 견해는 비난을 받아 마땅했다. 국민들은 분개했고 결국 파면이 결정됐다. 우리 헌법이 신분제도를 부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헌법은 양심의 자유를 선언하고 있다. 헌법 제19조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적혀 있다.

민주주의의 탄생이 양심과 사상의 자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 다른 민주주의의 기반은 표현의 자유다. 그래서 우리 헌법 21조에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 또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로 선언하고 있다.

이는 민주국가의 기초일 뿐만 아니라 지식 경제에서 중요한 창의성 발현의 토대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상들이 경쟁하는 구조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현되고 사유의 자유를 누릴 때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억압받지 않고 정신적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개·돼지 발언’과 양심의 자유
(일러스트 김호식)

최근의 심리학과 뇌과학의 연구 결과들은 인간의 자유의지의 존재에 많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성장 배경과 경험에 따라 사상과 심리적 선호가 결정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내면적 사상과 사유의 자유는 더욱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 21세기 심리학의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한 개인이 사석에서 한 발언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없이 사회에서 매장에 가까운 징계를 해야 한다고 총궐기하다시피 했다. 헌법이 정한 사상의 자유는 민주주의와 헌법이 정한 사상마저 부인할 수 있는 자유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대한민국에는 사회주의자도 자생적 공산주의자도 허용돼야 하는 것이고 극단적이지만 군주제를 주장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 공무원의 생각이 사회의 통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생계를 박탈하고 파면하는 것은 양심과 사상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반헌법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양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을 최소화하고 행위나 작위가 타인 또는 공공의 권리를 침해할 때 제약을 가하고 처벌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 공무원의 발언이 크게 한심하고 기분 나쁜 것이지만 이 비뚤어진 생각이 교육부의 정책에 반영됐다거나 타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은 그저 사상과 표현의 자유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분별없는 고위 공무원의 ‘설화’에 대해 한국은 온 나라가 나서 이구동성으로 공무원에게 가장 무거운 징계인 파면을 통해 영원히 침묵시키고자 했다.

이 논리라면 우리는 모든 공무원들이 과연 국민의 대부분에 부합하는 사고를 하는지 사상 검증을 하고 그렇지 못한 공무원을 솎아 내야 한다.

우리가 시끄러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이유는 인간이 자유롭게 살고 그 자유 속에서 창의가 꽃 피고 역사의 진보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한 고위 공무원의 분별없는 사석 발언과 우리 사회의 견고한 전체주의적이고 집단주의적인 획일적 사고 중에 무엇이 더 사회 발전에 위험한 것인지 묻고 있다.

역사는 후자가 훨씬 더 위험하고 불행한 사회를 만든다고 증언하고 있고 우리 사회가 창조와 혁신 경제를 이룰 정신적·문화적 토대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심히 의심하게 만든 사건이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상들이 경쟁하는 구조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현되고 사유의 자유를 누릴 때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억압을 받지 않고 정신적 행복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