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회장 직무대행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Korea Software Property-Right Council)는 소프트웨어 저작권 보호를 위해 국내 126개 소프트웨어 제작사와 유통사가 만든 협회로, 1993년 소프트웨어저작권보호위원회로 창립된 뒤 2000년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사단법인으로 전환됐다. 다우데이타·안철수연구소·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어도비시스템즈·한글과컴퓨터의 대표이사가 부회장으로, 이스트소프트·소프트뱅크커머스·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인성디지탈·테크데이타 대표가 이사로 등재돼 있다. 김은현 회장 직무대행(이하 회장 대행)은 삼성전자 전략기획실·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기획조정실 출신으로, 2010년 3월부터 상근 부회장직을 맡다 지난해 회장이 공석이 된 뒤 회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불법 복제 근절이 ‘지식 강국’ 해법”
협회의 주요 업무는 무엇입니까.

소프트웨어 저작권 보호 활동과 홍보 활동으로 나뉩니다. 보호 활동은 경찰·검찰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단속할 때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고 홍보 활동은 언론 홍보 및 협회지 발간·캠페인 등입니다. 이와 함께 민간 자격증인 ‘소프트웨어 자산관리사(C-SAM: Certified-Software Asset Manager)’ 교육 및 발급을 하고 있습니다.

검경의 단속은 얼마나 자주 합니까.

연간 1000건 이상입니다. 전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지원 인력이 대부분 외부 지원에 나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영화나 음악 저작권은 소비재이지만 소프트웨어는 기계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생산재입니다. 제조업에서 쓰이는 캐드캠(cad·cam)은 물론 지식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MS 엑셀도 있는데, 모두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입니다. 하드웨어와 마찬가지로 재산으로 인식하고 그에 합당하게 보호돼야 합니다.

한국의 불법 복제율은 얼마나 됩니까.

전 세계 평균이 42%, 한국은 40%입니다. 그렇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27%, 미국·일본은 20%로, 한국의 정보기술(IT) 강국 위상에 비하면 불법 복제율이 높은 편입니다.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기업이 많은가 보군요.

불법 복제를 얘기할 때는 기업용을 말하는 겁니다. 개인용은 정품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은 경영층의 마인드 문제입니다. 윤리 경영과 투명 경영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경우죠. 하드웨어라면 남의 것을 훔쳐다 쓰는 것과 같습니다.

국내 대기업은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구매율이 높습니다. 전체 기업들 중 50~70%가 구매한다고 얘기하는데, 시장조사 기관인 IDC의 불법 복제율 통계 40%와 맞아떨어집니다.

단속에 걸려 처벌된 사례도 있습니까.

약식기소 또는 벌금에 그치다 보니 근절이 어렵습니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해외에서는 어떻습니까.

미국에서는 불법 사용이 걸리면 기업이 거의 망하는 수준입니다. 형사뿐만 아니라 민사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 사용한 소프트웨어 가격의 3배를 보상하는 ‘트리플 대미지(triple damage)’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피해 입증이 어려울 때에는 법에 정한 기준으로 보상해야 하는데 그 기준도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굉장히 엄격하군요.

그렇습니다. 소프트웨어의 경쟁력 없이는 국가 전체의 산업 경쟁력도 없습니다. 지금은 자동차만 해도 이제 전장(電裝) 부품의 비중이 40%에 육박합니다. 그게 다 소프트웨어입니다. 게다가 소프트웨어 산업은 기계가 코드를 짤 수 없고 사람이 일일이 직접 해야 하는 것으로 투자 대비 고용 효과가 큽니다. 청년 실업을 해소할 길도 소프트웨어에 있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으면 누가 거기서 일할 수 있을까요.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우려면 당장 쉽게 할 수 있는 길은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막는 겁니다. 이것 없이는 ‘스마트 코리아’도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자산관리사(C-SAM)’ 자격은 어떤 겁니까.

평균적으로 PC 한 대당 하드웨어의 가치가 100만 원이라면 거기에 깔려 있는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300만 원에 달합니다. 하드웨어는 열심히 관리하면서 소프트웨어는 소홀히 하기 쉬운데, PC 100대면 3억 원에 달합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파악해 효율적으로 구매하고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자격을 부여하는 겁니다.

기업으로서는 없던 인력을 새로 고용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 않을까요.

두 가지 면에서 이득입니다. 우선 기업 내 소프트웨어의 실태를 조사해 누가 어떤 소프트웨어를 쓰고 어떤 버전을 쓰고 있는지 파악하면 소프트웨어에 들어가는 수요와 예산을 미리 짤 수 있고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효율적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둘째, 기업 내에서 의도적이지 않게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관리자가 없으면 자기도 모르게 불법 소프트웨어가 깔리게 되고 이것이 적발되면 실질적인 손해배상도 부담이고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250명 이상 규모의 기업은 이 일만 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꼭 C-SAM 자격자를 따로 고용하지 않아도 기존 전산 관리자에게 자격증을 따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자격증을 따려는 지원자로서는 비전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PC 250대 이상을 사용하는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C-SAM 자격자를 두면 1만3000명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100대로 기준을 잡으면 5만 개가 생깁니다.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효율적으로 구매만 해도 비용 대비 효과가 클 겁니다. 코스트(cost: 비용)가 아니라 생산성 제고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또 정부 및 산하 기관의 소프트웨어 저작권 관리 대상은 3000개 정도 됩니다. 애플-삼성 간 특허 전쟁에서 보듯 세계적으로 지식재산권 보호가 점점 강화되는 추세로 갈 것인데,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질 겁니다.

현재까지 C-SAM 자격증은 몇 명이나 획득했습니까.

2006년부터 시작해 매년 100여 명씩 배출했습니다. 1급, 2급으로 나뉘는데 2급은 누구나 응시 가능하고 객관식 필기 평가이지만 1급은 C-SAM 2급 자격 취득 후 2년 이상의 실무 경력자, 대학 졸업자는 관련 분야 경력 2년 이상 등 응시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객관식 및 주관식 서술형 테스트이기 때문에 합격자가 연 10명 안팎에 그칠 정도로 어렵습니다. 1급 자격증이 있으면 기업 내에서 감사 기능도 할 수 있습니다. IT 관련 부서에서 실제로 감사를 벌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불법 복제 근절이 ‘지식 강국’ 해법”
약력: 1963년생. 국민대 법학과 학사·행정학 석사.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로스쿨 석사. 1989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1998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기획조정실 상무. 2010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상근 부회장. 2011년 SPC 회장 직무대행(현).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