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성공은 큰 파도를 타는 서퍼와 같다. 창업가에게는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 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체스터, 성공의 조건이 뭔 줄 알아?” 구글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퇴근길에 회사에서 멘토로 삼고 있던 선배가 이런 질문을 했다. 나는 빨리 선배의 생각을 듣고 싶어 ‘토지·노동·자본 아니냐’고 다소 장난스럽게 학교에서 배운 생산의 3요소를 내뱉었다. 하지만 되돌아온 선배의 답변은 매우 엉뚱하고 예상 밖이었다. ‘성공의 조건은 아무래도 운과 신념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서 있는 내게 선배의 설명이 이어졌다. “누구에게나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운은 오는 것 같아.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운이 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도망다니는 것 같더라고. 그 자리에서 계속 서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그게 바로 신념인 것 같아.” 결국 누구든지 강한 신념을 갖고 사업을 하다 보면 성공의 운을 만나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럼 버티기만 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버티기’란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일례로 창업가들 사이에는 우스갯소리로 ‘창업의 가장 큰 적은 어머니와 여자 친구’라는 말이 있다. 어머니에게는 어디서든 자랑할 만한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되는 게 하나의 효도다. 이른바 ‘엄친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자 친구 혹은 아내에게도 안정된 현재와 보장된 미래를 함께 꿈꿀 수 있는 남자 친구 혹은 남편이 되는 게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창업의 길은 이와 상당히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의 ‘안 된다’는 시선을 견뎌 내는 일은 무척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제까지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사업 초기에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남들이 하지 않은 건 그만큼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주 드물게, 몇 달 혹은 1년 안에 자신의 가정이 옳았다는 것을 검증해 내는 팀도 있다. 단기간에 큰 성공을 이루고 시장에서 주목받게 되는 경우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업팀들은 적어도 3~4년간 ‘안 될 것’이라는 시선을 견뎌 내야 한다.
큰 물결 없인 위대한 서퍼도 없다
그런데 만약 내가 믿는 신념이 맞지 않는 방향성을 가졌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적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세콰이어캐피털의 그레그 매카두(Greg Mcadoo)는 “거대한 물결 없이는 위대한 서퍼도 없다(A great surfer can’t exist without a great wave)”고 말한다. 성공은 큰 파도를 타는 서퍼와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창업가에게는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 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에는 ‘신념의 구간에 들어섰다’는 우리만의 용어가 있다. 우리가 설정한 방향에 대해 공감하고 서로를 깊이 믿고 함께 같은 방향을 보며 나아갈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곧, 진정한 팀이 되겠다는 일종의 다짐이다. 이렇게 신념의 구간에 모두 함께 들어선 이후에도 끊임없이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옳은지, 정말 우리가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공감대를 키워 나간다.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은 지금 신념의 구간에 들어서고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이제 여러분과 함께 영혼을 건 승부에 동참할 동료들을 모으고 매일매일 앞을 향해 전진하길 바란다. ‘성공’이라는 행운의 여신이 기다리는 그곳까지….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