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기업들이 현란한 환율 전망이나 환헤지 기법, 상품보다 기본에 충실한 접근이 환율 변동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라는 사실을 꼭 되새겼으면 한다.


그 간의 환율 변동은 물론 현재도 일본의 아베노믹스 성공 여부, 미국 양적 완화의 지속과 조기 종료 가능성 사이에서 환율의 변동성 확대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환율 헤지를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떤 분야든 기본이 가장 중요하듯이 환율 헤지 역시 기본을 철저히 지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첫째, 환율 헤지는 환율 변동에서 오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경영 활동의 일환이지 별도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별적인 금융거래가 아니라는 것부터 이해해야 한다.

환율에 따라 똑같은 100개를 팔아도 남는 돈이 달라지고 100개씩 들어오던 주문이 110개가 되기도 하고 90개가 되기도 한다. 환율 헤지는 이처럼 채산성·가격경쟁력 등 모든 것을 감안해 환율의 변동에 따른 기업 경영 환경에 대비하는 것이지 주식 투자나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금융 상품 거래나 투자 활동이 아니다.

둘째, 환율 헤지는 기업이 헤지할 환율의 방향과 폭을 선택하는 것이다. 아무도 알 수 없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환율의 방향 예측에 기초한 거래가 아니다.

우리 회사는 환율이 1000원까지 내리면 채산성이 어떻게 변하고 매출이 어느 정도로 예상되니 거래 자체에서는 손실이 날 수도 있다는 비용의 개념으로 미리 대비하는 것이므로 환율 전망에 기초해 이 거래로 이익을 내겠다는 식의 접근은 멀리해야 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이 2명이나 모여 만든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가 미국 금융시장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파산했듯이 그 어느 누구도 금융시장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금융회사에서 환율 관련 상품을 소개할 때 쓰는 금융공학 역시 상품 설계, 거래의 적정성 판단과 리스크 관리 등에 유용할 뿐이지 환율의 방향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더구나 환율은 경상수지·이자율·외화보유액 등 더 이상 매크로적인 요소에 의해서만 움직이지 않은 지가 오래됐다. 이른바 투기 자본의 농간과 외국 자본의 유출입이 자유로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특성으로 한순간에 방향을 틀고 변동성이 확대되기도 하는 상황에서 제조 기업이 제로섬 게임인 환율 시장에서 환율 전망에 기초해 거래하는 것은 사달이 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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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헤지 포지션이 투기 포지션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을 아프게 했던 키코(KIKO) 사태 역시 거래액이 적정 규모를 넘어 헤지 포지션이 아닌 투기 포지션으로 변이된 것이 문제의 가장 큰 본질이다. 금융회사의 영업 담당자들은 업무 특성상 더 큰 거래로 유도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환테크나 오버헤지 등의 단어는 어감과 달리 기업으로서는 멀리해야 할 단어다. 기업이 해도 되는 환테크가 있다면 외화저축뿐이고 오버헤지는 복불복 투기 포지션과 다르지 않다. 기업 역시 환율 거래에서 이익을 경험하고 더 큰 거래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절대 멀리해야 한다.

아무쪼록 수출입 기업들이 현란한 환율 전망이나 환헤지 기법, 상품보다 기본에 충실한 접근이 환율 변동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라는 사실을 꼭 되새겼으면 한다.


정지홍 RHT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