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욱 세종대 부총장 겸 경영대학장

국내 경영대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쟁의 한가운데서 경쟁력을 겨루고 있다. 특히 중소 규모의 대학일수록 특성화·글로벌화 등을 무기로 강소 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세종대 경영대는 실리주의에 입각한 알찬 인재를 배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세종대 경영대는 최근 대학의 비전과 미션을 재설정하고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강력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전용욱 세종대 부총장 겸 경영대학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페셜 인터뷰] “국제화가 대학 구조 개혁의 돌파구죠”
지난 수년간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추진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성과는 어떻습니까.
여러 변화 중 가장 큰 성과는 2007년 세계경영대학협회(AACSB) 인증을 받은 것입니다. 한국 대학 중 서울대·고려대·카이스트에 이어 넷째로 받았습니다. AACSB의 인증은 기본적인 교육 구성이 글로벌 기준에 맞는다는 의미이고 세종대 경영대는 재인증을 통해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전을 정하고 어떤 전략과 활성화 프로그램을 갖추는지가 중요해요. 세종대 경영대는 2020년까지 아시아 톱 50 진입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 특성화 등을 핵심 전략으로 정했죠. 세종대 경영대는 입학 정원 140명으로 중소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형 플레이어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글로벌 파트너와의 교류와 특성화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활성화 계획으로는 교수·학생·커리큘럼·인프라·네트워킹 영역별로 구체화해 놓고 있습니다.


세종대 경영대의 AOL 프로세스 시스템에 눈길이 갑니다.
AACSB의 인증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AOL (Assurance of Learning), 즉 학습의 확인이 중요한 가치입니다. 학기별로 수업을 통해 학생이 얼마나 성장하는지 측정합니다. 각 코스마다 명확하게 수치를 측정해야 합니다. 이는 성적표와 다르죠. 강의 목표에 따라 목적대로 잘 이뤄지는지, 학생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교수가 모든 과목에서 학생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서 선진국 교육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수준을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글로벌화 수준은 어떻습니까.
글로벌화는 프로그램·학생·인프라 등 모든 영역에서 진행돼야 합니다. 우선 교수 부문에서 세종대 경영대의 교수 26명 중 6명이 외국인 교수입니다. 그리고 전체 과목 중 약 20%가 영어 수업입니다. 최근 외국인 유학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영어 전용 글로벌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어요. 또한 대학원에서는 시러큐스 세종 MBA가 초기부터 외국 학교와의 교류를 추진했고 현재 외국 대사관이나 다국적기업의 직원을 대상으로 야간과 주말에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경력개발센터를 통한 취업 지원은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고 있습니까.
최근 경영대가 독자적으로 경력개발센터를 설립했습니다. 학생들이 편하게 이곳을 방문해 상담할 수 있도록 유동이 가장 많은 곳에 설치했고 누구나 커피도 마실 수 있게 하는 등 여러 배려를 많이 한 공간이에요. 이곳에는 취업지도관이 있어 학생 상담만 전담합니다. 전문 인력이 아닌 취업 지도교수의 도움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취업지도관은 경영대 학생이 지향하는 진로를 두루 섭렵한 분이 맡고 있어요. 해외 MBA를 거쳐 금융권 출신 등 취업지도관의 훌륭한 커리어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주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세종대 경영대 졸업생들은 주로 어떤 분야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습니까.
통계를 보면 올해 기준으로 대기업에 35%, 중견기업 20%, 중소기업 25%, 세무사 등 각종 고시 25% 등으로 구성돼 있어요. 대기업 취업자 중에는 금융권이 일부 차지하고 GS·두산 등에 많이 취업하고 중견기업은 해태·넥센 등에 우리 졸업생이 진출하고 있습니다.


어떤 인재를 육성하고자 합니까.
세종대 경영대 학생의 인재상은 ACE라고 할 수 있어요. 분석력(Analytic skill), 창의적 태도(Creative mind), 윤리적 청렴(Ethnical integrity)으로 정했습니다. 이 개념을 학생들에게 전파하고 강조하고 있어요. 세종대 경영대의 슬로건은 ‘학업 우수성을 넘어(Beyond Academic excellence)’로, 공부만 잘하는 학생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지력을 갖춘 인재 육성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교수 및 연구 역량 강화는 경영대마다 중요한 가치입니다.
세종대는 연구 중심 대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연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단 교수의 업적 평가 중 연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교수의 재계약과 승진을 위해서는 논문 발표 규정이 엄격하며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급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되면 금전적 인센티브와 고속 발탁이 가능한 유연성을 갖췄습니다.


세종대 경영대는 차별화·특성화를 어떻게 추진하고 있습니까.
경영학의 기본 과정에 더해 프랜차이즈 마케팅, 재무관리, 보험 등을 특화해 심화학습을 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세종대 경영대의 전체적인 비전에 커리큘럼도 발맞출 수 있도록 구조조정했죠. 특성화 강의를 전공 필수로 정해 재학생이면 꼭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경영대를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딱 하나 있습니다. 현재 반값 등록금 규제가 사회적으로 반향을 얻고 있지만 학교 차원에서는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좋은 교수를 뽑거나 시설 투자를 추진해야 발전을 꾀할 수 있는데 반값 등록금이란 한계에 부딪쳐 현재 발전은커녕 현상 유지에도 급급합니다. 우리처럼 재단이 크지 않은 대학은 교비 의존도가 큽니다. 기부금과 정부 지원금은 부익부 빈익빈입니다. 큰 학교는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상대적으로 작은 학교는 여러모로 재정적 돌파구를 찾기 힘들어요. 대학의 성장 제한은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요.


지방 부실 대학 정리, 수도권 대학 정원 축소 등 대학 구조 개혁 논의가 있습니다.
2020년 통계 전망을 보면 고교 졸업생 수가 40만 명으로 줄어들어 현재의 대학 정원 56만 명에 못 미치게 될 것입니다. 즉 현재 대학 정원의 30%를 감축해야 하는 것이죠.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은 학교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교직원 수와 취업 지원 등 학생에 대한 서비스를 모두 축소해야 하죠. 축소 지향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가 바로 국제화입니다. 한국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고 외국 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기존 한국어 중심의 시스템과 교육 방식을 대대적으로 재편해야 합니다. 다만 외국인 학생의 수준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과거 무분별하게 중국 등으로부터 유학생을 유치했다가 부작용을 겪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글로벌 기업이 있다는 것은 경영 교육의 국제화의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산학 연계가 더욱 긴밀해져야 합니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대학의 국제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교육 국제화는 좋은 사례입니다. 기본 인프라를 싱가포르 정부가 과감히 투자했고 세계적인 비즈니스 스쿨을 적극 유치해 세계 인재들이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 동안 싱가포르의 글로벌 수준이 급상승했죠. 교육에의 투자는 한국의 경쟁력 제고와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담=김상헌 편집장·정리=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