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속에서 반짝거리는 사금을 찾아내는 것과 같이 대규모의 정형 혹은 비정형 데이터 속에서 주어진 비즈니스 상황과 맥락에 유효한 정보를 걸러내는 것이 바로 핵심이다.


벌써 수년 전의 일이다. 스마트폰·태블릿 PC 등 새로운 정보기술(IT)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IT 생태계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취향·가치관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새로운 정보 생성 주기가 혁신적으로 짧아졌고 정보의 양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이렇게 데이터센터에 차곡차곡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가 새로운 ‘가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른바 ‘빅 데이터’ 시대의 거대한 포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사실 빅 데이터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정보화 시대가 시작되면서, 혹은 그 이전부터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기술은 늘 존재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빅 데이터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이유를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적인 관점에 머물러 있던 빅 데이터에 대한 시선을 활용적인 관점으로 한 번 옮겨보자.

최근 수많은 관공서와 기업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빅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빅 데이터를 도입한 목적은 단순히 방대한 양의 정보 축적에만 있는 게 아니다. 모래 속에서 반짝거리는 사금을 찾아내는 것과 같이 대규모의 정형 혹은 비정형 데이터 속에서 주어진 비즈니스 상황과 맥락에 유효한 정보를 걸러내는 것이 바로 핵심이다. 이것이 빅 데이터가 도출하는 진정한 가치이며 ‘빅 데이터 분석’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정부 3.0’이 출범함에 따라 다양한 공공 기관이 빅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도입했다. 빅 데이터를 통한 SNS 키워드 분석을 정책 집행에 적용하거나 부처별 예산 관리 등에 빅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행정 분야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 더욱이 데이터 시각화(visualization) 솔루션은 비전문가도 쉽게 빅 데이터 분석 결과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공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고 부처 간 소통의 장벽을 없앤다는 정부 3.0의 기반을 확충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공공 기관 외에도 금융이나 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서도 빅 데이터 분석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방대한 양의 거래 내역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기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유통에서는 최적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고객 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더 이상 단순 예측이나 경험에 의존하던 의사결정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시대를 움직이고 현재를 이끄는 ‘힘’의 축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빅 데이터 분석은 공공·금융·제조·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그 세력을 확장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그 구체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빅 데이터 분석의 힘은 점점 더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빅 데이터 시대를 이해하는 핵심은 이를 목적이 아닌 더 나은 비즈니스와 라이프를 위한 수단이자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다. 빅 데이터 분석이 발휘하는 일상의 가치. 이 시대를 살기 위한 ‘앎의 힘(the power to know)’은 바로 그곳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CEO 에세이] 빅 데이터 분석과 힘의 이동
조성식 SAS코리아 대표
1952년생. 고려대 물리학·컴퓨터공학과 졸업. 미국 일렉트로 닉데이터시스템(EDS) 프로젝트 매니저. 현대정보기술 이사. LG-EDS 상무. SAP코리아 부사장. 한국통계학회 부회장(현). 한국경영과학회 부회장(현). 2004년 SAS코리아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