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권 ‘이야기있는외식공간’ 대표

[만난 사람 맛난 인생] “대박 집은 손님이 명함부터 챙기죠”
“이놈의 회사 빨리 때려치우고 나가 식당이나 해야지.” 상사한테 잔소리라도 한마디 듣고 나면 뒤돌아 나오며 으레 내던지는 말이다. 월급쟁이한테 가장 만만한 게 식당이나 밥장사인 모양이다. 그런데 말대로 회사 때려치우고 나와 밥장사 벌였다가 성공한 사람은 별로 못 봤다. 오히려 쪽박 차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말처럼 쉽지 않은 모양이다.

“고작 0.6%다. 식당을 차려서 살아남을 확률이. 쉽게 설명하면 1000명 가운데 994명은 실패한다는 얘긴데, 그래도 ‘식당이나 차려야지’소리가 나오나.”

외식 업계에선 ‘밥장사의 귀재’,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오진권 이야기있는외식공간 대표. 그에게 ‘음식점 성공 창업 노하우’를 들으려고 입을 열었다가 날벼락부터 맞았다. 그리고 즉답으로 “하, 지, 마, 라”한다. 말문이 턱 막힌다. 자신은 ‘놀부보쌈’을 필두로 39년 동안 온갖 브랜드로 승승장구해 놓고선 다른 사람들의 창업은 입도 떼지 못하게 막는다. ‘나 홀로 독식’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때서야 너무 강하게 말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나도 많이 망해 봤다”며 말꼬를 텄다.

“순애보(순대와 보쌈)란 브랜드 기억나세요? 문을 열자마자 요즘 말로 대박이 났지. 신바람 나서 직영점을 7개나 열었다가 하루아침에 다 문을 닫은 적도 있지. 한마디로 쫄딱 망한 거야. 개인사가 연루된 것이었지만 아직도 가장 가슴 아픈 브랜드예요.”

이어 ‘고등어 블루스’ ‘알콩달콩 오씨국수’ ‘취사반장 오상사’, ‘웃기는 짬뽕’ 등을 입에 올린다. 양미간이 살짝 찌푸러진다. ‘잃은 자식’을 떠올리는 듯하다.

“입지 선정이 잘못된 것도 있고 메뉴의 구성이 너무 앞서 간 것도 있지. 하나하나 자식처럼 아끼던 브랜드였지만 매출 부진이 계속되다 보니 결국 간판을 내리게 되더군요.”

망해 본, 실패해 본 경험이 있으니 막무가내로 식당 창업에 달려들려는 이들을 막으려는 게 이해가 됐다.

사실 오 대표를 인터뷰하려던 것은 최근 ‘고객이 이기게 하라’란 책을 발간해 그 내용을 살짝 엿들으려던 것. 우선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제목부터 물었다.

“음식점은 이렇게 볼 수도 있어요. 손님과 주인이 벌이는 게임으로 말이죠. 그런데 이 게임에서 주인이 지는 법을 연구하면 돈이 쌓이면서 결과적으로 이기게 된다는 얘깁니다. 이것이 성공하는 밥장사의 핵심인 게죠.”

이렇게 팔면 얼마나 남을까 계산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장사하면 손님이 행복할까 억울할까를 고민하라는 것이다. 손님 입장이 돼서 더 많이 주고 덜 받다 보면 손님이 저절로 늘고 대박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박리다매를 고수하라는 얘기다. 그는 이것을 ‘밥장사의 바보 철학’이라고 정리했다.


수치에 밝은 사람은 식당하지 마라
“수치에 밝은 사람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은행원이나 경리 직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수치에 밝다는 건 본인이 잘 알 겁니다. 마음 씀씀이가 얕아 음식 장사는 필패(必敗)합니다.”

노래방이나 당구장 하던 사람들도 달려들지 말란다. 몸이 편한 사업을 하던 사람은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해야겠다면 식당 종업원으로 6개월 이상 일을 해 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식당을 열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 오 대표는 “내 돈의 70% 범위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내 돈’이란 차입금 한 푼 없는 순수한 자기자본을 말한다. 만약 1억 원의 자금이 있다면 7000만 원의 범위에서 계획을 잡으라는 말이다. 그래도 오픈하고 나서 정산해 보면 120%, 즉 2000만 원을 빌려 1억2000만 원이 들어간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창업 아카데미 쫓아다니지 말 것’, ‘창업 박람회 기웃거리지 말 것’, ‘프랜차이즈본부 좋아하지 말 것’ 등 하지 말라는 것도 많다. 그럴 시간 있으면 대박 음식점에 위장 취업이라도 해서 대박 현장 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노하우까지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인과 인간관계를 잘 쌓은 뒤 솔직하게 털어놓고 도움을 받는 게 그나마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란다. 그래도 자신이 없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고 하려면 음식 아이템을 ‘홈런’보다 ‘롱런’에서 찾으라고 조언한다. 한때 반짝했던 ‘찜닭’, ‘닭발’, ‘조개구이’의 기억을 떠올리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이 대표적인 롱런이 아닌 홈런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장사 안 되는 건 모두 주인 탓
이번 책의 핵심은 중간에 나오는 ‘절대 망하지 않는 장사를 해라’는 부분이다. 여기서 첫째로 이야기하는 게 롱런 아이템이다. 다음은 ‘호박보다 좁쌀을 굴려라’, ‘입지 분석에 목숨을 걸어라’,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라’, 그리고 마지막에 ‘고객이 주인을 이기게 하라’의 순으로 이어진다.

창업도 창업이지만 현재 고전하는 음식점은 더 절실하다. 그들을 위한 조언도 부탁했다.

“월 매출액이 임차료의 10배에 못 미치거나 종업원 1인당 하루 매출액이 36만 원이 안 되면 식당 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곳입니다. 그런 음식점 주인들에게 ‘모든 것은 내 탓’이라고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음식점은 손님과 주인이 벌이는 게임이죠. 주인이 지는 법을 연구하면 돈이 쌓이면서 결과적으로 이기게 된다는 얘깁니다. 이것이 성공하는 밥장사의 핵심인 게죠.”


장사가 안 되면 경기 탓, 주차 탓, 입지 탓, 종업원 탓, 날씨 탓, 앞집 탓을 하며 요런조런 핑계를 댄다는 것. 시선을 자기 식당의 바깥으로 돌리지 말고 안에서 찾아보면 개선할 점이 수두룩하게 보일 것이란다.

오 대표는 “새로 문을 연 음식점의 성공 여부는 1주일이면 판가름이 난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무엇으로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음식점 명함이란다.

“장사가 될 집은 손님들이 명함을 챙깁니다. 심지어 모임을 주도한 사람이 수십 장을 달라고 해 함께 온 사람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음식점들의 공통된 특징은 책 제목처럼 ‘손님을 이기게 만든 것’이다. 좀 더 깊게 살펴보면 답이 더 확실해지는데 첫째는 품질 좋은 재료, 둘째는 넉넉한 정성, 그리고 셋째가 뛰어난 조리 기술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아버지가 영화 제작 투자에 실패하는 바람에 어린 시절 가난으로 무척 어렵게 지냈어요. 결국 열여섯 살 때 집을 나왔지. 스무 살에 입대하기 전까지 구두닦이, 좀약 장사, 빨랫줄 장사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어요.”

과거의 오 대표는 ‘밥이라도 배불리 먹자’는 생각에 직업군인의 길을 택했을 정도로 삶이 고단했단다. 군 취사반장의 경험을 밑천 삼아 ‘투잡’으로 라면집을 열어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1987년 17㎡(5평)짜리 놀부보쌈을 차려 대박을 쳤다. 하지만 이후 가정사 문제로 놀부 대표직에서 물러나 빈털터리 신세를 겪기도 했다. 현재는 ‘사월에 보리밥’, ‘노랑저고리’, ‘마리스코’, ‘오리와 참게’, ‘사월에 쭈꾸미’, ‘한식저잣거리’ 등 14개 브랜드로 25개 직영점을 운영하며 연매출 50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엔 필리핀과 중국에도 음식점을 여느라 해외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유지상 음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