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선 동경한의원 대표원장

[포커스] ‘자반증’ 완치 나선 젊은 한의사
어느 날 갑자기 아이의 온몸을 붉은색 반점이 뒤덮는다. 불안감에 휩싸인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지만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니 당분간 지켜보자”거나 스테로이드제 치료에 나서 공포감만 더해질 뿐이다. 이른바 ‘자반증(紫斑症)’이다. 엄밀히 말해 자반증은 병명이라기보다 증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자반증이 발병하는 원인 중 다수를 차지하는 알레르기성 자반증은 10만 명 중 20명 정도가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4~6세의 어린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제 몸의 상처보다 자식의 상처를 더 아파하는 부모들의 피가 마르는 이유다.

자반증이 발병하더라도 몇 주 후 자연적으로 소멸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다. 복통을 비롯해 폐·뇌출혈, 신장 기능 저하, 관절통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멀쩡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며 걷지 못한다든지, 면역력이 약한 소아의 경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증상이 바로 자반증이다.


발병 원인별로 환자 맞춤 진료
유승선(37) 동경한의원 대표원장은 자반증 치료에 힘을 쏟는 젊은 한의사다. 우연히 자반증을 앓는 지인의 아이를 치료하던 유 대표원장은 질환 자체에 대한 연구나 논문이 외국에도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수이긴 하지만 무서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 치고는 치료법이나 연구 내용이 거의 없었다.

“비전문가나 민간요법이 횡행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걸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한의학적으로 원인과 치료법, 생활습관·음식 등 관리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죠.”

자반증의 원인은 가장 흔한 알레르기성 자반증부터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노인성 자반증, 색소성 자반증 등 다양하다. 유 대표원장은 그중 가장 많은 알레르기성 자반증의 원인을 ‘혈열(血熱)’에서 찾았다. 구체적인 치료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몸의 열을 다스리는 데서 출발한다는 뜻이다.

“한방의 가장 큰 매력이자 단점은 어떤 증상이든지 그 사람을 봐야 한다는 것이에요. 환자마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대개 선천적으로 몸에 열이 많거나 건강한 혈액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후자는 밥만 제대로 먹어도 호전되는 경우가 다수다. 감기를 앓은 후 자반증 발병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치다. 성인은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다. 속을 끓여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끼니를 거르는 경우다.

맞춤형 진료로 대학병원에서도 포기한 환자들이 완치의 기쁨을 맛봤다는 소식이 알려지니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에는 일본·중국·필리핀 등에 사는 교포들에게서 문의가 올 정도다. 유 대표원장은 그동안의 연구와 치료 사례를 종합해 올해 안에 2편의 논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그간의 연구와 치료 사례, 음식 처방을 담은 책 ‘주치의의 자반증 노트’를 펴내기도 했다. 자반증 관련 서적으로는 국내 최초다.

유 대표원장은 요리하는 한의사로도 유명하다. 2년 전 케이블 방송의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로 데뷔(?)해 현재는 대전 KBS1 라디오에서 ‘요리하는 한의사의 건강 레시피’를 진행하고 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