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인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포커스] “국제 회계 주도권, 한국이 가져와야죠”
“국제회계기준(IFRS) 정착이 목표입니다. 회계기준 변화로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한국회계기준원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죠.”

지난 3월 취임한 장지인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의 목표는 2011년부터 도입된 IFRS를 국내에 제대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한국은 2007년 ‘IFRS 도입 로드맵’을 발표하고 2011년부터 상장 기업들을 대상으로 IFRS 의무 적용을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의 재무제표 투명성에 대한 국내외 인식 개선과 단일화되는 국제회계기준에 발맞추려는 목적이었다. 장 원장은 “한국은 IFRS의 직접적 사용자로서 IFRS 제정에 영향력 제고 등을 위해 국제회계기준재단에 매년 기부금을 내고 있다”며 “회계기준 조항 하나가 국내 산업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은 정말 막대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건설 업계가 IFRS 도입으로 겪었던 사례를 들었다. ‘외국에는 없는’ 선분양 계약 방식을 갖춘 아파트 건설업이 문제였다. 국내 기업 회계기준에 따르면 아파트 건설업의 수익은 분양 진행, 즉 ‘공사 진행 기준’에 따라 인식된다. 가령 사업 기간이 2~3년 소요되는 아파트 분양 사업의 진행 기준은 계약금·중도금·잔금의 각 시점에 따라 수익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IFRS를 도입하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 자명했다. 해외에서는 아파트 건설 업계의 수익을 ‘공사 완료 기준’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즉 계약금·중도금·잔금 모두가 공사 완류 후 인도(입주)를 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하므로 국내 건설사들은 분양 공사 기간에 실적이 ‘제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로서는 부채비율 증가 부담에다 공사 기간 중 수익 인식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겨 건설사의 자체 분양 사업이 크게 위축될 뿐만 아니라 기업 평가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당시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들은 IFRS를 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본부에 연락해 한국 건설사들의 운영 방식의 특이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득했어요. 결국 IASB가 한국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개정안에 반영됐죠.”

이처럼 한국회계기준원의 핵심 역할은 IFRS 제정 과정에서 건설 업계의 적용 사례처럼 국내 기업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막고 나아가 선제적으로 회계기준 제정 과정에 국익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 활동을 활발히 하고 IFRS재단 재정 지원 활동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장 원장은 “IFRS 제정 과정에서 한국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면 국익이 훼손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IFRS 제정에 한국 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부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0개 기업과 기관으로부터 23억5000만 원을 모금해 지난 3년간 매년 70만 달러씩 IFRS 재단에 기부금을 보냈다. 금융감독원·한국공인회계사회·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삼성전자·현대자동차·KCC·SK텔레콤·GS칼텍스·KT·NHN·두산중공업 그리고 지주사를 비롯한 금융사, 법인 회계사 등의 글로벌 진출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지원은 국가적 이익을 위해 앞으로 지속 강화돼야 하고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장기적인 국제 활동과 외교적 노력이 모아져야만 IFRS 시대에 한국의 회계 투명성과 국가 경쟁력을 높여 국가적 이익으로 결실을 거둘 수 있습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