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

[포커스] “메커니즘 경영의 진가 중국이 먼저 알아봤죠”
“최고경영자(CEO)가 기업을 경영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잔다르크와 같이 ‘나를 따르라’는 자세로 솔선수범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기업이 자생력을 가지고 운영될 수 있도록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메커니즘이 스스로 기업을 이끌어 가게 하는 것입니다. 둘 중 정답은 없지만 기업이 커지고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 둘째 방법이 더 적절해집니다.”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는 42년째 메커니즘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는 메커니즘 경영 주창자다. 하버드대 박사과정 중 메커니즘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후 메커니즘 개념을 확립하고 다양한 분야에 응용해 왔다. 지난 7월 5일 메커니즘경영학회 창립 총회에서 초대 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메커니즘의 틀에 적용해 보면, 세상의 모든 문제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조 교수는 최근 ‘창조’를 메커니즘을 통해 재해석하는 작업을 마쳤다. 1993년 이후 창조학에 대해 연구하면서 창조 방법론을 찾아 헤매는 중 메커니즘 틀에 적용해 해법을 찾았다.

창조를 사칙연산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덧셈에 의한 창조는 혁신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이를 ‘결합’한 것이다. 뺄셈에 의한 창조는 가진 것을 버리면서 생긴 빈 공간을 새로운 아이디어가 채우면서 슘페터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곱셈에 의한 창조는 기존 사업에 새로운 축을 추가해 큰 사업 기회를 새롭게 만드는 ‘융합’을 의미한다. 나눗셈에 의한 창조는 기업이 속한 다양한 사회의 최대공약수를 찾는 작업으로 모든 구성원이나 구성 조직이 따라야 할 기준이나 원칙을 갖추는 ‘통섭’이다.

기업 경영자들은 이 사칙연산 프레임워크를 통해 기업의 미래 전략을 찾을 수 있다. 기업에 가장 바람직한 메커니즘을 사칙연산으로 창조할 수 있어 실제 워크숍을 하면 경영자들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고 한다. 특히 조 교수는 4가지 창조 방법 중 나누기가 스마트한 창조라고 강조한다.


메커니즘경영학회 초대 회장 맡아
“창조라고 하면 무조건 융합을 생각하는데, 나누기 창조는 느낌이 다르죠. 더하기 창조는 우직한 창조, 곱하기는 정교한 창조라면 나누기는 스마트한 창조입니다.” 조 교수의 메커니즘 경영을 먼저 알아본 경영자는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이다. 2001년 조 교수와의 인터뷰 이후 웰치 전 회장은 GE의 오퍼레이트 시스템을 오퍼레이트 메커니즘으로 이름을 바꿀 정도로 조 교수의 메커니즘 이론에 매료됐었다. 가장 최근엔 중국 정부에 메커니즘 이론을 적용해 기업 가치 평가 모델을 만들고 있다. 중국에서 연락을 받을 때 조 교수 또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중국 113개 국유 기업과 CEO의 가치 평가 모델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메커니즘은 원인을 체계적으로 밝히는 모델로,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통합적인 평가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 국유 기업의 평가 모델이 성공하면 지방 기업과 민간 기업에도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용하면 결국 미국과 일본 기업들도 이 모델을 채택하게 되고 나아가 경영학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커니즘은 기업을 운영하는 기본 원리이자 행동의 원칙입니다. 앞으로 이와 관련해 경영자들이 공감할 만한 현장 중심의 이론을 만들고 더 많은 사례와 성공 사례도 만들어 이를 세상에 알릴 계획입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