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종업원 위한 음악회 연 조웅래 더맥키스컴퍼니 회장

[만난 사람 맛난 인생] “소리나 술이나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죠”
“식당 종업원의 태반은 비정규직입니다. 주인이 수틀리면 쫓아내기도 하고 장사가 안 된다고 문 닫으면 졸지에 실업자로 전락합니다. 사회적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주변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듣고 보니 그렇다. 남들이 밥 먹을 때 그 밥을 차려 내고 남들이 외식하러 나설 때 뜨거운 주방에서 밥을 짓는 사람들이 식당 종업원이다. 그 대가로 월급 몇 푼 받지만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이다. 일요일이 아니더라도 1주일에 하루 정도는 쉰다. 그래도 편하지 않다. 밀린 집안일을 해치우느라 힘들긴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줄 방법이 없을까?’하고 고민한 사람이 있다. 조웅래(55) 더맥키스컴퍼니 회장이다. 지역 식당 종업원들을 대전 CMB아트홀에 초대해 작은 음악회를 연다. 2013년 2월 26일의 일이다.

“시간을 오후 3시로 잡았어요. 대부분의 식당들이 점심 영업이 끝나는 오후 2시부터 2~3시간은 여유가 있거든요. 저녁 손님 받기 전의 막간을 이용한 겁니다.”

식당 유니폼을 그대로 입은 아가씨, 헐렁한 일바지 차림의 아주머니 등 객석의 관객들은 공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행색이지만 공연 시간 내내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문화생활에 갈증을 느끼던 식당 주인들까지 가세해 대성황을 이뤘다. 날이 따뜻해진 6월엔 야외 공원으로 공연장을 옮겨 저녁 장사가 끝난 밤 9시 30분에 다시 음악회를 연다.

더맥키스컴퍼니는 일반인들에겐 무척 생소한 회사다. 40년 전통의 충청권 향토 기업인 소주회사 선양이 지난해 사명을 바꾼 것이다. 간단하게 맥키스라고 하기도 한다.


벨소리 컬러링으로 돈 벌어 소주 회사 인수
맥키스의 오너인 조웅래 회장은 ‘칠공공오사이오(7005425)’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휴대전화 벨소리 컬러링(통화 연결 음악) 서비스 사업을 시작해 2004년 선양을 인수했다. 대전은 고사하고 충청권조차 연고가 없는 경남 함안 출신의 촌사람이 경험도 없는 술 사업을 한다고 할 때 주변에서 “미쳤다”고 했다.

“소리(5425)나 술(선양)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 아닙니까? 소리는 내 마음을 대중에게 표현하는 것이고 술잔을 건네는 마음도 소리와 별반 차이가 없잖아요.”

‘돈이 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을 성공시킬 자신은 있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 말마따나 제대로 미친 겁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이란 말이 있잖아요.”

그가 인수한 지 10년 만에 38%에 불과했던 대전 충남 지역 자도주 시장점유율을 50% 끌어올렸다. 지난해엔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선양이 이곳까지 오르는 데는 그의 ‘미친 짓’이 큰 몫을 했다. 그중 하나가 앞서 설명한 식당 종업원들을 위한 음악회 같은 ‘짓’이다. 상품 하나를 더 팔기 위해 애쓰기보다 마음 하나를 더 나누기 위한 몸부림 같은 행보가 대부분이다.

맥키스나 조 회장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세 가지가 있다. 계족산 황톳길, 마사이 마라톤, 펀펀(fun-fun)한 음악회다.

“2006년 고향 친구들을 불러 계족산을 오르는데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게 신발을 벗어 주고 맨발로 오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맨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돌을 걷어내고 황토를 깔아 맨발 길로 바꿨지요.”

13km의 임도(林道)가 촉촉한 황토 카펫으로 대변신한 내력이다. 비가 와 황토가 쓸려 내려가면 다시 황토를 사다 덮고 비가 오지 않아 딱딱해지면 물을 뿌리고 뒤집어 주는 등 늘 손길이 필요하다. 이런 유지·보수에 매년 6억 원이나 든다.
[만난 사람 맛난 인생] “소리나 술이나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죠”
계족산 황톳길에서 하루 일과 시작
황톳길을 이용할 때 콘텐츠가 뒤따른다. 이 역시 돈 버는 것과 상관없다. 돈 쓰는 일이다. 매년 5월 맨발 축제를 여는데 그 하이라이트가 ‘마사이 마라톤’이다. 맨발로 황톳길 13km를 달리는 것인데 첫해 참가자가 600명에 불과했는데 요즘은 5000명으로 제한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펀펀(fun-fun)한 음악회도 이곳 계족산에서 열린다. 4~10월까지 토·일요일마다 산중에서 열리는 음악회다. 줄잡아 연간 50회가 넘는다. 유모차 행렬에 할아버지·아버지·아들·손자 4대가 즐길 수 있는 무료 공연이다. 날이 추워지면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는 공연단으로 변신한다. 공연단을 운영하는 데도 연간 1억 원 정도 들어간다고 했다.

조 회장의 하루 일과는 계족산 황톳길에서 시작된다. 오전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계족산에 올라 황톳길 13km를 맨발로 달린다. 그가 달리는 이유는 마라톤 마니아이기 때문이다. 그는 풀코스 42.195km를 48회나 완주한 마라토너다. 최고 기록은 3시간 23분으로 보스턴 마라톤에도 출전했다.

마라토너 체력의 먹을거리 비결을 물었다. “별난 것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대신 아침·점심·저녁 세 끼를 거의 거르지 않는다고 했다.

“아침도 밥을 먹어요. 국물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주로 반찬에 비벼 먹는 시골 스타일이지요. 점심도 단품 요리를 주로 먹어요. 1인분에 7000~8000원 하는 청국장이나 돼지고기찌개를 먹죠.”

술 사업이다 보니 저녁은 술이다. 그래도 과음은 피하고 밤 11시 전에 귀가한다. 안주는 소화가 잘 되는 해산물과 채소 중심으로 선택한다. 섞어 마시기보다 산소 소주 O2린 한 가지를 고집하는데 주량은 1병 반이라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

맥키스는 회사 이름이지만 술 상품이기도 하다. 검색 사이트에 ‘맥키스’를 치면 회사보다 ‘홈 믹싱주’ 맥키스가 앞서 나온다.

“맥키스는 일반적인 소주와 다릅니다. 스트레이트로 그냥 마실 수 있지만 섞어 마시는 믹싱주, 즉 칵테일 베이스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얼음이든, 맥주든, 음료수든 원하는 맛과 도수를 정해 타 마실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국산 보리로 만든 숙성 원주에 깻잎 추출물을 넣어 상큼한 맛을 더했다고 한다. 알코올 도수는 21도. 적당히 마시면 숙취 없이 아침까지 깔끔하단다.

“한국 술 문화의 변화가 시급해요. 소주와 맥주에 함몰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여전히 40~50대는 주는 대로 부어라 마셔라 하잖아요.”

조 회장은 그릇된 음주 문화의 1차적인 원인을 술값에서 찾는다.

“슈퍼마켓에서 사면 소주 한 병이 고작 1000원입니다, 생수 값보다 싼 것도 있어요. 휴대전화 가격을 생각해 보세요. 기종이 바뀔 때마다 엄청난 비용을 지불합니다. 그런데 소주 값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는 음주 문화에 조 회장은 미친(?) 희망을 건다고 했다.

“이들은 주는 대로 마시기보다 자신의 술은 자신이 만들어 마시는 DIY(Do It Yourself)가 대세잖아요. 보드카 소비량이 급격히 늘고 있는 점이 이를 입증합니다. 전국의 가정마다 맥키스 한 병씩 사 두고 아빠는 맥주, 엄마는 주스, 성인 아이들은 콜라에 타서 마시는 날이 올 겁니다.” 맥키스에 거는 조 회장의 미친(?) 확신이 술 시장의 대변화를 몰고 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유지상 음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