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선 매직숏게임 이사

[포커스]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라 게으르면 지는 것”
여민선(43) 매직숏게임 이사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에서 맹활약한 한국 여자 프로골퍼 1세대로 불린다. 1991년에 19세라는 최연소 나이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회한 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LPGA에서 활약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두 권의 책을 집필하고 골프 칼럼을 썼다. 이후 픽 퍼포먼스 골프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골프 에이전시 매직숏게임을 세웠다. 최근엔 직접 디자인한 골프 용품으로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상태다.

내년에는 자신이 그려 놓은 10년 뒤의 모습을 위해 국민대 골프산업학부 1학년생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여 이사는 “결국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만이 성공한다”며 “부러우면 지는 것이 아니라 게으르면 지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여 이사가 골프 용품 브랜드 미스터 에디를 론칭한 이유는 첫째, 스스로 무엇을 창조해 낼 수 있을까 궁금했고 둘째, 진짜 골퍼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는 “골프 선수로 활동할 때 대부분의 제품이 ‘골프를 알지만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강했다”고 덧붙였다.


특허 내지 않아 아이디어 빼앗기기도
사실 그가 처음 골프 용품을 제작했던 것은 보석이 박힌 형태의 볼 마커(ball marker)였다. 샘플비만 500만 원을 들여 중국 공장에서 만들고 반응이 궁금해 런웨이 쇼(runway show)에 협찬했더니 여러 업체에서 보고 바로 베껴 제작,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때 많이 후회했고 많이 배웠다”고 말한 그는 실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브랜드를 론칭하고 바로 제품의 특허를 신청했다.

지난 8월에 발간한 책 ‘나에게 맞는 골프는 분명 따로 있다’에서 그는 ‘나만의 골프’를 찾으라고 말한다. 선수 시절 여러 사람에게 배울 때 그는 “자연스레 내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유행과 마찬가지”라고 말을 이었다. 유행처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어울릴 수는 없는 것이다. 골프도 자기에게 맞지 않는 방법을 정석이랍시고 계속 고집하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그는 선수 신분에서 더 나아가 선수들을 영입하고 훈련시켜 프로로 만드는 골프 에이전시 매직숏게임을 설립했다. 기본이 돼 있는 선수 중 재능은 있는데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 10~20명을 직접 찾아낼 예정이다. 선발 조건은 ‘감사할 줄 아는, 기본을 아는 사람’이다. 이미 잘나가는 선수를 계약으로 데려오는 기존 에이전시와 달리 매직숏게임은 선수를 어릴 때부터 발굴할 예정이다.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기본’으로, 이 사실을 골프 아카데미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깨달았다. 가정에서의 기본 교육이 잘 돼 있는 선수가 무엇을 시켜도 잘했다.

선수에서 에이전시 이사까지 여러 가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그는 “늘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로 가는가’를 생각한다”고 답했다.

“무엇을 하든 굶어 죽지는 않는 요즘 세상에서 모두가 여러 가지에 흥미를 갖지만 실천하지는 않아요. 저는 ‘전문직(골프 선수)’을 위해 더 많은 직업을 갖는 거예요. 반찬이 다양해야 밥을 더 맛있게 많이 먹게 되듯이 저는 골프를 잘하기 위해 발판을 많이 마련하고 있어요.”


이시경 인턴기자 c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