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스페셜 인터뷰] “농업은 미래 성장 이끌 첨단 생명산업이죠”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하 농기평)은 농식품 분야의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2009년에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관련 기업 및 대학 연구자들이 농식품 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통해 농식품 분야 연구자들에게 약 1900억 원의 연구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농기평은 이 과정에서 R&D가 필요한 분야를 발굴하고 있다.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우수한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관리하는 업무, 연구 성과를 널리 확산해 농식품 산업 및 생명산업 관련 기업들이 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 또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농식품 관련 기업들이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2013년 농기평 원장으로 부임한 이상길 원장은 특히 농식품 분야의 R&D 투자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농협중앙회, 한돈·한우 자조회 등 농식품 분야의 생산·유통 기업 및 조직, 식품 관련 대기업 등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또 연구 성과가 실험실 수준에 끝나지 않고 현장이나 기업에 이전돼 제품화·사업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생명산업’이라는 용어가 아직 낯섭니다.
“농업 인구의 고령화,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여전히 우리 농업이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농업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사례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죠. 정부도 농업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는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농업의 미래 신성장 동력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 추세입니다. 미국이나 유럽도 식량 위기, 물 문제 등 지구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농업에 있다고 보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09년 보고서를 통해 2030년께 도래할 바이오 경제 시대에 농업 등 1차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생명산업’이라는 용어는 변화하고 있는 농업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5년 전부터 농식품부가 사용해 온 단어입니다. 식물 자원, 동물 자원, 미생물 자원 등 각종 생명 자원을 생산·관리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 가는 산업이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1세기 들어 변화하고 있는 농업을 표현하는 별칭이라고 할 수 있죠.”


생명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생명산업은 동·식물, 미생물 등 생명 자원과 이를 관리·활용해 인간에게 유익한 고부가가치 제품 및 서비스를 창출하는 산업을 말합니다. 바이오 식품 의약품, 생명 자원 관리, 품종 육성, 관상 동식물 등이 모두 생명산업에 포함됩니다. 생명산업은 농업과 과학이 만나 이뤄지는 산업입니다. 황칠나무가 좋은 사례 중 하나죠. 황칠나무는 나무의 즙이 황색으로, 예로부터 가구를 칠하는 소재로 쓰인 한국 특산종입니다. 최근 한 연구소에서 황칠나무가 심혈관 질환에 매우 좋은 성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이를 가공해 영농조합법인을 세워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황칠나무 자체는 1kg에 1만~2만 원 하는데, 이를 발효 가공해 만든 제품은 30만 원 정도의 고가품이죠.

생명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농업이 신성장 동력인 이유는 생명 자원을 생산하는 1차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기술이 결합되고 가공 및 체험·관광 등의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고부가가치가 창출됩니다. 특히 농생명 자원을 둘러싼 연구·개발 투자 등으로 새로운 품종과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의 생명산업 현황은 어떻습니까.
“바이오산업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현황이 조사된 적은 있지만 생명산업이라는 범주 하에 조사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바이오산업과 생명산업은 차이가 있는 개념입니다. 바이오산업은 생명공학 기술에 기반해 전개되는 산업이라는 다소 협의의 개념인 반면 생명산업은 생명 자원의 생산·관리·활용 등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입니다. 만약 바이오산업에 건강한 식생활, 각종 기능성 신소재 생산, 농업·농촌의 경관 유지, 유전자원의 보존 및 활용, 농산촌 체험·관광 등과 같은 개념이 포함될 수 있다면 바이오산업과 생명산업을 같은 용어로 봐도 무방하겠지만 현재의 바이오산업이란 용어에는 이러한 개념을 담을 틈이 없습니다. 따라서 생명산업에 대한 국내외 현황은 바이오산업과 다른 기준으로, 별도로 조사·분석돼야 할 것입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해외의 현황을 알아 보면 미국은 2012년 ‘국가 바이오 경제 청사진(National Bio-Economy Blueprint)’을 발표하고 바이오 경제의 완전한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역량 강화, 연구 결과의 상업화 촉진, 규제 완화, 바이오 경제를 위한 인력 개발, 공공·민간 파트너십 및 경쟁 이전 협력 개발을 위한 기회 지원 등 5대 세부 전략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 청사진을 통해 미 행정부는 바이오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제1의 농업 강국인 만큼 바이오산업 육성 전략에서도 식량 작물의 신품종 육성과 바이오 에너지 작물 개발 등 농업 분야 이슈가 최우선시되고 있죠.

유럽은 바이오산업 분야에 뒤늦게 관심을 갖기 시작해 수익이나 R&D 투자, 종사자 수 등에서 미국에 훨씬 뒤처져 있지만 유럽 내 대학들이 바이오산업 관련 분야의 세계적인 기초과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벤처기금을 유입하기 위해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기반 경제를 본격화한다는 목표를 수립했고 이러한 목표는 유럽경제부흥계획(European Economic Recovery Plan)과 ‘신(新)유럽 2020 어젠다’에 잘 표현돼 있습니다.”


[스페셜 인터뷰] “농업은 미래 성장 이끌 첨단 생명산업이죠”
생명산업 발전을 위한 관심 제고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달라지고 있는 농업의 모습에 대해 국민과 기업이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당장은 정부가 선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생명산업 육성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과학기술인 만큼 연구·개발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일차적인 과제죠. 한편 혁신적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과 농기업 등이 초기 단계여서 경영 상황이 여의치 못한 곳이 많습니다. 따라서 시장 개척이나 세제 혜택 같은 금융 지원 등도 뒤따라야 합니다.

생명산업에서 미래를 찾아 도전하는 젊은 세대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난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개최한 2014 생명산업대전에 고등학생들과 젊은 대학생들의 참가가 두드러졌던 점을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예전에는 농식품 분야 연구·개발을 국가기관이 거의 주도했는데, 최근에는 농업 관련 기업들로부터 새로운 품종과 우수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이를 알리기 위해 기업 스스로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농기평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고 또한 생명산업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도록 다각도로 활동해 나갈 계획입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