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현실로 다가온 공유 경제
조산구 코자자 대표

1965년생. 1986년 광운대 컴퓨터엔지니어링과 졸업, 1988년 텍사스A&M대 박사, 2000년 실리콘밸리 NetGeo 창업, 2005년 KT 신사업추진실 연구위원, 2007년 케이티하이텔 신사업추진단장 상무보, 2010년 LG유플러스 라이프웹사업부장 상무, 2012년 코자자 대표(현).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 업체가 탄생했다. 1919년에 설립된 힐튼을 이제 갓 창립 여섯 돌을 맞은 에어비앤비라는 숙박 공유 스타트업이 객실 수에서 앞선 것이다. 그것도 객실 하나 소유하지 않고 사람들의 빈방을 연결해 얻은 성과다. 에어비앤비에 현재 등록된 객실 수는 98만 개로, 연내에 100만 개에 이를 전망이다.

2012년 13억 달러였던 회사 가치는 2년 새 10배가 돼 2014년 현재 13억 달러를 웃돌고 있다. 또 차량 공유 스타트업 우버는 400억 달러의 기업 가치로 10억 달러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170억 달러의 회사 가치로 12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6개월이 안 돼 수치가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5년 만에 40조 원짜리 회사가 됐고 기업을 공개하면 그 가치가 10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개인 간을 연결한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기업이라는 것이다. 크라우드컴패니에 따르면 공유 경제 스타트업으로 올 초부터 7월까지 100만 달러 이상 투자를 받은 회사는 최소 24개 이상이고 평균 1억 달러를 유치했다고 한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대규모 금액이 투자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유 경제가 주목 받는 이유는 놀라운 성장세와 투자 유치, 기존 사업을 와해시키는 혁신만은 아니다.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올해 초에 발간한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2050년이면 공유 경제가 기존 자본 중심의 산업 경제를 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유 경제는 2008년 미국 월가의 금융 위기 이후 비용을 아끼고 가계 수익을 올리자는 차원에서 유휴 자원의 개인 간 거래로 시작됐다. 유휴 자원의 공유로 시작된 공유 경제는 이제 일반 시민이 서비스 및 상품 제공과 유통, 소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시민 중심의 새로운 경제로 확대, 발전하고 있다. 이는 마치 인터넷에서 초기에 단순한 정보 소비자였던 시민이 웹2.0 개념으로 정보의 생산자로 발전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물인터넷, 3D 프린터, 비트코인, 소규모 태양광발전기 등과 같이 혁신적인 기술이 일반화돼 개인의 역할이 증대되면 될수록 이러한 공유 경제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서울시도 2012년 ‘공유 도시 서울’을 선언하고 공유 경제 활성화에 힘써 왔다. 그 결과 전 세계 공유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공유 경제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됐지만 세계의 공유 경제 수도는 서울이다”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이 같은 서울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활발하게 공유 경제 사업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업들은 에어비앤비와 우버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인증한 공유 기업이 50개에 이르지만 투자를 유치하거나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공유 경제는 경제의 틀과 개념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경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온라인 시장을 독식하는 것과 비교하더라도 최소 100배 이상의 파급효과를 몰고 올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유 경제의 현상과 의미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필요하다. 창조 경제의 실현과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으로 공유 경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