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구글도 반한 유럽의 관문 “한국 기업들, 어서 오세요”
스위스는 ‘유럽의 허브’로 통한다. 인구 800만 명, 면적은 4만1285㎢로 남한 면적의 41%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지만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8만276달러로 세계 4위를 차지하는 경제 강국이다. 유럽의 중앙부에 자리한 지역적 이점 덕분에 프랑스·독일 등 유럽 어느 지역으로든 뻗어나가기 좋은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유럽 진출을 위한 ‘테스트 마켓’으로서 스위스를 먼저 떠올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스위스 취리히 지역의 투자 진흥 기관인 GZA(Greater Zurich Area)의 소냐 볼코프 발트 대표이사가 한국을 찾았다. 비영리 기관인 GZA는 스위스 연방 및 취리히 지역 내 기업체들과 협력해 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해외 기업들에 사업 지역 평가에서부터 현지 기업 설립에 이르기까지 지원 업무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이다.

발트 대표는 지난 11월에도 국내 대표적 기업인 삼성·다음카카오 등과도 만났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지속적인 비즈니스 성공을 향한 국제화’라는 주제로 투자 포럼을 열고 50여 명의 국내 기업체 및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유럽 지역에 대한 투자 매력과 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특히 발트 대표는 “취리히 지역은 유럽 지역 진출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서 한국 기업들이 투자할 경우 혜택이 크다”며 “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세계적 기업들이 취리히 지역에 유럽 본사 및 연구·개발(R&D)센터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성주인터내셔널 등 국내 기업들도 취리히에 유럽 사무실을 두고 있다.

그러면 이처럼 세계적인 기업들이 유럽 진출의 관문으로 취리히 투자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트 대표는 “취리히는 잘 알려져 있는 대로 금융 대도시로서 안정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국어를 구사하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기업들이 글로벌 사업으로서 밑바탕을 쌓아 가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다음카카오 등과 투자 포럼 개최
이 밖에 유럽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유연한 노동법을 들었다. 그는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하면서도 경영 상황에 따라 채용을 늘리거나 줄이는 게 유연하다”며 “특히 스위스는 강소기업들이 강한 국가인 만큼 누구든지 쉽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창업을 할 수 있고 그만큼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러 국가의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을 펼치는 치열한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에 이토록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부분에서 발트 대표의 목소리에 유독 힘이 들어갔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얘기다. 발트 대표는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이 비즈니스에 굉장히 전략적인데다가 한국인들 또한 매우 영민하고 교육 수준이 높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서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지만 5년 뒤에도 유럽 시장에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기술력을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향후에는 대기업들 외에도 한국의 중소기업들 역시 유럽 진출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고 앞으로 GZA에서도 이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