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미국 조지타운대 국제정치학. 1989년 조지타운대 로스쿨.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 1998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투자자문관. 2012년 폴헤이스팅스 서울사무소 대표(현).
어느 날 미국의 경쟁사로부터 당신의 직원이 불법적으로 자신들의 영업 비밀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주장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하자. 그들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에서 즉각 민사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알려 왔다. 이때 회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특허 침해와 달리 영업 비밀 침해는 미국에서 형사상의 범죄에 해당한다.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와 개인은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고 최대 25만 달러 또는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경제적 이득이나 상대방에게 미친 손해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금으로 물 수도 있다. 기업 또한 500만 달러 또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 얻은 경제적 이득 또는 상대방에게 미친 손해의 2배에 달하는 액수를 벌금으로 물게 된다. 게다가 미국 검찰은 불법적으로 얻은 수익을 몰수하거나 피해를 본 미국 기업에 반환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이러한 형사소송은 민사소송을 동반하기도 한다. 즉, 기업들은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에 동시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특히 미국 검찰에는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가처분 신청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자산을 동결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즉 재판도 가기 전에 기업이 ‘게임 오버’ 통보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기업들은 이러한 점들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 기업들이 소송 리스크에 모두 대처할 수 있는 통합적 전략을 개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에서 영업 비밀 침해 소송을 준비할 때 명심해야 할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반드시 외부의 법률 전문가를 선임해야 하고 한국 기업을 대리해 민형사소송을 동시에 미국에서 진행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둘째, 영업 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기업 내사를 진행할 때에는 반드시 현지 자문의 지도와 보조 하에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가끔 특허 소송이나 민사소송에 대처하면서 내부 직원들로 꾸며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외부 자문이 개입하기 전에 내사를 진행할 때가 있다. 이러한 방식은 피할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왜냐하면 이러면 핵심 문건이 수정되거나 훼손될 위험이 있고 태스크 포스팀의 보고서와 정보들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보호제도에 의해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태스크포스팀이 내사를 통해 획득한 자료나 만들어진 보고서들이 민사소송 과정에서 미국 측 원고에게 통째로 넘어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셋째로 명심해야 할 점은 영업 비밀 침해 소송에서는 내사를 통해 발견된 증거물을 모두 보존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관련 문건들을 폐기하면 민사소송상의 증거 파기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에서 사법 방해로 기소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특히 유념해야 할 점은 영업 비밀 침해 민사소송 중 관련된 문건들을 미국 검사들에게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검사는 통상 미국 외 다른 국가에 있는 증거나 문건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다. 하지만 검사들은 민사소송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원고들에게 자료를 제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미국 원고들이 자료를 받으면 영장을 발급해 문서들을 압수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문서는 형사소송에서 증거로 사용된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