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장관 “육아휴직 쓰는 남자 직원 승진시켜 주세요”
일곱 살짜리 딸과 네 살짜리 아들을 둔 40대 워킹 맘. 재선 국회의원인 김희정(44) 여성가족부 장관 역시 일과 가족을 모두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의 워킹 맘 중 한 사람이다. 취임 후 1년 6개월 동안 김 장관은 자신의 일이자 수많은 언니·동생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뛰어왔다. 그런 그가 이제는 한국의 경영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일이 잘돼야 가족이 잘되지만 가족이 잘돼야 일도 잘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다.

‘일·가정 양립 정책’을 통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김 장관의 얘기를 들어봤다.

-여성가족부 장관 취임 후 가장 힘쓴 일이 무엇인가요.
“장관이 되고 보니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오래 몸담았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몰랐던 업무 내용이 있을 정도로 여성가족부는 여성·가족·청소년 정책 주무 부처로서 광범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유용한 정책과 제도를 잘 몰라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같아 안타까웠어요. 국민 삶의 현장에 정책을 더 잘 알려 더 많은 이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현재 여성가족부의 가장 큰 현안을 한 가지만 꼽으신다면.
“‘여성 경력 단절의 해소’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많은 노력을 통해 성별 격차 해소는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만 여성이 출산·육아를 거치며 경험하는 경력 단절 현상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이는 국가적 경쟁력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여성 고용률이 높아지면 출산율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함께 증가하는 정(正)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사실은 여러 선진국 사례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스스로 워킹 맘으로서 ‘일·가정 양립’ 정책을 펼치는 마음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일·가정 양립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는 이를 여성들만의 이슈로 생각하는 점입니다.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등을 남성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질적인 제도 정착이 가능할 겁니다. 그래서 ‘가족친화인증제’를 더욱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족친화인증제는 한마디로 기업들이 가족 친화 경영에 동참하도록 이끄는 인센티브 제도입니다.인증을 받으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금리 우대, 정부 사업 참여 시 가점 부여 등 총 100여 가지에 이릅니다.”

-기업들의 참여도는 어떻습니까.
“2008년 처음 ‘가족친화인증제’를 도입했을 때는 인증 받은 곳은 단 14곳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말 기준으로 ‘인증 기업’은 모두 1363개사로 늘어납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42%나 증가한 것이어서 매우 고무적입니다.”

-가족 친화 경영이 직장인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성과 남성이 함께하는 조화로운 조직 문화가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가족 친화적 경영 환경을 통해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는 기업들의 경영 성과가 좋다는 것도 다양한 연구 조사를 통해 확인됩니다. 컨설팅사 맥킨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 임원을 적극 영입한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없는 기업들보다 47% 높았습니다.”

-장관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 싶지만 일단 시간부터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여성가족부가 일하는 엄마·아빠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는데, 3명 중 2명은 정시 퇴근하지 못하고 ‘밤 9시 이후 퇴근’도 5명 중 1명꼴이나 됐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많은 이들이 ‘실상은 이보다 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는 거죠.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지난해 기준 165.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깁니다. 하지만 2012년 기준 일하는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개국 가운데 28위에 불과합니다. 일한 만큼 업무 효율성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본인의 육아 경험이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된 것도 있습니까.
“아이들을 키우며 체감한 어려움을 직접 적용한 곳이 ‘워킹 맘 워킹 대디 지원센터’입니다. 평소 맞벌이 가정은 일 때문에 정보를 찾아보기조차 여의치 않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저녁 시간과 주말까지 문을 열어 일·가정 양립 고충 상담과 이용 가능한 제도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올해 우선 6개소에 시범 운영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80여 개소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엄마의 입장에서 다른 엄마들이 꼭 활용했으면 하는 제도가 있다면 더 소개해 주시죠.
“맞벌이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대신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더라도 운영 시간과 출퇴근 시간이 맞지 않아 문제가 생기죠. 그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아이돌봄 서비스 제도’입니다. 보통 엄마들이 아이를 돌봐줄 선생님을 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문제를 여기서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는 겁니다. 무엇보다 믿을 수 있고 이용료도 저렴하다는 점에서 많이 좋아합니다.”

-일·가정 양립과 관련해 최근 눈에 띄는 정책이 ‘아빠의 달’ 제도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 10월 제도 시행 덕분인지 올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나 급증했습니다. 일·가정 양립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가사와 육아를 여성들만의 이슈로 여기는 풍토를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꼭 드리는 말씀이 있어요. 조직에서 특히 능력을 인정받는 남성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을 쓰도록 적극적으로 권하자는 것입니다. 또 휴직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주요 보직을 맡겨 조직에서 계속 승승장구하는 사례를 만들어 가자고 얘기합니다. 남성의 육아휴직 활성화는 일·가정 양립의 첫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남성의 육아휴직은 아직 한국 사회에선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못 쓰는 것은 자신으로 인해 동료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일 겁니다. 또 가계 수입이 줄어드는 데 따른 부담감도 있고요. 그래서 정부는 가정과 회사에 ‘투 트랙’으로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먼저 현재 1개월인 ‘아빠의 달’ 기간을 내년부터 3개월로 확대합니다.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겁니다. 기업에는 올해 하반기부터 육아휴직자의 대체 인력을 고용하게 하고 채용 기간 동안 대기업은 월 30만 원, 중소기업은 월 60만 원으로 지원금을 상향했습니다.”

-일·가정 양립을 간절히 희망하는 국민들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면.
“용기를 내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성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육아휴직 경험이 있거나 자녀 육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남성들로 ‘꽃보다 아빠’를 구성해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육아는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부부 양쪽이 함께 나눠야 할 책임과 역할인 동시에 소중한 권리이기도 합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