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
‘불법 피라미드’ 신고 포상금 2배 올리고 경찰수사연수원과 MOU
“‘다단계’ 경제 효과 15조…불법 이미지 없앨 것”
어청수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
약력 : 1955년생.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졸업. 경희대 행정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4년 대통령 비서실 정무수석실 치안비서관. 2007년 서울지방경찰청 청장. 2008년 경찰청 청장. 2011년 대통령 경호실 실장. 2015년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현).

‘불법 피라미드’ 사업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잊힐 만하면 언론에 보도된다. 흔히 불법 피라미드 사업 하면 다단계판매를 연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다단계판매는 정식 유통산업이다. 다단계라고 해서 모두 불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국내에 다단계판매로 등록돼 있는 업체는 한국암웨이·한국허벌라이프·뉴스킨코리아·하이리빙 등 130여 개에 이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다단계판매업 매출은 약 4조5000억원, 등록 판매원 수는 689만 명 정도다.

소비자나 판매원이 등록된 업체로부터 피해를 보면 대금을 지급해 주는 보상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 있다. 바로 직접판매공제조합이다. 직접판매공제조합은 2002년 방문판매법이 개정되면서 다단계판매나 후원 방문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로 설립됐다.

2015년 5월 어청수 전 경찰청장이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에 취임했다. 어 이사장 부임 이후 업계에서도 더 이상의 불법 피라미드의 활개를 좌시하지는 않겠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어 이사장을 만나 업계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다단계판매에 대해 아직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 업계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사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다단계가 막연히 ‘불법’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할 겁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사장 취임 후 실제 산업 현장을 깊이 들여다보니 이 업계만큼 투명하게 운영되고 철저하게 관리되는 업종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렇게 많은 규제를 받고도 영업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입니다.

우선 국내에서 다단계판매업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5억원을 납입하고 소비자 피해 보상 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후원 수당 35% 이내 지급과 160만원 이하의 재화만 판매할 수 있는 등 많은 규제를 받습니다. 법적 절차를 준수해 다단계판매업을 등록한 업체는 각종 불법 피라미드 행위 혹은 유사 수신 행위를 저지르는 불법 업체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소비자들은 합법 업체와 불법 업체에 대한 구분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요. 보다 쉽게 알 수는 없을까요.
“소비자들을 불법 업체들로부터 보호하는 첫 단추는 소비자들에게 합법과 불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조합에 가입돼 있느냐, 아니냐에서 가장 기본적인 합법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제가 조합 이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직접판매공제조합에 가입된 회사는 믿을 수 있습니다. 안심하고 구매하십시오’입니다.

물론 조합에 가입된 회사도 불법을 저지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조합의 공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회원사에 대한 위험관리 시스템을 철저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제조합 임직원들이 보다 기민하게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회원사 관리 업무를 개선하고 있어 그 부분만큼은 믿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다단계판매에 대한 막연한 색안경을 벗고 보다 알찬 소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회원사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장 출신 이사장이 부임함으로써 불법 업체 단속에 대한 기대가 커졌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추진하는 업무가 있는지요.
“이 업계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저를 이사장으로 추대한 것은 아마 불법 업체 근절이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회원사와 소비자 모두의 소망인 불법 피라미드 근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 일환으로 작년에 부임하자마자 경찰수사연수원과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전국 지능·경제범죄수사관의 전문 교육 시 불법 피라미드 유형에 대한 정보 제공과 단속 기법 등을 심도 있게 강의해 수사 및 단속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공정위와 함께 시행하고 있는 불법 피라미드 업체 신고포상제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신고 포상금을 2배로 대폭 늘리고 사안에 따라 신고 접수된 건을 바로 수사기관에 이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불법 업체 근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단계판매 산업의 미래는 어떤지요.
“최근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 산업은 10년 동안 계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나 저유가 등 국내외 경제가 극도로 침체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된 5조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3년 한국유통학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5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와 3조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등 매출의 3배 이상으로 국민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5년 약 5조원의 매출이면 15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있다는 것이지요. 또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선택을 꾸준히 받고 있다는 의미이고 또 이는 개별 회사들에 대한 소비자 신뢰나 만족도가 업계 이미지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산업의 미래가 지금보다 훨씬 밝다고 생각합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다단계판매 산업이 10조원 시장으로 올라설 날이 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직접판매공제조합의 경영 목표는 무엇인가요.
“소비자와 회원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명실상부한 소비자 보호 기구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신뢰 없이는 다단계판매 산업의 미래도 없습니다. 따라서 소비자의 신뢰 증진이 가장 우선입니다.

업계가 건실하게 성장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조합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불법 업체들이 다단계판매 산업을 넘보지 못하도록 워치타워 역할을 굳건히 수행해 나갈 것이며 소비자들이 업계에 대해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캠페인 등의 홍보 활동도 펼쳐 나갈 예정입니다.”

끝으로 업계를 대변해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기범들이 활개를 치기 마련입니다. 비단 불법 피라미드 업체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유사 수신 등의 금융 사기도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다단계’로 몰아버리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혼선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정책 당국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합법과 불법을 구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업계에 대한 지나치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 업계가 보다 건전하고 활기차게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