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설 몸살 앓는 IBM 지분 늘려…
퀴즈쇼에서 인간 누른 ‘왓슨’에 주목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워런 버핏'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IBM이 위기에 처했다. IBM은 2011년부터 매출액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2014년에는 순이익률마저 하락했다. IBM은 2015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한 220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15분기 연속 매출액이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IBM이 하락세에 들어선 이유는 정보기술(IT) 산업 변화에 대한 대처 미흡이 주요 원인이다. IT 산업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2002년부터 IT 산업에서 소프트웨어(28.8%) 비율이 하드웨어(27.1%)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산업 비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매출 뒷걸음…추락하는 IBM

IT 산업에서 하드웨어 비율이 감소한 것은 IBM의 반도체 사업 매출액에 악영향을 끼쳤다. IBM의 주력 제품인 메인프레임·서버·스토리지의 판매 실적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결국 IBM은 2014년 하반기 반도체 부문을 오히려 15억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글로벌파운더리즈에 매각했다.

IBM은 반도체 사업 실적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IT 기업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 않아 시장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령 IBM은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사업부문 역시 아마존이 시장의 50%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IBM이 클라우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IBM의 지속적 매출 하락은 부도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IBM 경영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IBM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2011년 IBM의 주가 하락으로 버핏 회장은 큰 손실을 봤다.

그리고 2014년 IBM의 주가가 7.11% 하락한 169.10달러를 기록해 1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하지만 IBM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2015년 11월 미국증권거래위원회가 제출한 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벅셔해서웨이가 보유 중인 IBM 주식은 8100만 주로 6월보다 150만 주나 늘었다.

하락하고 있는 IBM에 버핏 회장이 투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IBM은 여러 사업 분야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 분야다. IBM은 ‘왓슨’을 개발해 인공지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IBM의 주력 아이템인 왓슨은 무엇일까.

1990년대 IBM은 체스 세계 챔피언을 이길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목표를 가지고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1997년 IBM은 ‘딥블루’를 개발해 세계 체스 챔피언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겼다.

딥블루는 체스의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조사해 다음 수를 결정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병렬처리 능력을 필요로 했다. 빠른 병렬처리 능력 덕분에 딥블루는 초당 2억 개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12수를 내다볼 수 있었다.

◆자연어 질문 이해하고 답하는 ‘왓슨’

IBM 슈퍼컴퓨터 왓슨
IBM 슈퍼컴퓨터 왓슨
IBM은 딥블루를 기반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시작한다. IBM은 사람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컴퓨터, 일명 왓슨을 기획하고 개발하기 시작했다. 2011년 2월 16일, IBM은 왓슨을 미국의 유명 퀴즈 프로그램인 제퍼디에서 첫선을 보였다.

퀴즈 프로그램에는 제퍼디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낸 켄 제닝스와 브래드 러터가 인간 참가자로 참가했다. 켄 제닝스는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을, 브래드 러터는 최고 누적 상금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회 결과는 놀라웠다. 제퍼디 쇼에서 왓슨은 인간 참가자들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질문에 대답해 질문자들을 압도해 버렸다. 그리고 쉽게 우승을 차지했다.

왓슨은 제퍼디 쇼 이후 유명해지게 됐고 IBM도 본격적으로 왓슨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IBM은 2014년 1월 왓슨 기반의 다양한 비즈니스 발굴을 위해 신규 사업부인 ‘IBM 왓슨 그룹’을 신설했고 10억 달러를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왓슨은 딥러닝을 기반으로 인간의 자연어의 질문을 이해하고 해답을 제시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쉽게 설명해 컴퓨터가 아닌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분석해 답을 제시해 주는 시스템이 바로 왓슨이다.

왓슨은 심층 질의응답 시스템 개발 과제의 결과물이며 왓슨이라는 이름은 IBM의 혁신에 크게 기여한 토머스 왓슨에서 따온 말이다.

왓슨은 2880개의 파워 750칩을 장착한 서버 90개로 이뤄져 있고 초당 80조 개의 연산이 가능하다. 이는 책 100만 권 분량의 정보를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비록 왓슨은 초고속 연산 능력을 가졌지만 최고 성능을 가진 슈퍼컴퓨터의 연산 속도가 초당 2600조 개인 것과 비교할 때 그리 뛰어난 능력은 아니다.

IBM의 왓슨과 유사한 솔루션으로 애플의 시리가 있다. 시리는 인간의 자연어를 인식하고 답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하지만 시리와 왓슨은 구분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시리는 음성 엔진 기반의 시스템인 반면 왓슨은 이미지·언어 등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시리는 정해진 답만 제시하는 데 비해 왓슨은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다양한 답을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만일 왓슨에 자연어로 질문한다면 왓슨이 가지고 있는 모든 데이터 중 의미 있는 데이터만 분석해 자료의 근거, 신뢰 수준과 함께 답변을 제공한다.

전 세계 의료 서비스 시장 규모는 연간 7조2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IBM은 왓슨을 활용해 의료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 진출에 앞서 IBM은 우선 왓슨을 의료 데이터를 가지고 지식을 쌓도록 했다.

2012년 3월부터 왓슨에 60만 건 이상의 진단서, 200만 페이지의 의료 전문 서적, 150만 환자 기록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게 했다. 그리고 미국 내 1위 암 진료 센터인 캐터링암센터에서 진단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데, 의사들에게 진료와 관련된 객관적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롭 하이 IBM 기술개발책임자가 지난 3월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국제 심포지엄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롭 하이 IBM 기술개발책임자가 지난 3월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국제 심포지엄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왓슨, 헬스 케어와 핀테크를 주도할까

이후 왓슨은 미국 내 2위 암 진료 센터, 앤더슨암진료센터에서도 백혈병 진료 때 활용되고 있다. 참고로 2014년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 발표 자료에서 왓슨의 권고안과 앤더슨 소속 의료진의 진단 비교 시 일치율이 82.6%로 높은 정확성을 나타냈다.

IBM은 왓슨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의료 서비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의료 서비스 분야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세계 최대 병원으로 유명한 메이요클리닉, 의료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 에픽시스템즈 등 모두 IBM의 파트너사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암 전문 센터 외에 예일대 부속 암센터 등 14개 암 전문 병원과 협력 체계를 유지해 협력 기관 수를 늘리고 있다.

특히 왓슨의 헬스 분석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5000만 명의 임상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익스플로리스와 피텔을 인수했다. 그리고 의사 결정 기술을 최적화하기 위해 애플·존슨앤드존슨·메드트로닉 등과 협력 체계를 강화해 의료 서비스를 확고히 해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IBM은 왓슨과 함께 의료 서비스 분야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IBM은 금융 서비스에도 큰 관심을 보여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더욱이 전 세계의 핀테크 열풍으로 IBM을 금융 서비스 시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만들고 있다.

IBM은 이미 싱가포르의 DBS(Development Bank of Singapore)에 왓슨을 활용해 우수 고객 맞춤형 투자와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씨티은행에 활용해 고객의 대출 신용도 평가, 호주뉴질랜드은행의 투자 자문 서비스 등에 적용했다.

현재 왓슨을 금융업에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들은 핀테크의 주요 서비스 중 하나다. 이 때문에 IBM은 핀테크 시장에서 앞서갈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핀테크 시장에서도 곧 선두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IBM은 왓슨을 의료·금융 서비스 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IBM은 왓슨을 행정·법률 서비스로 산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5년에 호주 특허청에 왓슨을 활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왓슨은 자연어로 작성된 방대한 양의 특허 데이터를 분석하고 업무 처리 과정을 스스로 학습해 특허 심사 청구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은 특허 심사 기간을 크게 단축하고 심사의 정확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IBM은 왓슨을 싱가포르 정부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IBM은 왓슨을 기반으로 법률 자문 솔루션인 ROSS를 개발했다. ROSS는 사람과 대화하듯이 법률의 법·조항의 정보를 제공한다. 왓슨의 진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왓슨은 일본어를 현재 학습하고 있고 일본 금융사에 진출한 상태다.

이와 같이 왓슨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지금까지 말한 것 외에도 왓슨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많다. 에너지·보안·자율주행자동차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왓슨을 활용할 수 있다.

유성민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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