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청장에게 듣는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도건우 청장 “‘수성의료지구’를 세계 최고의 ‘스마트 시티’로 만들 것”
(사진) 도건우 청장 약력=1990년 대륜고 졸업. 1995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1997년 고려대 경제학 석사. 2004년 고려대 경제학 박사. 2005년 감사원 부감사관 2008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12년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 정책특보. 2013년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 2014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현).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지난 6월 24일 만난 도건우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열정’ 그 자체였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도중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사업 설명을 이어 갔다. 경제자유구역청의 모든 사업이 이미 그의 머리 안에 녹아 있는 듯 막힘이 없었다.

도 청장의 이런 ‘열정 DNA’는 경제자유구역청의 모든 공무원들에게 그대로 전파됐다.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대구·경북 지역 8곳의 경제자유구역은 도 청장 취임 1년 만에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또 창조경제의 집합체가 될 ‘수성의료지구’는 중국 굴지의 건설 및 유통 회사들로부터 수조원의 투자를 앞두고 있다.


◆발로 뛰는 청장의 ‘혁신 DNA’

도 청장은 2014년 10월 42세의 젊은 나이에 1급 공무원 자리인 경제자유구역청장에 취임했다. ‘과연 3년 임기의 청장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주변의 ‘기우’는 딱 1년 만에 ‘찬사’로 변했다.

도 청장은 취임 이후 3대 선결 과제를 정해 ‘불필요한 예산 줄이기’, ‘신속한 민원 해결’, ‘발로 뛰는 행정’을 강조했다. 3대 과제는 도 청장이 직접 앞장서 해결해 나갔다.

먼저 곳곳에서 새고 있는 예산부터 잡았다. 청사 이전을 통해 매년 10억원의 임차료를 60% 이상 절감한 3억원대로 줄였다. 청사가 국제패션디자인지구로 옮겨지며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다. 도 청장이 직접 발품을 팔아 구한 청사였다.

또 청사를 찾는 민원인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발로 뛰는 행정’을 선보이기도 했다. 각 면 주민센터를 찾아가 책상 한 개, 전화기 한 대만 놓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장소가 마련됐다.
지금은 자유구역청 공무원들이 매주 한 번씩 ‘찾아가는 민원실’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100여 명의 민원인들은 2~3시간씩 걸리는 이동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도 청장은 공무원이라면 ‘갑’도 ‘을’도 아닌 ‘병’의 위치에서 서비스해야 하고 권위 의식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류 가방을 들고 혼자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도 청장은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을 보좌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제가 수행 비서와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한 명의 공무원이라도 더 민원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2014년 취임 후 어떤 성과를 거뒀나.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취임 당시 주목 아닌 주목을 받았던 것은 전국 7개 경제자유구역청 중에서 가장 어린 청장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42세였다. 평균적으로 다른 곳 청장과 15~20세의 차이가 났다.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중국을 주목했다. 중국은 세계 2위 국가다. 중국 시장이 굉장히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청에는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은 물론 중국어 홈페이지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중국 투자는 단 한 건도 성사된 것이 없었다.

‘수성의료지구’는 중국을 타깃으로 사업을 하자고 했다. 중국인 공무원도 선발해 교류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대구·경북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이들이 중국으로 돌아가 대구·경북 지역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다. 그렇게 1년 동안 열심히 했더니 중국 기업으로부터 투자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 중국의 옌청시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시안 등 다른 지역으로도 교류 협력을 넓히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서에는 한중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문구가 있다. 그러면 우리 지역에 한중 산업단지를 유치해 보자는 계획도 세웠다.

중국 대기업들과도 투자 유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중국 사람들이 투자하고 중국 사람들이 대구에서 의료 관광을 하고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도건우 청장 “‘수성의료지구’를 세계 최고의 ‘스마트 시티’로 만들 것”
(사진) 도건우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서범세 기자

▶ 사업 진행 속도는.

“내년 12월이면 도로 등 기반 시설이 완공된다. 내년 초부터 건축 공사도 들어간다. 대구는 대한민국이 지정한 첨단 의료 복합 단지다. 의료 인프라가 한강 이남에서 가장 잘 갖춰져 있는 곳이다.

원래 수성의료지구는 미국 등의 영리 병원 등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를 중국 의료 관광객 유치로 목표를 바꿨다. 1년에 50만 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지금 대구를 찾는 의료 관광객은 1만 명 수준이다.

수성의료지구에는 롯데 복합 쇼핑몰도 들어온다. 서울의 롯데월드 같은 타운으로 내년 초 착공한다. 성형·라식·임플란트·모발이식 등을 하는 의료 시설뿐만 아니라 화장품·피부관리·미용 등 뷰티와 관련된 모든 산업을 이곳에 넣을 수 있다. 수성의료지구에 오면 시술을 받고 호텔에 머무르며 쇼핑도 할 수 있다.”

▶ 어떤 점이 수성의료지구의 강점인가.

“수성의료지구는 대한민국 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요지에 있다.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이다. 살기 좋은 곳이다. 도심에서 가깝다. 주변 여건도 좋아 삼성 라이온스파크, 대구 월드컵경기장이 옆에 있다. 이런 곳에 대구가 가진 가장 좋은 것들을 모두 집어넣는 것이 목표다.

경제자유구역은 태생적으로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들이 들어오면 대구 사람들의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대구 국제공항에는 중국 주요 지역과 직항 노선이 있다. 김해공항에서 50분이면 접근할 수 있다.

현재 대구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1차 분양을 마치고 2차 분양 중이다. 대구에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이 줄줄이 들어올 것이다. 다수의 수도권 기업들과도 접촉 중이다.”

▶ 이 지구 안에 지식 기반 산업 시설도 있는데.

“대구는 정보기술(IT) 산업이 발달됐다. 소프트웨어 인력 수급이 원활하다. 젊은 사람들을 고용한 소프트웨어 기업은 외곽으로 나가지 않는다. 아파트형 공장, 판교 등을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지식산업의 집적화 단지인 ‘스마트 시티’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에 제대로 된 스마트 시티가 없다. 이곳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대로 된 스마트 시티로 만들 계획이다. 스마트 시티가 마지막 종착점이다. 스마트 교통신호 및 대중교통 시스템, 스마트 가로등, 스마트 폐기물 처리 시스템, 태양광발전을 포함한 스마트 시스템 그리드 등이 다 포함된다.

입주사들과 스마트 시티에 관해서도 협의하고 있다. 이통사 등과도 협의 중이다. 지금의 롱텀에볼루션(LTE)보다 빠른 통신망이 설치될 것이다.

또 미국 조지타운대가 캠퍼스를 개교해 한·의학 통합의학 대학원 과정을 설치할 예정이다. 미국 내 20위권의 세계적 대학이다. 양방에 한의학을 통합한 것이다. 대구가 가지고 있는 의료 인프라를 높이 샀다.”

▶ 경제자유구역청에 많은 변화가 있다.

“공무원 조직은 변화를 싫어한다. 공무원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민간 기업보다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처음 왔을 때 민원실도 없었다. 공무원 책상 옆에서 민원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민원실을 만들고 민원인들을 최우선으로 대접했다.

또 여러 사업지구가 떨어져 있다 보니 청사와 거리가 멀다. 1주일에 100명가량의 민원인들이 도장 하나 받기 위해 왕복 3~4시간이 걸리는 청사를 찾는다. 공무원이 직접 현장으로 가자고 했다.

이분들 모두를 오게 하는 것보다 우리가 하루 현장에 나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면 주민센터를 직접 찾아가 책상 한 개와 전화기 한 대씩 얻었고 지금은 매주 수요일 현장을 방문해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우리는 영어·일어·중국어로 된 민원서류도 다 받아준다. 민원 업무를 빨리 처리해 주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보통 최종 허가까지 2개월이 걸렸다. 이 기간을 더 단축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직접 해보니까 2주 만에 모든 업무가 끝났다. 해보니 할 수 있었다. 간부회의 때 민원 처리가 얼마나 빨리 끝났는지 데이터를 받는다. 10일 걸리던 것을 6일 안에 해줄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한다.”

▶ 지금까지 가장 보람 있었던 점은.

“우리 청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지구를 지정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좋은 지구를 잘 개발하고 채워 넣는 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지구를 지정하고 6년, 7년이 지나도 사업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취임 이후 하나씩 바꿔 가고 있다.

예산도 중요하다. 작년에는 전체 경제자유구역 예산의 40%를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서 받아왔다. 우리가 개발 사업 진도를 빨리 했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kth@hankyung.com